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동안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04 <베를린=자유>
베를린에 오기 전 손관승 작가의 '베를린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책을 정독했는데 기억나는 것 중 한 구절은 '베를린은 자유다'라는 것이었다. 많은 제약(Taboo)이 없어서 그렇겠거니 하면서 읽어 나갔었다. 그런데 나 또한 베를린에 온 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여러 곳을 다녀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이 바로 '베를린=자유'라는 생각이다. 물론 생활의 이면에는 가파르게 오른 물가와 노동의 힘듦과 각자의 걱정이 쌓여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비행기로 반나절 남짓 날아와서 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곳의 다른 삶이 보이고 느껴진다.
숙소 근처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스트란드바드 Strandbad라는 호수가 나온다. 이 호수를 여러 날 찾아가서 산책을 하면서 느껴진 것은 평온함과 자유로움이다. 일상을 이토록 평온하게 지낼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운동을 하기에도 좋아서 어제는 아침시간에 이 호수 주변을 걷다가 뛰다가 했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던 블루스 펍, '샌드맨'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인 관심사로 찾아간 신시사이저 가게 슈나이더스라덴 Schneidersladen(번역기를 돌려보니 양복점이라는 뜻)에서도 자유롭게 아무런 터치 없이 손님의 시간과 행동을 보장하는-그동안의 관습에 따르자면 이렇게 손님을 방치(?)해 둬도 되는 건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분위기에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나의 감정이 맞는 것인가를 재차 확인하고자 국내 방송 비긴 어게인에서도 소개되었던, 해 질 녘에 현지인들이 맥주 한 병들고 찾아가서 석양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는 Admiral 다리 위에 가보았다. 한 시간 남짓 자리를 잡고 앉아있자니 바로 옆에 모히또를 만들어서 파는 상인이 이동식 가판을 차렸다. 애플민트 향에 이끌려 모히또를 한잔 주문하고 나 역시 천천히 석양을 기다렸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면서 저 멀리 강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백조(처음에는 거위인 줄 앎)와 오리가 많이 있었는데 사람들과의 거리는 불과 1미터도 안되었지만 아무도 백조들을 건드리거나 장난치지 않았다. 사람과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잘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자유를 보았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때때로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Admiral 다리 위에서도, 이 강변에서도 '이상하게 외롭지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은 '자유'라는 모호한 개념의 단어를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