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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Na Jul 26. 2022

베를린에서 생각하기

6주 동안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03 <블루스 잼 세션>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 진성은 씨를 만나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곳을 소개받았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4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샌드맨 Sandmann이라는 펍 형태의 공간이었다.

나는 현재 안톤 플라츠 Antonplatz 근처에 머물고 있는데 진성은 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베를린 중심에서 약간 동북쪽에 위치해 있다. 구 동독의 고위직들이 살던 곳이었다고 한다. 블루스 바 샌드맨은 베를린 중심부를 거쳐 남동쪽에 위치한다. 생각보다 베를린은 매머드 하게 크지 않아서 40분 정도면 내가 가고자 하는 거의 모든 목적지에 도착이 가능한 것 같다. 


8시 즈음에 연주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10분 전 8시에 샌드맨에 도착해서 기네스를 한잔 시키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우스 밴드가 막 사운드 체크 및 리허설을 마치고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손님은 많지 않은 시간이었다. 거의 9시가 다 돼서 하우스 밴드가 블루스 커버곡을 약 한 시간 정도 연주했는데 연주의 실력이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그 안의 바이브가 너무 좋았다. 손님들도 차츰 늘어갔고 잼 세션을 원하는 뮤지션들도 상당히 많이 입장하고 있었다. 따로 잼 세션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거나 하는 것 없이 하우스 밴드의 연주가 끝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무대로 하나둘씩 올라가서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곡을 하우스 밴드와 연주하였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샌드맨에서의 잼 세션 모습/드럼: 진성은 (C) hoonjoona


블루스 잼 세션을 하는 곳에 가보지 않겠냐는 성은 씨의 제안에 선뜻 좋다고 했지만 오기 전 까지는 이렇게 성황리에 블루스 펍이 운영되고 있을지 몰랐다. 평소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비디오 동영상을 찍어서 고국에서 같이 곡 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기타리스트에게 전송했다. 블루스 클럽이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었고 그곳의  분위기를 같이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참고로 이태원의 오래된 클럽 저스트 블루스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서 인지 자연스럽게 잘 운영되고 있는 이곳 안에서 더욱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편견 없는 사람들이 터부 Taboo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을 잘하고 있는 곳이 베를린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블루스 레전드 ST의 무대를 한 두곡 듣고 나서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샌드맨을 나와서 성은 씨에게 자주 연락하겠다는 인사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이었다.


밤 11시 즈음의 Sandmann 바깥 풍경 (C) hoonjo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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