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파느냐.. 그에 앞서 ‘누가’ 파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소규모 문구류 사업
한줄요약 : 무얼 파느냐.. 그에 앞서 ‘누가’ 파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2018.1 ~ 12
돌이켜보면 2018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이면지가아까워서그리는재수일기’를 연재하고 직접 디자인한 문구류를 판매했던 그 시기가 가장 저다웠던 것 같습니다. B급 감성 속에 나름의 멋진 스토리를 담고 남의 시선과 수익을 신경 쓰기보다는 온전히 제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구현했던 나날이었습니다.
1. 재수 이후 가치관의 변화
고3 수능 때까지만 해도 제도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행정고시를 쳐서 고위 공무원이 된다거나 외무고시를 쳐서 외교관이 된다거나 등등 // 그런데 현역 입시에서 완벽하게 실패했고 재수 이후에도 목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진학 목표가 꺾인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제 욕망이 제대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이미 깔려 있는 판 위에서 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보다는 판 자체를 까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문구류 사업부터 시작했습니다.
2. 내 세계를 만들어가고 싶었기에
솔직히 대외활동에 대해서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젝트의 A to Z를 기획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역량과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비교적 정량화된 스펙을 인정받기 위해 특정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대외활동 과정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획 및 소통 방식 혹은 만나는 사람들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3.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저의 경우 프로젝트의 A to Z를 스스로 명확히 파악한 이후 전체 맥락 속에서 각 분야별 최선의 전략을 도출하며, 결정하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일한다기보다는 복잡한 일들을 마주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찾아내려고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섹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몇 페이지 안 됐는데 내용이 좀 역하네요.)
1. 디자인툴 다루는 것에 자신이 없는 분들께
초등학교 시절 데스크탑에 설치되어 있었던 포토샵을 갖고 놀았기에 어도비 툴을 어느 정도 다룰줄 알았으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디자인은 자신도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포맷에 제 아이디어를 살짝만 집어넣는 식으로 제품 디자 인을 진행했습니다. 뭐 무에서 유를 만드는 디자인 능력이 없는 저의 핑계일 수도 있지만 창의성 은 적당한 울타리가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템플릿’, ‘최소한의 양 식’ 등등 생각이 막힐 때엔 나름의 울타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떠할지...
2. 인쇄 외주를 앞두고 계신 분들께
온라인에서 주문 제작하는 것보다는 충무로 인쇄거리 발품을 파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 렸습니다. 21살 김흥식은 세상이 무서웠기에... 처음 인쇄소 찾아다닐 때는 어머니와 동행했습니다. (이후엔 혼자 다녔습니다...) 인쇄소 사장님과 직접 소통하면서 인쇄판의 언어와 문법을 배울 수 있었고 대략 인쇄 업계가 어 떻게 돌아가는지 어깨너머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충무로 인쇄판은 좁고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고 일대로 고이셔서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인지라 이 틈바구니에서 대화만 나눴음에도 신제품 구상 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꼭 인쇄 관련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위탁 제조를 맡기셔야 하는 상황 이 찾아온다면 제조사에 꼭 방문해보시길. 자다가도 떡이 생기니까.
3. 인스타 홍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콘텐츠를 자주 업로드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저의 재수 생활 이야기 를 담은 ‘이면지가아까워서그리는재수일기’를 주기적으로 업로드 했고 이 콘텐츠를 통해 제 인스타 그램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정 제품을 어떻게든 팔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기면 고객들은 순간 긴장합니다. 마치 노량진 수 산시장 가서 호객행위 피하려고 정면만 보고 걸어 다니는 것처럼. SNS를 통한 마케팅에 있어서도 우리 제품 사달라는 의지가 너무 강하게 노출되면 해당 브랜드 계정은 외면 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잠재고객들의 거부감을 덜고자 조금은 우습게 보이 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A급의 제품 퀄리티와 A급의 SNS 콘텐츠 디자인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가볍게 저희 제품을 알리려고 했죠.
4. 일단 사람부터 모아야 하는 이유
제가 개설한 네이버 까페와 인스타그램에서 입시 자료들을 무료로 공유하며 이미 팔로워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광고 비용 지출 없이도 제품 홍보가 수월했습니다. 구매 전환율도 굉장히 높았구요. 입시를 주제로 새로운 콘텐츠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면 타브랜드의 문구 류까지 유통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실제 소규모 문구 브랜드에서 협업제안이 몇 차례 있었으나 이때 제 인스타그램 정체성 유지한답시고 거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습니다,,) 보통 SNS에서 소자본 창업을 시작하는 경우 출시되는 제품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아보려고 하지만 제품 생산비 이상으로 광고에 돈을 태우지 않는 이상 자금 회수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우선 좁아도 탄탄한 팬층이 존재해야 일반소비재를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특히나 1인 창업 기업 입장에서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료 콘텐츠를 흩뿌 리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5. 뭘 파느냐보다는 ‘누가’ 파느냐가 더 중요하다.
입시 자료를 무료로 공유했던 것, ‘이면지가아까워서그리는재수일기’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했던 것. 이렇게 누적된 제 삶은 잠재고객들에게 ‘아 저 사람은 입시에 꽤나 절여진 사람이구나.’ 라는 메시 지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별도의 오피셜 계정을 운영하지 않고 제 개인계정에서 판매했던 것 역 시 빠른 판매량 증가에 있어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브랜드에서는 ‘진정성’이 포인트이고 이 진정성은 그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으로부터 보여 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인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자체가 생명력을 갖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와 제품 라인업의 역사가 너무 짧고 깊이가 얕기 때문에 브랜드 운영자가 갖고 있는 삶의 역사를 브랜드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