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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Feb 02. 2024

왜 회의는 실패하는가(그리고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Why Meetings Suck and How to Fix Them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행해집니다. ‘무슨 고기를 제일 좋아하세요?’ 같은 질문이 회의 시간에 정말 필요한가요? 마치 TED 무대에 오른 것마냥 자기 자랑을 하는 리더도 있지요. 참여한 모든 사람의 줌 세팅을 고치느라 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최근 31개국 3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3가 넘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첫 번째 이유는? 네, 비효율적인 회의입니다.


회의는 사실 위대한 발명입니다. 명령을 내리고 조종만 하던 산업 혁명 시대를 지나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을 위임하는 것으로 조직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겨난 민주적인 방법입니다. 문제는 회의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나쁜 회의죠.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었잖아요(This could’ve been an email)’라는 말이 나오는 회의가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회의의 1/3이 다 나쁜 회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쁜 회의는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 것 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나쁜 회의는 잔상을 남깁니다. 그리고 자꾸 들었던 말을 돌아보게 만들죠. 그리고 그 잔상은 전염됩니다. 당신은 그걸 말하지 않고는 혼자 버틸 수 없으니까요.


그럼 왜 좋은 회의를 하지 않는 걸까요? 애빌린 역설(Abilene paradox)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한 가족이 저녁을 먹기 위해 길고 더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애빌린을 향해 가고 있죠. 모두가 그곳에 가면 끔찍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애빌린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게 많은 회사에서 미팅이 동작하는 방식입니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인해 아무도 문제를 말하지 않고, 누구도 문제를 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1. 진짜로 필요할 때만 회의를 소집하세요.

리더는 팀원들과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 있거나, 팀원과 서로 대화하며 결정해야 하는 아젠다가 있을 때에만 회의를 소집해야 합니다. 상호교류가 없어도 되는 내용은 이메일로도 충분합니다.


2. 미팅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세요

꼭 30분, 1시간으로 미팅을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18분짜리 미팅이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아젠다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집중해서 균형을 맞추고, 결정을 내리는 일은 사실 10분 안에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참가자를 제한하세요.

할 말이 없는 사람은 미팅에 참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미팅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초대하지 않으면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모두를 초대하기 때문이죠.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해보세요. “오늘 미팅 X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X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꼭 참석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끝나고 회의록을 공유해 줄게요. 물론 다음번 미팅에 참석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할수록 더 큰 소속감을 느끼게 될 거라는 기대는 착각입니다.


4. 참여를 유도하세요.

너무 많은 회의가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지배됩니다. 참석한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리더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게 되죠(혼자 말하는 사람이 리더일 때도 있지만요). 리더는 ‘우리가 왜 모이는가’에 대해 스스로 대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떤 사람들을 초대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참석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세요. 브레인스토밍 미팅 초대 메일에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을 사용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초기 아이디어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함께 보내보세요. 미팅을 들어오기 전에 할 말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위 내용은 미팅 전문가인 조직심리학 교수 스티븐 로겔버그(Steven Rogelberg)를 조직심리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가 팟캐스트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저는 아마존의 회의 방식을 좋아합니다. 파워포인트 대신 워드로 자료를 정리하고, 참가자는 침묵하며 자료를 함께 읽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방식을요.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기 위한 ‘의사 결정 회의’와 아이디어를 나누며 다른 방식을 찾아보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회의’로 나눠서 미팅을 진행하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회의 방식은 아마존처럼 회의하라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읽으며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방식을 차용해보기도 하고, 원격으로 업무를 보는 문화는 일을 버려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좋은 미팅은 사실 일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솔직한 대화는 성장을 촉진시키고, 일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줍니다. 하지만 좋은 미팅에 정답은 없습니다. 결국 어떤 회사인지, 누구와 일하는지, 만드는 프로덕트는 무엇인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은 달라집니다. 여러 책에서 배운 방법을 시도해 보며, ‘이메일로 충분했었을 회의’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회의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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