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펫티켓
제가 10여년간 유기견들 교육봉사에 함께하면서 정말 많은 강아지들을 교육해왔는데 참 많은게 변했어요. 애견에서 반려견으로 변하고,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변하고있죠. 하지만 변하지않는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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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펫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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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한텐 수십명의 유기견 임보, 입양자들 연락이와요.‘너무 힘들어요…’ ‘눈치가 보여요’ ‘강아지가 짖었어요.’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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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도 높은 강아지를 반려하는 분들에겐 제가 항상 말씀드려요 산책가실땐 ‘강아지 교육중입니다’ 라고 미리 말하시라고, 그러면 지나가주실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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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대에게 말씀드려도, 꼭 한마디씩 말걸고, ‘무슨교육중이에요?’ 부터 시작해서 ‘우리 강아지는 착한데 인사시켜봐요’ ‘아이고 사납네’ 누구도 그냥 지나가주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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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임보자님들은 울면서 따라오지말아달라고 부탁드리기도합니다. 화내면서 싸우기도하구요. 매일매일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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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분들이 이렇게 키운거 아닌데도 말이죠.
버린사람 대신 매일매일 사과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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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마음까지 망쳐놓은 강아지들을 임보 입양을 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에요. 오해도 많이받고, 사고도 많고, 그리고 우리나라는 교육하기에 환경도 안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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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임보 포기하는 임보자님들이 밉지않아요. 너무 공감가거든요. 그럼에도 포기하지않고 누군가에게 버려진아이 꼭 입양보내시겠다고, 혹은 본인이 입양하기도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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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엔 운이 좋게 트라우마가 크지않은 친구가있고 아주 큰 트라우마로 심각한 사회성 문제를 가져서 오랫동안 입양이 미뤄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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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시간동안 교육을 시킨다는건 정말 힘들어요. 절대로 순탄하지않거든요. 하나하나 블록 쌓기를 하듯이 쌓아가야하는데, 나만 잘한다고해서 완성할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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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PDT 훈련사님들은 훈련사가 되기전엔 저에게 코칭을 받던 임보, 입양자님들이세요. 그러다가 본인들도 유기견에게, 임보 입양자님들에게 또 반려견을 사랑하는 많은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싶다고 이 바쁜 세상에서 생계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시고 자격증도 따고, 매일매일 상담, 교육을 진행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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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자들에게 새벽에도 연락오고, 매일 수업내용 짜서 영상통화로 레슨진행하고, 다들 각자 생업이있음에도 봉사로 그렇게 해오고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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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때문에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누려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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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강아지를 인사시키는게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많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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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이를 키울때에도 함께 산책하다가 어 ! 13살 너랑 동갑이다 친구야~ 인사해! 하면서 지나치는 모든 아이를 다 인사시키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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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면 모든 사람, 모든 강아지와 인사를 시키려고 강요해요. 넌 강아지 만나면 꼭 인사를 해야하는 강아지라고 주입시키죠.
그렇게 키우면 인사안할때 엄청 괴로워하는 강아지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다가올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직선으로 다가갑니다. 정말 안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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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동물에게도 적정거리라는게 있습니다.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아는척하면서 가까이 다가오는건 저도 싫어요, 사람이 싫어하면 모두 이해해주지만 강아지가 그러면 이해해주지않습니다. 그 거리가 동물에게도 있다는걸 인정해주지않아요. 지구에서는 사람에게만 언제나 권리가 있습니다.
선진화 된 나라의 펫티켓은 ‘모르는 강아지와 인사하지않기’ 입니다. 그래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방식부터 달라요. 우리나라는 리드줄 끌고와서 ‘인사해 인사해’ 하면서 쭈욱 상대 강아지한테 가는것만 가르치는 반면에,⠀
선진화 된 나라에서는 강아지를 보면 지나쳐가기, 기다려서 앉아있기, 인사하지않기를 우선적으로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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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중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강아지는 서로 지나치면서 차분하게 함께 공존하는 나라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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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자님 입양자님 보호자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이 믿어주면 우리 모두가 함께 도와주겠다는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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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팀 PDT가 완벽할수는 없어도 앞으로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공부하고 발전해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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