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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Jul 21. 2023

조급함의 함정 #2

시간의 지속성이 만드는 아름다움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일은 비효율적이며 가성비 떨어지는 일로 여기곤 합니다. 그 생각들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어떤 것을 시간 들여 바라보고 그 입장을 헤아려 본 일이 언제였는지, 과연 있기는 했었나 돌아봅니다.



차마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 있을 때

감당하기 힘든 시절을 터널 같은 지날 때



곁에 오래 머물며, 아무 말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알아주려 애쓰는 단 한 명만 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큰 힘을 얻게 될까요.



어쩌면 놓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은 시간의 지속성에서 발견되는 따듯함과 여유가 있어요. 예를 들면, 잘 익은 포도주가 그렇지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오래된 관계가 그렇고요. 오로지 눈에 보이는 명확함과 속도에만 시선을 두고 있진 않은지 살펴봅니다.



각자의 삶 속에 작은 틈을 두어야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속도에 매몰되지 마세요. 마음이 급하다고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은 두려움이 만들어 낸 달콤한 속임수에 불과할지 몰라요.



시간을 들이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한정된 삶이기에 우리는 쉽게 내달립니다. 자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요. 과연 정말 그런 걸까요. 시간이 부족하기에 급하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렇기에 러닝머신에 오른 사람처럼 앞만 보고 달리며 벌에 쫓기는 곰처럼 쫓기고 있는 신세가 되어야 할까요.



잠깐이라도 산책하듯 삶을 유영해 보세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지속성이 만드는 아름다움의 힘을 잊지 말고 하나둘 찾아봐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요. 큰 숨을 들이쉬고 무언가를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무심코 지나친 아름다움과 마치 선물 같은 순간들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빠른 토끼와 느린 거북이가 경주하고 있어요. 빠른 속도로 앞서갔던 토끼는 잠도 자며 여유를 부리다 결국 거북이를 이기지 못했다는 너무나 유명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죠. 그런데 애당초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그저 산책을 했다면요. 이 짧은 삶의 진정한 목적과 방향을 타자와의 경쟁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삶을 누려보세요.



사실 조급함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이곳에서 중심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나를 위해 오래 시간을 들이는 사람이 되어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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