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리밍 Aug 15. 2023

이직 후 6개월

잘 살아남아있어요

이직 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믿기지가 않는다.


첫 2개월은 몸과 마음이 유체이탈하며 생활한 것과 같았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나와 내 주변을 관망하듯 지켜보고 딱 6개월을 버티며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판단을 보류해 보기로 했었다.

실제로 초반에 멘토와 같은 동료와 선배에게 나의 감정을 토로하자, 시선의 앵글을 바꿔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실시간은 정신없이 나의 시점으로 살아내고, 쉽지 않지만 잠들기 전 나를 소설 속 주인공 시점처럼 지난 일들을 제3인칭 시점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이불 킥하고 싶은 순간들은 스스로 다독여주기도 한다.

가장 가까이서 응원하던 남편도 내가 흔들려 보일 때마다 ”네가 옮긴 이유를 잘 생각해 봐. 스스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서 아니었어?”라는 다소 냉철한 피드백은 냉수벼락이 필요한 시점에 마음을 바로 서게 했다.


생경한 감각들이 마구 느껴질 때면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졌는데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라는 것은 흐르고 나서 돌아보면 금세이다.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이 돌아오니 이곳에서 지켜야 할 것들, 정답이 없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3개월, 그리고 그 이후

새로운 일터로 입사 후 3개월까지는 대개 ‘수습 기간’이다. 나처럼 매일이 패닉인 사람에게 실수에 만회해주기고 하고, honeymoon period라고도 불리는 기간이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자리에서 내 의견을 내야 하는 건지 아닌지 안테나를 세우기만 하느라 너무 피곤했고, 돌아와서 그때 그 주장을 하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나곤 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자, 나와 더불어서 주변에서도 기대치와 더불어 챌린지 화살이 돌아와 나에게 본격적인 부담이 느껴졌다. 당연히도 실무과 관리의 온도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실무자로서 선임 역할과 관리자 역할은 한 끗(?) 차이 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건 큰 오만이었다. 인사권을 가지고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말 한마디에도 책임이라는 무게가 붙는다. 팀장과 팀원들 중간에 있던 선임 입장일 때에는 늘 팀장에게 불평을 하던 나의 과거 모습이 떠올랐다.


불편함을 이겨내는 시간

불안, 불편한 마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아마도 나에게 ‘낯선 이질감’에서 왔던 감정이었던 거 같다. 이질감에 오는 감정은 참으로 여러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생각하는 관념이 다른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관념을 흔들어버리는 것들에서 오는 불편함.

스스로가 다양한 관점에 대해 폭넓게 수용하고 유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아닌 그 반대 곡부에 있는 나를 많이도 발견했다.

모든 일이 익숙할 때에는 제자리걸음이라며 고민이고, 낯선 이질적인 환경에 나를 집어넣으니 불편하다고 고민이 많다.

그럼에도 담백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잘 버틴 내가 기특하고, 이직 6개월 차에 조금은 나아진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일, 쉼, 행복의 의미

이직 후 늘 긴장 속에 살다 보니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늘 피로했는데 지난주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책 ‘순도 100%의 휴식’의 북 콘서트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책 절반정도 읽었을 때에 이미 이 책에서 순도 백 프로의 휴식이라는 것은 현존하기 어렵다는 내용임을 알고 있었다.

“진정한 순도 백 프로인 쉼이라는 것은 없다. 점과 같은 찰나의 휴식을 맛있게 즐기고, 행복한 어떤 ‘모습’들을 상상해 나가는 것.
행복이란 단순 목표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상상하며 찾아나가는 것.
결국 어떤 표정을 짓는 노인이 되고 싶은가 생각하면 내 안의 쉼과 행복을 찾게 될 거 같다.“
-북토크에서 작가들의 대화
지난주 충전의 시간, ‘순도100퍼센트의 휴식’ 북토크

쉼과 행복은 일상 속 찰나에 있다는 것-

‘쉼’과 ‘행복’을 파고들어 가 본 작가들의 통찰 대화 속에서 충분한 쉼과 충전을 선물 받은 것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 후 일주일이 지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