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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Dec 01. 2022

구글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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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카카오와 네이버의 매출액을 합산하면 13조 가량의 금액이 나온다. 이들은 작년 한 해에만 법인세로 1조 3천억 원을 냈는데,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법인세로 낸 770억 원과 대조적이다. 구글과 애플은 2021년 한국에서 12조 3천억 원(구글 5조 3천억 원, 애플 7조 원)을 벌어들였는 데도 말이다. 구글과 애플이 낸 법인세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낸 법인세의 6%에 불과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해외 빅테크들의 운영 구조 때문이다. 조세 원칙상 법인세는 국내의 고정사업장(사업 주체)에만 부과할 수 있는데, 구글과 애플은 국내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콘텐츠 위주 사업이 메인이기 때문에 해외 빅테크 기업의 입장에서는 굳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둘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설립하고 한국에 서비스하는 형식으로 법인세를 줄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 한국의 앱 마켓 사업의 서버(고정사업장)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매년 5조 이상 발생하는 매출은 당연히 싱가포르에 신고하게 된다. 국내에는 광고 사업 관련 서버만 두고 있기 때문에 구글코리아 자체 매출은 3천억 원이 되지 않는다. 다국적 빅테크들의 이러한 운영 구조는 한국 밖에서도 동일한데, 최대한 낮은 세율을 찾아내는 다양한 절세 능력으로 조세 당국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국 정부는 다국적 빅테크 기업들을 저격한 새로운 조세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구글세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조세 제도인 디지털 세(Digital Tax)의 기본 원칙은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돈을 번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다. 즉 각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전에 세금을 내고 가라는 뜻이다. 2013년 OECD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해 2020년 초안이 등장하였고, 2021년 10월 G20•OECD 총회에서 137개국의 지지를 얻어 내용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2024년 말(기존에는 2023년이었다) 디지털세가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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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의 디지털세 협정(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은 크게 두 가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라 1과 필라 2가 그것인데, 필라 1은 매출 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조항으로 매출액 200억 유로(시행 7년 후엔 100억 유로로 기준이 낮아진다), 이익률이 10%가 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적용된다. 필라 1에 의하면 앞으로 다국적 기업이 국외에서 얻은 초과 이익(이익률 10%의 초과분)의 25%를 세계 각국에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필라 1을 만족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뿐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매출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반면, 세금의 80%가 한국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한국에 세금을 내는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세가 시행되고 7년이 지난 2031년부터는 적용 기업이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등 5개 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필라 2(연결기준 매출액 7.5억 유로가 넘는 기업집단에 적용)는 각국의 최저 실효법인세율을 15%로 지정하는 규칙이다. 해당 안이 나온 이유는 절세 시도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이 국가별 법인세율의 차이에 있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또한 오랜 기간 이어진 법인세 인하 경쟁(다국적 기업 지사 유치 + 조세 저항 줄이기)으로 각국의 세수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라 2 적용 국가는 무조건 15% 이상의 실효세율(세액 공제 이후 실제로 낸 법인세)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런 조치가 현재의 문제점을 완전히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한동안은 세계적인 세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순살 브리핑
출처: 순살 브리핑


만약 특정 기업이 실효세율에 못 미치는 세금을 냈다면, 차액분은 모기업이 모기업 소재 국가에 내야 한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디지털세에 따라 세금으로 1조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자. 그러나 삼성전자가 어떤 이유로 세계 각국에 6천억 원만을 세금으로 지불했다면 남은 차액분인 4천억 원은 모기업 소재지인 한국에 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디지털세가 시행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세금은 증가하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각국은 자국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 세금을 덜 내길 바랄 것이다. 어찌 됐건 모두 합쳐서 15%의 실효세율만 충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가령 세금의 50%를 자국에 내는 대신 여러 방법으로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치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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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논의가 시작된 디지털세의 도입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들 기업의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미 행정부는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한 9개국에 관세보복을 실시하였다(OECD 협상 중이었던 상황이라 6개월 유예 → 타결 후 폐지)


강경하게 반대하던 미국이 찬성으로 돌아선 건 바이든 행정부의 취임 이후이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21%지만, 실효법인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 그래서 증세를 계획하던 바이든 행정부는 IRA에 미국 실효법인세율을 15%까지 올린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IRA 시행 후 기업들이 해외로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라 2의 법인세율을 15%로 지정했다. 


유럽 내 찬반이 엇갈린 것도 디지털세의 도입을 늦춘 데 한몫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글로벌 IT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며 디지털세에 찬성해 왔다. 반면 세율이 낮아 IT 기업이 본사를 세우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은 자국 내 유치한 글로벌 IT 기업이 철수하는 것을 우려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동유럽의 일부 국가들도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IT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했다. 또한 독일,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피해를 우려하거나 디지털세 부과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유보적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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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디지털 세는 2023년에 도입된다. 이로써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다. 글로벌 세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고 하는 기업과 정부의 사례도 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늘어나는 세금만큼 각국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본사를 자국으로 이전시킨 다음, 어떻게든 자국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도록 할 수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는 편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지털세에 대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새로운 법안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출처>

• 순살 브리핑 2022.12.01(목) 레터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8686&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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