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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Na Jul 26. 2022

베를린에서 생각하기

6주 동안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05 <2번간 트레저31 전시회>

 2017년에 베를린을 처음으로 온 적이 있다. 6박 7일의 일정으로 베를린에서 만들어진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제작업체 에이블톤사에서 주최하는 LOOP 워크숍에 참석하고자 왔었다. 당시 2번째 날 밤 프로그램으로 유서 깊은 베를린의 클럽 트레저 Tresor를 간다고 했다. 물론 개인의 선택으로 안 갈 수도 있는 옵션이었는데 대부분의 워크숍 참석자들은 트레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날 오후가 돼서야 워크숍 장소로 왔다. 그때 나는 베를린에 익숙하지 않았고 숙소가 너무 멀리 있어서 트레져에 가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워크숍에 참석했다. 그로부터 거의 5년 후에 다시 베를린을 방문한 이 시점에 그때 못 갔던 트레저 클럽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베를린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랜드마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립자 디미트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트레저도 하나의 역사적 장소라고 말할 정도다.


 어떻게 트레저 31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는지 정확한 경로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베를린에서 열리는 이벤트 링크를 따라가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 같은데... 크라프트베르크, 트레저... 이 단어들에 꽂혀서 계속 들여다봤고 어떤 행사인지도 확실히 파악 못한 채 구글맵을 따라서 크라프트베르크에 도착했다. 처음엔 트레저보다는 전설적인 독일 출신의 전자음악 그룹과 같은 이름의 KRAFTWERK 스펠링에 이끌려서 이 전시회를 살펴봤는데 그것이 바로 트레저 클럽의 역사를 다룬 전시일 줄이야.


 화력발전소를 클럽과 전시장, 라이브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위용에 압도되었다는 것이 내가 크라프트베르크(같은 장소에 트레저도 있다.)를 본 첫인상이었다. 

크라프트베르크: 예전 화력발전소가 지금의 전시, 라이브, 클럽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 되었다. 주소: Köpenicker Str. 70, 10179 Berlin


클럽 트레저 입구 (C) hoonjoona

 전시는 1층부터 3층까지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층은 주로 트레저의 역사를 기록한 필름을 프로젝트로 상영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헤드폰 위에 작은 족두리 같이 생긴 제법 큰 센서가 달려있어서 그 영상 근처에서 그 영상에 해당하는 사운드가 재생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었다. 

헤드폰에 부착된 사운드 수신 센서로 해당 영상의 소리를 듣게 된다. (C) hoonjoona

2층은 트레저의 다양한 기록물과 관련 영상 그리고 3층에는 모래를 활용해서 예전 트레저가 있었던 장소를 재현한 랜드스케이프 작품이 큰 규모로 설치되어 있었고 이 장소에 어울리는 사운드가 디자인되어 헤드폰에서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3층의 다른 면에는 그동안의 트레저 레이블에서 발매한 LP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층에는 클럽 트레저의 각종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C) hoonjoona

 

3층 전시장의 'Stomping Ground' , Anne de Viries, 2022. Commissioned by Tresor 31 (C) hoonjoona
트레저 레코즈의 발매 음반들 (C) hoonjoona

 2022년에 31주년을 맞이하는 클럽 트레저의 역사는 베를린 테크노의 부흥을 이끌었고 통일 독일의 청년들이 자유롭게 같은 장소에서 소통하고 융화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제공했다는 큰 의미를 갖는다.


 트레저의 설립자 디미트리 헤게만 Dimitri Hegemann 은 이렇게 회고한다.

 "청년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 내는 데는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런 공간이 있고 거기에서 그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함께한다면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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