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정말 영원히 그 어떤 글도 쓰지 못할 것 같아서 막 작성하는 글입니다...퀄리티 주의
개인적인 기준으로, 역대급으로 수상자 예측이 어려웠던 2025년 그래미가 막을 내렸다. (2주일 전에 하하) 그 어떤 해보다 어떤 아티스트/앨범/곡이 상을 받는다고 해도 납득이 가능할 만큼 높은 퀄리티, 심지어는 대중성까지 갖춘 후보들의 향연이었다고 감히 자부해본다. 그도 그럴 것이, 아티스트들의 이름값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비틀즈,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포스트말론, 빌리 아일리시, 켄드릭 라마...조금만 팝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무조건 들어보았을만한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쟁쟁한 그래미어워드 제너럴 필드 수상 결과는 개인적으로 다소 허무했다. 누가 받아도 납득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왜 이런 감상을 적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제너럴 필드 - 우리로 따지면 대상 - 의 수상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켄드릭의 'Not Like Us'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을 차지했고, 비욘세의 'COWBOY CARTER'가 올해의 앨범상, 채플 론이 신인상을 차지했다. 수상한 모든 작품과 아티스트가 걸출한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아한 지점은 다음과 같다.
아, 이제와서요?
비욘세가 제너럴필드 수상에 여러 번 실패한 것을 모르는 팝 팬은 없다. 역대 최다 노미네이션을 기록한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명반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제너럴필드 수상은 2010년, 'Single Ladies'의 올해의 노래 수상 이후로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여러 번 그래미를 보이콧하며 그래미와는 거리를 두던 것으로 이어지던 것이 바로 비욘세와 그래미의 악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Renaisansse나 Lemonade 같은 걸출한 명반의 올해의 앨범상 불발은 대중 입장에서도 다소 납득이 어려웠다. 그러나 몇 년의 도전 끝에, 결국 그래미는 올해 비욘세의 손을 들어줬다.
COWBOY CARTER는 좋은 앨범이다. 백인의 장르로 알려진 컨트리 장르를 자신만의, 특히 흑인 음악의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컨트리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고, 다른 컨트리 앨범들과 비교해도 좋은 퀄리티의 음악들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의 앨범상의 다른 후보들이 너무나도 쟁쟁했다는 것이다.
마이너한 장르를 들고 왔음에도,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세련된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brat summe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찰리 xcx가 있었고, 중고 신인임에도 기존과는 다른 시도와 놀라운 퀄리티로 여름을 뜨겁게 달군 채플 론이나 사브리나 카펜터 역시 있었다. 기존에 꾸준히 보여주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더했던 빌리 아일리시의 앨범도 있었다. 과연 비욘세의 COWBOY CARTER가 이 모든 앨범들을 저지할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인 앨범이던가? 개인적으로는 과감하게 물음표를 띄우겠다. 좋은 앨범이었고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컨트리 앨범의 특성상 큰 파괴력을 가진 혁신을 가져다준 앨범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의 앨범에 대한 한 줄 평은 '아, 이제와서요?'다. 퀄리티 면에서도, 시기적인 면에서도, 대중성의 면에서도 받는 것에 이견이 없었던 그 수많던 비욘세의 과거 앨범들은 무관에 그쳤지만, 이번엔 받았다. 그것도 컨트리 앨범으로 받았다. 이게 우연일까, 하는 질문도 동시에 든다. 힙합과 알앤비 앨범으로도, 하우스 앨범으로도 받지 못했던 꿈의 상을 이제 와서, 백인들의 장르고 음악인 '컨트리' 앨범으로 받았다. 정말로 그래미 투표자들의 개인적인 장르 선호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비욘세가 상을 받았지만, 제너럴 필드의 4개 중 3개를 흑인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White Grammy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2024년은, 누가 봐도 여성 팝스타의 해 아니었나요?
