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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Na Jul 26. 2022

베를린에서 생각하기

6주 동안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01 <유럽본진&갈아타기의 역습>

베를린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원래의 일정이라면 4일째가 맞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인지 '인천-베를린' 비행시간이 조금씩 변경되더니 비행사 Lufthansa에서는 중간 기착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베를린으로 갈아타는 시간이 차츰 줄어드는 일정을 2번이나 이메일로 보내왔었다. 그래도 인천 출발 시간과 베를린 도착시간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가기로 한 거 트랜스퍼 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든 것을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좋네 라는 생각으로 변한 일정을 수락하고 여정을 시작하였으나... 문제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트랜스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 명 한 명 짐 검사를 꼼꼼히 다시 하는 것이었다. 딱 봐도 이건 내 차례까지 오려면 거의 40~50분 걸리겠구나 하는 견적이 나왔다. 제시간에 베를린행 비행기에 보딩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줄을 서면서 이미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는 마음이 급한데 저들은 어찌나 태연하던지... 요즘 자주 느끼는 현상인데...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다른 입장.


결국 짐 검사 절차를 마치고 정해진 A50 게이트로 달려갔으나 예상대로 보딩은 끝나고 게이트는 닫혀 있어서 사정을 얘기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입국장 바깥에 위치한 항공사 재예약 창구였다. 이곳에서 또 줄을 서야 했는데 이건 뭐... 사람 수와 진행 속도를 보니 오늘 안에 부킹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이마에 맺힌 땀을 여러 번 닦으면서 고국을 떠나온 지 15시간.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줄을 서게 되었다. 다행히 중간에 다른 줄로 안내를 받으면서 진도가 좀 나가서 그런 것이지 그 줄에 계속 있었더라면 더 끔찍한 지옥을 맛보게 되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 순간들에도 이 유럽 본진(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름 아닌 '독일')의 사람들은, 물론 타국 사람들도 있겠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내 딴에는 젊은 시절 영국의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만 8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했건만 이런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한국인의 기질이 나오는 지라 한숨이 푹 푹 쉬어지는데 한숨 쉬는 사람은 나뿐이더라. 오랜 기다림의 결과는 공항 옆 호텔에서 1박을 제공받고 다음날 이른 아침 베를린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한 두 명씩 티켓팅하는 직원들이 추가되고 있었는데 아무도 보채거나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였다. 유럽 본진에서 제대로 한방 먹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나의 6주가 시작되는구나. 역시 여행은 예정되로 되지 않아'라는 깨달음을 한번 더 얻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미리 체크인 한대로 베를린행 게이트를 찾아갔다. 베를린에 내리자 아무런 짐 검사도 없고 패스포트 컨트롤도 없이 그냥 뚜벅뚜벅 공항을 나왔다. 어떤 제지도 없이 말이다. 같은 공항이지만 나라마다 도시마다 그 시스템이 다르고,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해프닝이었다. 아무튼 베를린 입성! 축하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경험과 어떤 느낌과 어떤 생각이 나에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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