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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Aug 30. 2023

2. 발리 한식당 사장의 대답이 맘에 들었다!

 발리에서 우리는 누사두아, 사누르, 쿠타에 3박씩 숙소를 잡았다. 첫 번째 숙소인 멜리아 발리는 호텔이 즐비한 해변가에 위치했다. 발리에 도착하고 첫 숙소여서인지 며칠 동안 한식이 그립지 않았다. 하지만 3박 4일의 누사두아 일정을 마치고 사누르 지역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우린 한식의 그리움을 넘어 한식이 필요했다.

 사누르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이모식당으로 걸어갔다. 구글맵을 열어 경로를 탐색하고 출발하니 우리 숙소인 마야 사누르 리조트에서 이모식당까지 걸어서 20분 좀 넘게 걸렸다. 한 낮이라 무척 더웠지만 우리는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양쪽으로 즐비한 상점을 지나 힘차게 걸었다.

     

사진 ALPHONS

 도착하자마자 김밥, 김치찌개, 라면, 제육볶음 또 라면을 추가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니 사장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인 사장님 한 분과 현지인 직원들이 있었다.

 우리 가족이 여행한 달은 5월인데 사장님께서 사누르 지역은 6월부터 호주 사람들의 휴가가 시작되고 우리나라 아이들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많이 찾기 때문에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한가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 주셨던 분들도 사누르가 발리에서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 치안이 좋고 깨끗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누사두아의 휘황찬란한 호텔들 사이에 있다 온 우리가 보기엔 상대적으로 바닷가에 위치한 로컬가게가 많은 시골 마을이었다.      


 우리 가족은 은근 한식파라 이모식당을 시작으로 세 번째 숙소인 쿠타에서도 한식당 찾아다녔다. 쿠타 숙소인 파드마 르기안에 도착해서는 블루문이라는 곳을 갔다. 한식당은 아니지만 한식이 있었고 맛있고 깔끔했다. 하지만 식당 안은 더웠고 오래 기다려야 했다.


 첫날은 카레를 먹었고 마지막날엔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한국 BBQ라는 메뉴를 포장해서 먹었다. 얇은 고기를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워낸 건데 주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서 밥을 추가해서 먹으면 한식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다. 블루문은 직접 가서 먹는 것은 비추, 무조건 포장해서 컵라면 하나 사들고 시원하고 여유로운 숙소에서 먹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      


 쿠타의 숙소는 스미냑과의 거리도 가까웠다. 우리는 또 여비한식이라는 곳을 찾았다. 우리가 묵었던 파드마 르기안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그랩을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시내와 달리 주변은 어두웠다. 걸어갈 생각은 하면 안 되는 길이었다.

     

사진 ALPHONS

 첫 느낌은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따라한 외관과 메뉴였다. 윤식당도 맛은 본 적은 없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기준으로 70~80프로 정도는 따라잡은 느낌이었고 가게도 깨끗했다.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팔면서 비싸게 받는 것보다 현지 재료를 잘 이용해서 한식을 만들어 대중적인 가격과 맛을 잡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차피 발리도 종교적 이유로 고기를 수입해 올 수 없어서 현지 고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식당이라고 써붙여도 현지 고기에 현지 재료로 요리한 것들이지만 전통적인 한식당 외관인 식당들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비식당은 한식당과 분식점의 중간 정도였다. 깨끗하고 대중적인 가격으로 이런 가게가 한식을 더 잘 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외국에서 식당을 찾을 때는 구글맵을 이용하고 그 리뷰를 여러 개 확인하고 식당을 결정한다.


 여비식당 스미냑지점을 찾았을 때 사진도 마음에 들었고 리뷰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5점짜리 보다 1, 2점짜리를 찾아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5점은 지인, 광고, 리뷰 서비스가 포함된 점수이지만 1, 2점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 가게의 최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읽고 결정하는 편이다.  

 한식당 사장님과 그 경영팀은 별 1개, 2개짜리 평점에는 꼭 답글을 달았다. 흔히 별점테러라고 불리는 리뷰에 대한 답글은 정중한 인사를 담았지만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인 거였다.

      

<별 1개>

평가: 내가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갔다. 테이블에 놓지 말라고 했다. 다시는 안 올 거다.

답글: 여기는 사업체야. 포틀럭 파티를 하기 위해 무엇이든 가져오는 친구집이 아니야!  

   

<별 1개>

평가: 내가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맛없고 소고기 2 슬라이스가 전부였다.

답글: 고기국밥이 아니라 김치국밥인데 뭘 기대해?     


<별 1개>

평가: 직원들의 서비스가 매우 나쁘고 무례하다.

답글: 우리 가게는 작아서 준비하는 동안 포장은 대기실에서 기다려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잖아!   

  

<별 1개>      

평가: 순두부찌개에도 김치, 떡볶이에도 김치, 비빔밥에도 김치 김치만 들어가면 한식인지

답글: 김치를 넣는다고 설명에 쓰여있으니까 넣지 말라고 말해!     


<별 2개>

평가: 허니 머스터드에서 바나나 맛이 난다. 그건 별로라고 생각한다.

답글: 단골분들에게 사랑받는 소스임. 다른 곳 가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여비한식 스미냑 지점의 이런 답글 난 왜 마음에 들었을까? 한국사회의 손님은 왕이다라는 마인드가 불편해지기 시작할 때 읽은 글이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기도 하고 그 글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나이 드신 노부부가 식당을 열고 음식 평가에 답글을 단 내용의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좨송해요, 만이 드릴개요"…분식집 리뷰에 노부부 답글 '먹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0004#home


 패스트푸드와 일정한 음식의 정량화된 맛과 규격이 정해진 것들이 많아졌다. 사실 빠르고 정량화된 맛은 조미료 등으로 맛을 낸 곳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같은 과일과 채소도 철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같은 양을 넣는다고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일정한 맛은 가능하지만 사실상 항상 같은 맛은 자연의 재료로는 불가능하다.      


 나도 진상고객이었던 어린 날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내 돈 이상의 가치와 정성으로 나를 대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렸던 날은 빠르고 일정한 맛이 좋았고 이제 청년을 지난 때가 되고 보니 노부부의 조금은 느리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했을 음식 맛이 좋고 그립다.      


 여행이라 조금 느리게 보고 걷는 법을 배운다.  

    

 여유로움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나보다 날 더 온유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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