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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Mar 23. 2023

여자에게 있어 서른이란

계란도 한 판에 30개인데..


30살 여자 사람


한국 사회에서 여자나이 서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음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선임이 내게 말했다.

"잘 생각해. 너 이제 곧 서른이야. 어린 나이 아니라고. 한창 혈기 왕성하던 때로 착각하면 안 돼. 이제 결혼도 했고, 또 남편도 사업하는데 너라도 안정적으로 벌어야지."


 걱정해 주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막상 회사를 나와 혼자 사업을 준비하면서 정작 나는 친구나 후배들이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말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이건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밖의 혹독한 현실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서른, 특히 여자에게 있어 30이라는 이 숫자가 뭐가 그리 문제가 된단 말인가. 100세 시대라는데.. 아니, 최소한 요즈음은 잔치도 안 한다는 환갑까지만 산다고 해도 30년은 더 사는 나이인데!

 




계란 한 판의 의미


 계란도 한 판에 30개인 것을 보면 그게 가장 적당하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인생에 있어 30이라는 숫자는 무엇이든 도전하기에 적당한 때가 아닐까 싶다. 20대 때는 아직 여물지 않았기에 그 여물지 않음으로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단련을 하는 시기, 30대는 20대의 경험들을 다듬어 더욱 빠르게 판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이 30대를 어떠한 경험과 실력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40대, 50대, 그 이후의 인생의 달라지지 않을까?


 퇴사를 결정했을 때 동료 디자이너가 말했다.

"아깝지 않아? 기왕 디자이너가 된 거 실장은 달고 그만둬야하지 않겠어?"

 순간적으로 난 대답했다.

"지금 이 생활을 십 년이나 더 하라고? 끔찍해. 실장이 되면 뭐가 좋은데? 지금도 맨날 툴툴거리는데. 그 자리에 올라도 달라지는 건 위치뿐이지 너나 나의 마음이 변하진 않을 걸?"

 동료 디자이너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다 끔찍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안에서 나쁜 추억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십 년을 버티면 제법 좋은 자리가 주어진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남의 눈에나 좋지 내 정신건강에는 분명히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퇴사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회사 나가니까 좋아?'였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는가? 회사를 나갔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로지 자의로만 결정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럼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비록 당장에 배는 고플지라도...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사업을 결심하고 최소 3년은 힘들겠지만 난 할 수 있다고 각오하고 나왔음에도 퇴직 6개월 차에 그리도 힘들었으니 어찌 배고프지 않았겠는가. 자의로 퇴사한 거라 실업급여는 물론 어떠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던 터였다. 물론 당시 남편이 한 몫한 건 사실이다. 사업을 하던 남편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뭐 그렇다고 남편을 원망하진 않았다. 사람은 궁해져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는가. 나의 30대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내 안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그저 열심히 살아온 나날의 연속이었다.

 

 나의 삼십 대는 창업과 폐업, 두 번의 출산, 내 집마련, 법인설립, 본격적 투자 시작 등 새로운 도전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열심히 살았고 성취했고,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20대보다 꿈 많고 찬란했던 나의 30대


 나의 30대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내가 계획하고 생각한 30대의 모습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두 번의 출산과 육아가 생각보다 더 고되었고 그 기간 또한 끝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의 30대의 팔 할은 출산과 육아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30대에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조금은 걸맞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 안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의 선택들로 인해 꽉꽉 눌러 채워진 나의 30대. 그런 십 년의 기간을 후회하는 것은 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이 아쉬움을 그저 아쉬움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나의 40대를 조금 더 힘차게 내디뎌 보려 한다. 내 안에 꾹꾹 눌러 담은 30대의 경험들을 이제는 하나씩 풀어낼 차례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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