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욱 Jul 13. 2021

어디 하자 있는거 아니야?

나혼자산다#5

언젠가 직장 상사와 술을 먹으며 결혼 이야기를 하는데 나한테 대뜸 하는 소리가.


"어디 하자 있는 거 아니야?"


참 난감했다. 그냥 엷은 웃음 지으며 아무 대꾸도 안했다. 이렇게 말하고 말싸움(?)을 시작할까도 생각해봤다.


"결혼 한 사람(당신)도 하자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하자 없는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이렇게 대꾸하면 직장 상사가 기분이 언짢을까봐 이처럼 대꾸 한 적은 없다. 하하. 괜히 대꾸했다가 쫌생이 소리를 들을라. 상대방은 '농담이야 농담'하면서 달랠테고.



결혼 막차를 타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결혼 안 했고, 3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나를 보고 충분히 툭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긴하다. 보통 툭 던지기 때문에 깊숙히 박힌다. 마음에는 두부를 던져도 아플 수 있다는 걸 왜 마를까.


"어디 하자 있는 거 아니야?"


다시 이야기하자면, 이 질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겠더라.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하자가 왜 없겠는가. 하자가 한 가지 이상은 있지 뭐.


"결혼 한 사람도 하자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하자 없는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다시 돌아오자. 위와 같이 역으로 물어본다면 상대방도 특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할 것이다. 긍정하자니 자기가 아까 내게 한 질문에 대해 괜히 머쓱할테고. 또 부정하자니 틀린 말도 아닐테니까 말이다. 괜히 저렇게 역으로 물어보면 말싸움으로 번질 것 같다.


"어디 하자 있는 거 아니야?"


이 물음을 면전에서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생각했다. 혹시나 혼기를 놓친 분(?)들이나 늦은 나이까지 결혼 안한 분들에게 농담으로라도 "어디 하자 있는 거 아니야?"라고 묻지 않기로 했다. 말 조심하기로 했다. 누가 들어도 썩 기분좋은 질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기분 좋겠는가.


"어디 하자 있는 거 아니야?"



하자(瑕疵)「명사」옥의 얼룩진 흔적이라는 뜻으로, ‘흠’을 이르는 말. / 표준국어대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