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는 아마도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자 희망사항일 것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을 테니까. 저마다 하는 일은 다르겠지만, 회사라는 공동체 안에서 상사와 동료와 함께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어느덧 직장 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름대로 연차가 쌓여 일도 익숙해지고 동료들과도 아주 잘 지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내가 회사에선 막내라는 사실이다. 물론 나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들은 있지만 나이는 여전히 가장 어리다. 우리 회사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근속연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상사가 퇴직할 때까지 신입을 뽑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회사에서 나의 막내위치는 꽤 오랫동안 갈 것 같다.
비교적 다른 회사들에 비해 일도 많지 않고 야근도 많이 안 하는 편이지만, 연말이나 연초처럼 일이 많은 시기에는 내 할 일을 다해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내가 할 일이 없어도 눈치껏 회사에 남아있다가 퇴근해야 한다. 아마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집에 가면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출근하는 순간부터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걸.
다행히 오늘은 불금인데도 불구하고 칼퇴를 했다. 저마다 집으로 가려고 필사적으로 전철에 몸을 싣느라 정신없었다. 그 힘든 순간에도 나는 칼퇴해서 집으로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주말,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칼퇴는 곧 피로회복제이자 자유의 시간이다. 퇴근길 버스에서는 기절하면서도 퇴근해서 집에 오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 마무리를 하면 그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으니까. 재미난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보고 하루의 마무리로 일기를 쓰는 것. 매일의 일상이 곧 행복이자 즐거움이다. 매일의 나의 일상에 칼퇴는 즐거움의 배가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칼퇴할 자격 충분하다. 불금인 오늘 모두가 칼퇴의 행복을 만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