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세!!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소동은 2021년이 되어서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밀폐된 공간에 가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하였다. 가족 외의 사람과는 1m 이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살았지만, 내가 구름의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았듯이. ‘코로나-19’와 연관되리라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탄소와 기후변화 뉴스 정도로 중요하고 심각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러한 뉴스로 보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군 남애항에 생선구이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최근에 간 것은 21년 4월 25일 점심때였다. 때가 조금 겨운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았다. 발열 확인을 하고, 방문자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록한 후 자리에 앉았다. 모두 30 좌석을 넘지 않는 작은 어항(漁港)의 조촐한 식당이다. 작은 볼락 두 마리와 큰 볼락 한 마리, 가자미 구이 두 마리가 메인이다. 어떻게 구웠는지 바삭거리며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식감이 좋다.
우리가 앉고, 바로 또 한 가족이 들어왔다. 젊은 주인은 “모두 몇 분이세요?” “여섯 명입니다.”, “죄송하지만 여섯 명은 저희가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따로따로 떨어져 앉을 게요”, “그래도 안 됩니다. 다섯 명 이상 모임금지를 어길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은 기분은 언짢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모두 나갔다. 조금 뒤 동창회 산악 모임인 듯한 육십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섰다. 젊은 주인은 조금 전과같이 거절을 하였다. 남자들은 “우~~” 하고 나갔다. 한참 있다가 4명만 들어와 ‘생선구이’를 시켜 막걸리와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식당으로 간 것 같다.
생선구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사흘 뒤의 아침, 4월 28일 9시쯤에 휴대전화가 “띠링띠링” “문자 왔어요”라고 신호를 보냈다. 강원도 양양군 보건소에서 보내온 문자였다. “양양군 발생 확진자 40, 41호와 이동 동선이 겹쳐 단순접촉자로 분류되었습니다. 확진자가 남애항 ㅇㅇ식당에 다녀갔습니다. 가까운 선별진료소에 가셔서 진단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들이 손녀를 데리고 집에 와 반갑고 귀여워 포옹도 하고 먹을 것을 주기도 하던 차였다. 깜짝 놀라 서둘러 보내고 바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코로나에 관한 뉴스를 매일 보고 듣지만, 막상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치니 아무것도 아는 지식이 없었다. 집에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은 진료소가 지하에 있는데 공사 중이라 먼지가 많았다. 다시 가까이 있는 적십자 병원으로 갔다. 안내하시는 분이 검사비가 1인당 10만 원 정도 발생한다고 했다. 무료로 해주는 줄 알았는데, 보건소에서만 무료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는 다시 종로구 보건소로 이동했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대여섯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비닐장갑을 끼고, ‘코로나19 역학조사서’를 작성한 후, 맨 끝으로 가 섰다.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휴대전화를 보던가, 앞사람의 뒤 꼭지를 쳐다보고 있다. 순서가 되어 투명유리로 완전히 차단된 담당자 앞으로 갔다. 유리창에 댄 나의 역학조사서를 보며, 컴퓨터에 나의 신상을 입력했다. 다음 창구에서 나의 신원을 다시 확인하고, TV에서 자주 보았던 플라스틱 대롱과 면봉 같은 것 두 개를 받았다. 다음 창구에서도 역학조사서와 입력된 이름이 일치하는지 재차 확인 후, 고개를 젖히고 코를 내미니, 면봉을 사정없이 코 안으로 쑤셔 넣고, 이리저리 휘젓는다. 눈물이 나고 갑작스러운 자극으로 코가 아프고 시큰거렸다. 이번에는 입을 “아~~” 하고 벌렸다. 면봉을 목젖까지 밀어 넣었다. 구역질이 났다. 검사가 끝났다. 검사원이 “수고하셨습니다.” 고 인사를 했다. 나도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그 남자를 보고 웃으며 “수고하셨습니다” 진심 어린 감사를 보냈다. 비닐장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코로나-19 검사 후 생활수칙 안내문’을 받아 집으로 왔다.
후에 안 일이지만, 밀집된 공간에서 확진자와 같이 있었으면 ‘밀집접촉자’로 분류되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며, 격리가 끝나는 하루 전에 또다시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운 좋게 우리 부부는 단순접촉자로 분류되어 1회의 진단검사만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를 하면 되었다. 다행이었다.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역병을 퇴치하기 위하여 1차와 2차, 3차의 방역망이 조밀하게 짜여 있다는 것에 놀랐다. 쌀의 뉘(벼 알갱이)를 고르듯 많은 사람들 중에 접촉가능성이 있는 사람만 골라서 진단 검사를 명령하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촘촘한 방역망과 예리한 핀셋 방역조치가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음에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말로만 할 수 있는 최선, 그 최선을 몸으로 실행하는 일선의 공무원들의 노고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경험이었다. 남에게 최선을 요구하기 전에, 나부터 최선을 다하는 시민이 될 것을 다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참 좋다. 짧지 않은 칠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번같이 나라에 감사하고 민족에게 고마웠던 때가 또 있었던가?
우리나라에서 어제(4월 27일) 발생한 확진자는 최근에 많이 늘어 775명, 일본은 어제 발생한 확진자가 4,966명이다. 우리 남한의 인구가 5,182만 명, 일본이 1억 2천6백만 명이다. 인구비례로 계산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확진자가 2,040명은 되어야 일본과 같은 발생률인데, 775명은 3분의 1 수준으로 대단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세계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은 백신의 영향으로 많이 줄어서 50,300명, 영국은 2680명, 프랑스 29,2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일 확진자 발생현황과 이용 가능한 음압병동의 여유분까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브리핑을 해주고 있다. 참 좋은 나라다.
4월 29일 아침 종로구 보건소로부터 ‘이광석 님 4월 28일 코로나-19 PCR검사 음성입니다’는 문자 연락을 받았다. 어제 오전에 했던 검사의 결과를 벌써 알려 준다. 단순접촉자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니 개운하고 기분 좋다.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