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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JayPark Dec 07. 2021

어느 날의 아침

지금은 재개발되어 사라진 옛날 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께 잔소리를 듣던 꿈을 꾸다가 일어났다. 새벽 6시경이었다. 멍하니 누워서 다시 잠이 들길 바랐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보기도 좀 그랬다. 결국 또 옛날 생각에 잠겨 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오전 6시 10분에 일어났다. 주로 어머니가 방에 와서 나를 깨워주셨는데, 6시 5분에 깨우실 때도, 6시 13분에 깨우실 때도 항상 "늦었어 어서 일어나!!"였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나는 대로,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나는 대로 배신감이 들었던 잠결의 새벽.

방에서 나오면 부엌인데, 그 새벽에 이미 밥솥과 가스레인지는 열심히 돌아가며 아침밥과 내 도시락이 준비되고 있었고, 내방 바로 옆 응접실에서는 아버지가 베란다 쪽 소파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신문을 읽고 계신다. 반대쪽 텔레비전에서는 아침 뉴스 혹은 아침방송이 나오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보다 늦게 일어나신 적은 내 인생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아침은 항상 늦고 피곤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침은 항상 이르고 분주했다. 이르고, 분주했다. 모든 아침의 분위기를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어머니는 지금도 6시 즈음에는 일어나서 여전히 분주한 아침을 보내신다. 어느새부턴가 아침밥은 간단한 빵으로 바뀌었지만, 함께 일어나 식사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도 더 늦게 일어나지 않으시고 비슷한 시간 일어나 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하신다고 했다. 지독한 중년 즈음의 삶의 패턴이 몸에 깊숙하게 새겨져서 일 것 같다. 내 나이 즈음의 부모님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이제 나의 딸이 그때  내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이들이 학교로 가려고 분주히 준비하는 소리에 깬다. 비몽사몽 침대에 누워있으면 학교 가려고 대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공허하고 나지막한 목소리의 '갔다 올게'에 힘겹게 '갔다 와'라고 대답한다. 아마 들리지도 않았겠지만.

중년의 아빠가 되면, 그렇게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 이르고 분주한 아침을 보낼 거라 생각했다. 부모가 된다면 저절로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 맞춰 출근하던 회사원 시절에도,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자영업자의 삶을 살아도 결국 고등학교 때의 나와 같이 겨우겨우 일어나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부모란 길에 들어서서 그저 살아온 것일 텐데, 같은 시간을 보낸 그때의 부모님과 지금의 나는 이리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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