어느 대학생의 고민을 들으며..
어제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이 다가왔다.
"주로 기업에서 활동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교육평가 과목을 강의하게 되신 거에요?"
어떤 취지로 묻는지 몰라 내가 이 교직과목을 맡게 된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질문하기 위해 나에게 다가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근데 저는 더 재미있어요. 교직과목이지만 사실 교사가 되지 않을 학생들도 있잖아요. 회사에서 어떻게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지를 많이 말씀해 주셔서 저는 그 부분이 더 재미있어요."
다행이었다.
교직과목이라 내용에 충실하게 설명하고 내 주된 경험인 회사, HRD 얘기는 가급적 안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항상 있었는데 말이다.
그 학생에게 말했다.
"맞아요. 커리어를 오픈해 놓고 다양하게 고민해 보는 시기이니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낫죠. 학생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요즘 고민이 많아서요."
"어떤 고민이 있나요?"
"이렇게 하는 게 잘 하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어요."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것들은 뭐가 있는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보는 게 도움이 되겠죠. 나중에 기회되면 좀더 이야기 나눠봅시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그 학생은 돌아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젊은이의 고민을 들은게 아닌가 싶다.
내가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함.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함.
지금 준비를 잘 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
나도 정답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다음에 만나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내가 잘 하고 있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건, 내가 뭘 하려고 했는데 지금 어떻지 라는 것을 봐야겠죠?
근데 만약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요?
그런 경우에는 내가 뭘 하면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할 때 신나서 하는지, 평소에 뭘 더 들여다보는지(책이든 전시회든), 어떤 때 힘든지 등을 스스로 돌아봐야겠죠?
내가 잘 하고 있나라는 질문은 너무 상위의 큰 질문이에요.
이 질문과 고민을 계속 가져가는 것은 중요한데 이걸 조금씩 굴려가면서 껍질을 벗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해요.
한 단계 내려가는 질문을 해야하는 거죠.
계속 상위 질문에 머물러 있으면 깊어지지 않아요.
조금씩 굴려가면서 한 단계 내려가는 질문들을 하면서 탐색해보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다가도 어느덧 바쁜 일상에 매몰되서 고민을 그칠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다시 고민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민하면서 적어보는게 좋아요.
적어놓으면 다음번 고민을 그 이후부터 시작이죠.
그렇게 나에 대한 탐색은 깊어지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