두 번째 의문이다. 사람마다 관점은 다르겠지만, 빌보드와 영국 차트, 글로벌 언급량 등을 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건대 감히 2024년은 여성 팝스타의 해였다. 아리아나 그란데나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비욘세, 찰리 xcx 같은 기성 팝스타들이 앨범을 내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물론이고, (중고)신예로 분류되는 사브리나 카펜터, 채플 론,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도이치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미친 화제성을 자랑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역대급으로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해였다고 자부한다. 심지어는 이렇게 다양한 팝스타들의 관점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세대의 모습과 페미니즘, LGBTQ+ 커뮤니티의 모습까지 팝스타들의 등장을 통해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주 흥미롭고 즐거운 해였다. (이에 관해서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몇 번이고 실패했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시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무관에 그쳤고, 심지어는 제너럴 필드 수상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찰리 xcx나 빌리 아일리시까지 제너럴 필드는 단 한 개도 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제너럴 필드의 절반은 비욘세와 채플 론이 차지했지만, 나머지 둘 중 한 곡도 여성 아티스트가 받을만 했다고 (혼자서, 개인적으로) 생각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해였다.
개인적으로는 빌리 아일리시의 무관과 찰리 xcx의 제너럴필드 수상 실패가 꽤 충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빌리 아일리시의 HIT ME SOFT AND HARD는 제너럴 필드 중 신인상을 제외하고 모두 이름을 올렸고, 그만한 가치를 가진 노래를 냈다고 생각했다. Birds of Feather은 감히 2024년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노래 중 하나였고, 빌리 아일리시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도 솔직하고 따뜻한 곡으로 퀄리티 면에서도 다른 곡들에 밀릴만한 곡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너럴 필드 중 하나는 아니더라도 다른 부문에서 수상은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나보다.
찰리 xcx의 brat 역시 같은 맥락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마이너한 것은 물론이고 저물어가는 장르로 평가받던 하이퍼팝 장르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고, 그를 통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아티스트 개인사적인 면으로 봤을 때도, 대중적인 팝과 자신의 선호 사이 오랜 고민 끝에 초심을 통해 결론을 내렸고, 그것이 결국 대중과 자신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켰기에 더욱 의미가 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를 대중이 듣게 만든 것 역시 매우 큰 족적이라 생각하기에 그녀의 제너럴 필드 수상은 사실 (혼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너럴 필드의 절반 -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 를 수상한 켄드릭 라마 역시 '미친' 2024년을 보냈다 (positive). 그중에서도 'Not Like Us'는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나까지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곡이었고, 곡에 대한 퀄리티 판단을 넘어, 힙합 씬에 '래칫' 이라는 흘러간 장르의 부흥을 불러왔다는 점, 다소 사그라든 힙합에 대한 불씨를 걸출한 디스곡을 통해 다시 한 번 살렸다는 점 등 다양한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수상에 이견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켄드릭 라마 만큼이나 2024년은 여성 아티스트의 흐름이 강했던 한 해이기에 조금 더 여성 아티스트가 많이 수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감히 남겨보고 있다.
사실 그래미의 수상 결과가 논란이 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논란을 몰고 다녔다. 언젠가는 인종 차별, 언젠가는 성차별, 언제나 논란은 존재해왔다. 오히려 어떻게 생각하면 최악의 논란을 빚었던 해들에 비하면 그래도 납득할만한 결과를 보여줬던 시상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그래미가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몇 년째 아시아 음악은 노미네이션 조차 되지 못하고, 이제는 음악이 영향을 끼치는 음악 외의 수많은 분야가 있는데도 그 부분은 다소 간과되는 듯한 느낌이다. 케이팝이나 아이돌 음악의 홀대 등이 그 예시다. 물론 혹자는 그런 건 VMA나 빌보드 어워즈에서 기대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뭐가 됐든 가장 큰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가장 높은 권위의 시상식이 그래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래미도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조금은 유연한 시상식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