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넘어서는 2편을 기다리며
연휴를 맞아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다. 2014년 860만 관객을 기록했던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케일 큰 모험 활극이라는 지점에서 강점을 가지며 연휴를 맞아 마찬가지로 흥행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로 개봉한 지금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연휴와 블록버스터, 유명한 배우진이 만났는데도 어째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고 마는 걸까. 여기서 오늘의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소포모어 징크스다.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란, 쉽게 말하자면 처음에 성공했거나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후속작으로는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지만 흔히 영화 혹은 시즌제 드라마를 두고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다.
세계관이 스토리 컨텐츠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많은 작품이 2편, 3편씩 시리즈물로 제작되며 또한 계획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을 제대로 확립하고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소포모어 징크스의 극복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 징크스를 피해 가는 데 성공한 작품들은 정말로 손에 꼽는다는 점이 큰 문제다. 디즈니의 고전 흥행작 <인어공주>나 <신데렐라> 등조차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금은 해당 작품들에 2편이 있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겨울왕국> 정도가 이 징크스를 극복한 몇 안 되는 사례다. <맘마미아!>나 <나 홀로 집에>와 같은 대형 흥행작 역시 2편에서 상대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맘마미아!>의 전세계 흥행 수익은 6억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맘마미아2>의 경우 3억 9천만 달러로 거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나 홀로 집에>의 경우는 1편은 4억 7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으며, 2편의 경우 3억 5천만 달러에 그쳤다. 원작의 팬덤이 몹시 두터웠던 <해리 포터> 시리즈마저도 1편이 가장 낫다는 평가가 항상 따라다닌다. 주연 배우의 교체나 에피소드 교체가 보다 자유로운 <007>시리즈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과 혹평을 받는 작품이 번갈아 등장하며 이 징크스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우리나라의 화제작, <킹덤>도 마찬가지로 이 징크스를 온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다. 후속으로 발표된 <킹덤: 아신전>이 1편과 2편에 비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즌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을 이 세계관에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쉬어가는 타임보다는 새로운 매력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마블은 놀라운 방식으로 이 징크스를 극복한 바 있다. 히어로별로 솔로 무비를 차근차근 성공시킨 후 하나의 세계관을 대중 앞에 선보인 것이다. 코믹스를 통해 탄탄히 다져온 세계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시간을 가지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최적의 방식을 선보인 셈. 그러나 이런 준비를 거친 마블마저도 처음 시작점인 <아이언맨1>과 <어벤져스1>의 평가가 가장 좋은 것을 보면 이 징크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히어로들과 함께 새로운 마블 페이즈가 시작되었지만, 앞선 페이즈가 소포모어 징크스의 첫 작품 라인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페이즈가 어떻게 될지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나치게 확장된 세계관 탓에 디즈니 플러스 구독을 통해 드라마 시리즈를 계속해서 쫓아가지 않는 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작품들만으로는 세계관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다는 비평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 소포모어 징크스가 점점 더 심해지다가 결국 안타까운 순간이 찾아오면, 시리즈는 막을 내리거나 후속작이 무기한 연기된다. 이것이 이 징크스의 가장 무서운 지점이다. <퍼시 잭슨> 영화 시리즈가 이 순서를 거쳐 제작이 중단되었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리부트를 발표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역시 4편의 평이 가장 나쁘며, 심지어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최악의 작품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이 경우 다음 편 제작이 엄청나게 미뤄진 경우에 속한다고 해야 할 듯하다). <미이라> 시리즈 역시(브랜든 프레이저 버전) 3편인 <미이라: 황제의 무덤>의 평가가 가장 나쁘며, 이 이후로 시리즈가 이어지는 대신 다크 유니버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리부트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 개봉한 그 리부트 작품마저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
마블의 성공 이후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식의 거대 스토리 프로젝트는 거의 작품 제작의 필수 사항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배우와 감독, 각본가, 스탭 모두가 세월에 따라 자연스레 나이 들어 가는 반면 첫 번째 작품만은 그 당시의 시간에 멈춘 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는 점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추억과 결합되어 기억 속에 남은 첫 번째 작품을 이기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1편과 비슷하지는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유지한 채, 독창적이고 발전적인 전개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포모어 징크스란 결국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다만 세계관에 정성을 쏟느라 작품을 떡밥으로 이용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정성을 다해 모든 작품을 만든다면, 앞선 페이즈의 마블이 그랬듯 최소한의 피해로 세계관을 꿋꿋이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