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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Jul 03. 2024

문화란 당신이 하는 말이 아니다

Shape Up 셰이프업 방법론

37signals를 공동 창업한 Ryan Singer가 쓰고 배포한 Shape Up을 지난 5주에 걸쳐 읽었다. Shape Up은 Basecamp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한글 번역 요약본도 있다). 리더가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해야 하는지, 해결 방법을 팀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Shape Up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모든 회사의 방법론은 다듬어진다. “문화란 당신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Culture is what you do, not what you say)”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도 생각이 난다.


창업을 하고 난 뒤 경영서적을 많이 읽었다. 사업가들의 인터뷰를 읽고, YC의 스타트업 스쿨도 들었다. 심리학이나 역사처럼 관심 밖의 영역도 자주 찾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현재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과거의 글로 그대로 적혀있었다. 나에게는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이미 다양한 형태로 비슷하게 일어난 일들이었다. 혼자서 끙끙거릴 필요가 없었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맞춰 고민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에 맞춰 변주를 시도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Shape Up을 읽으면서 리더십에 관한 내용에 밑줄을 많이 그었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도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도망칠 구석을 남겨두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기가 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상명하복의 방식으로 넘어가는 리더십으로 인해 방법론이 해체되는 과정을 무수히 지켜보았다. Shape Up에서 반복해서 좋았던 부분은 모든 과정이 리더십 레벨에서 책임을 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If a project doesn’t finish in the six weeks, it means we did something wrong in the shaping. Instead of investing more time in a bad approach, the circuit breaker pushes us to reframe the problem. (프로젝트가 6주 안에 끝나지 못했다면, Shaping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잘못된 방향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문제 자체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예상된 기간 안에 일을 끝마치지 못했을 때, 실무자가 아닌 ‘셰이핑(플래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리더십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지점이 의사결정자들에게 가장 크게 실망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이라고 코멘트를 적어 놓았다).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믿는다. 재능과 노력의 영역도 존재하지만, 업계의 흐름이나 시장의 크기, 하다 못해 누구도 예상 못한 전염병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 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가치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가치는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직업윤리를 가지고 일하는 동료들과,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리더들이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해야 그 가치는 만들어진다.


방법론에 정답이 없듯, 비즈니스에도 정답은 없다. 나는 함께 만드는 가치를 위해 쓰는 시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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