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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Dec 28. 2023

내 모습 그대로 이력서에 적기

이력서를 정리하면 내가 숨기고 싶은 부분과 과시하고 싶은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실패도 성공도 그대로 드러나는 이력서를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계속해서 접는다. 그렇게 접고 접어도 끝없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글에서 드러난다. “이만큼 커다란 프로젝트에서 나는 이만큼이나 잘했습니다.”, “여기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과정에서 얻은 게 더 많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고, 나만의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해석을 덧붙이려고 노력한다.



브루노 마스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마크 론슨이 팟캐스트에서 “자기가 하는 일은 아티스트의 마음속 깊은 어둠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의 “deep dark shit”이야말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부분을 그대로 드러낼 때 음악은 오히려 빛이 난다.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반영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된다. 잘 꾸며진 사람보다 날 것 그대로의 상대방을 마주했을 때 드디어 공감하게 된다. 신뢰하게 된다.


내가 이력서를 정리하고 회사에 제출하려는 이유는 내가 동작하는 방식이 그 회사의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력을 쌓아왔는지가 회사의 업무나 기대와 맞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마음을 자주 잊는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더 근사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진다.


열심히 꾸민 내 모습이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동료로 만나 함께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서류를 교환하고 직접 얼굴을 마주 본다.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들보다 실패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지만, 있는 그대로 이력서에 적는 이유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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