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숙성
막걸리를 만들려고 보니 내 눈길을 붙잡은 건 석탄주였다.
“입에 머금은 채 있고 싶을 뿐 삼키기에 아깝다.”
-실학자 서유구-
이 술은 달고 과일향이 나서 한 입을 마시면 목에 넘기기가 조차 아깝다고 한다.
주로 겨울에 빚고 맵쌀보다 비싼 찹쌀만으로 만드는데다가 보통 막걸리보다 숙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흔한 막걸리는 아니다. 하지만 옛 책에서 말 그대로 극찬하던 막걸리는 그맛이 어떨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달고 과일향이 나는 이 술의 비법은 ‘저온 발효’이다. 최소한 2~3주는 15도에서 빚는 겨울 술이다.
이 막걸리의 제조 방식은 특이해보이지만 막걸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친숙하다.
과일향이 나고, 저온에서 발효하는 것, 바로 와인이다.
장르를 달리 한다면 와인만이 아니라 김치도 있다.
나는 매 끼니 김치를 먹을 만큼 좋아해서 맛있는 김치를 먹기 위해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김치 발효 온도를 외우고 있었다.
하루 실온 보관 후, 2주 동안 15도에서 보관하기.
그래서 막걸리에서 15도에 빚는다는 석탄주를 보았을 때 새콤한 김치를 떠올렸다.
물론 막걸리의 누룩을 대표하는 것은 주로 효모이고 (세균이 있기는 하다) 김치는 유산균이라 맥락이 다르다.
이번 삼양주가 끝나면 제일 먼저 도전해야지
발효할 때 각기 다른 미생물이 좋아하는 생장 온도와 환경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실험한 논문을 싑게 볼 수 있다. 이 점을 유의하면 제조 시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저온 적응성 효모와 발효온도에 따른 약주의 품질특성 변화(농촌진흥청)>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15도 저온에서 활성이 큰 S. cerevisiae Y297 효모에 주목하자.
1. 막걸리의 향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젖산과 아세트산이 다른 효모보다 적게 생성되었다. (상대적으로 숙신산이 함량이 높다)
2. 또한 다양한 맛을 주는 유리아미노산 농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리 아미노산은 발효 과정 중 효모의 대사에 의해 고급 알코올로 변환되어 주류의 향기를 다양하게 만든다.
3. 석탄주가 과일향이 나는 이유는 에틸아세테이트, 페닐에틸알코올(와인, 위스키 또한 이 성분이 높은 수치를 갖고 있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위의 실험은 Y297 만 배양하여 실험한 비교군의 결과이고 이 효모만을 현재 구할 수 없다.
내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시판 누룩일 뿐이지만 대조군의 결과를 통해 저온 발효를 통해 1. 젖산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2. 유리 알코올의 증가로 향기가 증가할 것을 기대 할 수 있다.
다만 저온에서 보다 장기간 발효하는 과정에서 효모의 생장이 느려 잡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음을 기억해야 한다.
막걸리 만드는 방법은
<술 익는 집> 유튜브에서
밑술로 쌀가루 250그램, 물 1.25리터, 누룩 100그램을 사용해 하루 발효한다.
다음날 찹쌀 1킬로를 쪄 덧술을 더하고 1주 동안 25도 미만에서 발효하고, 2~3주 동안 15도 미만에서 저온 발효했다. 2달 정도 숙성을 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