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6
하루 만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태그커피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급진적으로 양도양수가 진행될 것 같다. 바로 앞에 국숫집 모녀가 토요일아침 문을 열자마자 카페로 와서 자리를 잡고 앉더니 태그커피 인수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마음을 먹고 권리금 조정을 위해 함께 온 것이다. 딸은 이미 지난주부터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남동생이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어서 고민 끝에 함께 카페를 운영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미 카페를 내놓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고 나름의 고민 끝에 결정을 한 것일 테다.
카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조바심이 났던 나는 동네 주민분들과 단골 사장님들에게도 카페 인수 할 분 있으면 소개라도 시켜달고 말해놓은 상태였다. 동네분이 하신다고 하면 권리금을 낮춰드릴 수 있다고도 말해놓은 상태였다. 이런 작은 동네카페의 양도양수 이슈는 삽시간에 깡통 할아버지들과 동네 사장님들과 부동산 사장님들에게까지 퍼져나가 버린 듯했다. 국숫집 딸은 우리 카페를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대충의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앞도 뒤도 재지 않고 권리금을 얼마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갑자기 이렇게 저돌적으로 앞서가는 사람을 만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반가운 마음이 앞선 나는 “저는 권리금 2000만 원에 들어왔지만 주민분이 하신다고 하면 1500만 원까지 해드릴 생각이었다. 도혜엄마가 동생이랑 같이 한다고 하면 1000만 원까지 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모녀는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카페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동선이 안 좋다느니 개수대가 작다느니 거슬리는 부분을 꼬집어 말해주고는 그건 차차 돈을 모아서 고치면 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카페를 나가면서는 자신들이 인수하는것로 하고 남편과 의논해 보고 100-200만 원이라도 더 깎아주면 좋고~ 하시면서 나가셨다. 남편은 내가 1500에서 갑자기 1000으로 너무 많이 낮춘 게 아니냐며 너무 성급하게 금액을 낮춰서 말한 것 같다고 질책을 했다. 사실 마지노선을 1000으로 잡고 있었던 지라 그냥 나도 모르게 그 금액이 입으로 나와버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실 나름 걸리는 부분들도 있고 낡을 대로 낡은 가구나 기계, 집기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내 욕심을 채우는 것보다 앞으로 운영할 분이 직접 겪으면서 느끼게 될 실망감도 알고 있기에 마지노선의 금액만 받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손해 보고 떠난다는 생각보다는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한 나 자신을 느끼고 떠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녀는 빨리 계약금을 입금하려고 했다. 며칠 후 다시 방문한 모녀는 카페 인테리어공사를 하고 싶다며 집주인과 만나길 원했다. 나는 아직 집주인에 에 카페를 내놓은 것조차 말을 안 하고 있었던지라 조급증을 내는 모녀를 맞춰주기 힘들기도 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고 가게를 내놓은 이야기와 국숫집 모녀가 인수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주인도 당황해서 다음 주쯤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말하고는 올라갔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했는데 내가 깎아준 금액으로 카페에 더 투자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지금 매출도 좋아지고 있고 이대로 운영해도 나쁘지 않은 상황에 내가 너무 인심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노후된 가구와 집기뿐 아니라 레시피교육과 나름의 노하우까지 전수를 해줘야 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아서 내심 감추고 아끼면서 전달해주지 않는 부분이 생길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막상 인수 후 그들이 얼마를 투자해서 어디까지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지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국숫집딸에게 문자를 했고 1300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더 이상은 깎아주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자를 본 그녀 엄마는 주저함도 없이 당장 길 건너 달려왔다.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내가 먼저 금액을 낮춰서 제시해서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려고 했는데 차질이 생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금액을 나도 모르게 너무 낮춰서 말한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하며 내입장도 생각해 주시고 앞으로 가게오픈 전까지 와서 교육받을 부분도 고려해 달라고 했다. 모녀는 둘이 눈짓을 하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1300만 원에 대한 계약금을 입금하겠노라 했다. 또 내가 마음이 변하기 전에 입금하겠다며,,,,, 돈이 걸리니 나도 그렇고 그 모녀도 그렇고 속이 뻔하게 보이는 걸 알면서도 뻔뻔스러워지는 것 같다. 이렇게 태그커피 양도가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
아쉽지만 이런 마음이 들 때 떠나는 것이 나에게도 더 좋은 추억으로 남겨질 거라 믿기에 뒤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대봉루사장님, 소장님, 황궁짜장 사장님, 백사장님, 김사장님, 깡통의 여러 어르신들, 아침 사이즈업손님들, 청산아가씨, 방과 후피아노 선생님, 쌀유통 사장님, 주민센터 팀장님과 용원선생님과 여직원들, 교양 있는 할머님 두 분, 빙수단골어르신부부, 다움병원직원들, 그 외 동네 주민분들, 근처 사무실직원들 이름도 모르고 서로 아는 건 없지만 그래도 손님과 카페주인으로 만남을 이어올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시고 배려해 주신 거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오늘부터 태그커피에서 더 많이 즐기고 모두모두 더 많이 눈에 가슴에 담아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