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쫓겨나 마루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가 눈물겹게 행복한 이유
침대 아래 놓아둔 전화기의 충전 중인 전선을 찾아 휴대전화를 들어 올린다.
눈을 반쯤 뜨고 휴대전화를 켜서 밤새 내 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테슬라 주가'를 검색해 본다.
오늘은 헉 거의 2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에잇~!"
한마디를 내뱉고는 '어차피 장투를 목적으로 가진 주식이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하고 마음을 달래 본다.
옆 침대의 신랑이 깰세라 조심조심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
거실에 어제저녁에 깔아놓은 요가매트가 보인다.
반듯이 누워 아침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누워서 다리와 허리 근육을 스트레칭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기자세로 스트레칭을 마쳤다.
적당한 강도인 것 같아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 요즘은 "빅씨스"의 홈트 프로그램을 자주 따라 하는 편이다.
20분인데도 잠옷이 땀에 약간 젖을 정도로 운동이 된다.
운동을 마치고 물 한잔을 마시고 아이들 아침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주말에 계란김밥을 쌀 요량으로 만들어 놓은 두툼한 계란말이와 묵은지를 씻고 종종 썰어 들기름에 볶은 김치, 참기름에 은근히 구운 백명란과 김을 꺼낸다.
전자레인지에 현미 햇반 두 개를 돌려서 참기름과 식초, 소금, 설탕으로 밥에 밑간을 한다.
이 밑간 하는 법은 엄마가 하던 방식이다.
밥이 적당히 달고, 간도 맞고, 고소하고, 초밥 같은 느낌이 나서 김밥이 더 맛있다.
식구가 네 명이니 딱 네 줄을 만다.
재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김밥 마는데 십분 남짓 걸린다.
유리식판에 김밥을 담고 양배추, 방울토마토, 배 서너 조각, 귤 반쪽을 담아 세팅을 하고 상보로 덮어 놓는다.
이제 나의 아침을 준비한다.
나는 썰다 남은 김밥 꼬다리 여섯 개, 훈제 연어, 수제 그릭요거트, 견과류 한봉을 꺼내어 한 접시에 담고 어제저녁에 갈아놓은 사과와 당근주스를 한 컵 준비해 어제 못다 본 넷플릭스를 켜서 보면서 먹는다.
이제 시간이 여섯 시 반이다.
내가 먹은 것과 아이들 상 차리느라 나온 설거지를 하고 출근 준비를 위해 씻으러 욕실로 들어간다.
씻고 화장하고 출근준비를 마친 시간은 보통 7시 20분이다.
간 원두와 텀블러를 꺼내어 드립커피를 한잔 내리고 레몬수를 한잔 타서 출근을 한다.
오늘은 월 초 전 직원 조회와 내가 한 달에 한번 주제를 가지고 직원들을 교육하는 시간이 오전에 잡혀 있다.
출근해서 오늘 교육내용을 한번 더 꼼꼼히 살펴보며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한잔 마신다.
월 초이고 오늘은 행사가 많아 하루가 금방 지난다.
점심은 식성 좋은 남자 부장이 추천하는 양 많은 돈가스집이다. 배부르게 먹는다.
오후 시간은 월간 일정에 대해 부장들과 조율하고, 얼마 전 본사에를 다녀온 부장을 통해 본사의 동향을 듣고 지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지 논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섯 시 반 퇴근이다.
오늘 막내는 저녁 늦게까지 학원이 있어 큰아이와 셋 이만 먹는다.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개강날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저녁을 먹은 후 있다는 논술학원 아르바이트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설거지를 가지고 신랑과 투닥거리다가 "스탠바이미"에 부루마블 게임으로 정하기로 한다.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신랑이 자산 10억 돌파로 자동으로 게임이 끝났다.
식기세척기에 저녁 먹은 그릇들을 넣고 돌린다.
뒷벅지, 허벅지 안쪽, 엉덩이 근육을 집중 공략하고 인클라인을 14로 올려 5.5의 속도로 유산소를 40분 하니 숨이 턱에 차고 옷이 흠뻑 젖었다. 수건 두 개로 땀을 잘 닦고 헬스장을 나섰다.
밤공기가 시원하다. 헤드폰에 음악 볼륨을 크게 올리고 천천히 걸어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하니 학원면접을 마치고 온 큰아이와 신랑이 한창 이야기 중이다.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는 먼저 씻는다.
씻고 나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원 원장의 부당한 요구가 있는 듯하다.
큰 아이에게 학원원장 이야기 대로 하는 것은 마치 사기와 같으니 그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하고 일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학원을 마치고 귀가한 막내까지 합세해 내가 자려고 누운 침대에 들이닥친다.
큰아이는 학원 알바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며 아까 했던 이야기를 또 계속 늘어놓는다.
작은아이는 오늘 첫 등교인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징징댄다.
두 명이 머리맡에서 떠드니 와글와글 안방이 소란스럽다.
열한 시다.
나는 소리친다. "서연이 너는 결국 네가 결정할 일이니 조용히 혼자 가서 고민하고, 해연이 너는 머리 아프면 호주에서 사 온 생약성분 진통제를 한 알 먹고 얼른 자!" , "그리고 엄마 자게 얼른 나가!"
둘이 입을 삐죽이고 눈을 흘기며 "신생아도 엄마만큼 일찍은 안 잘 거야!" 하고 일어나서 나간다.
이렇게 아침의 시작과 저녁의 끝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나의 기러기 엄마 생활을 마감하고 올해 1월부터 나는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이렇게 소소하게 저녁 설거지를 두고 신랑과 게임을 하고, 안방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쫓아내고 잠이 드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까지 나려 한다.
행복은 행복할 때는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이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정확하게 잘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나는 요즘 알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한다. "이제는 엄마가 산날보다 살날이 더 짧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