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하루를 관찰하면 단조롭다. 잠자기, 화장실 가기, 창밖 바라보기, 밥 먹기, 뒹굴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고양이처럼 행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이 아이들의 행동에는 불필요한 행동도, 긴장도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쉴 때 정말 편한 자세로 쉰다.쉬는 자세도 성격별로 환경별로 다르다. 공기가 차가워질 때, 방바닥이 따뜻할 때, 약간의 긴장이 포함될 때, 완전한 무방비 상태일 때. 봉콩이들은 잘 때 자세가 비슷하다. 냥모나이트를 만들거나 턱을 괴고 자거나 완전히 쩍벌 자세를 하고 자느냐.
쩍벌은 콩이의 전매특허 자세인데, 이 녀석은 거의 대부분 배를 드러내고 뒷다리를 쩍 벌리고 잔다. 이 공간에선 나를 해칠 자는 아무도 없다고 믿고 안심하는 것이겠지.
너무 안심해서 내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 내가 부산하게 움직이다가도 괜스레 얄미워 배나 다리를 만져봐도 미동이 없다. 몸에도 마음에도 힘을 다 빼고 있는 상태라니.
그렇게 세상모르게 자고 일어나면 잠깐의 멍타임이 있다. 우리가 자다 깼을 때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겠지?비몽사몽 한 상태를 지나 살짝 정신이 돌아오면 이윽고 그루밍을 하기 시작한다. 앞발에 찹찹 소리를 내며 침을 발라 눈곱을 떼고 단장을 하며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앞발 끝부터 뒷발 끝, 꼬리 끝까지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기지개를 켠다. 앞발을 쭉 내밀며 어깨와 등을 앞으로 숙이면서 상체를 길게 늘여주다가 몸의 중심을 앞발 쪽으로 옮기며 허리와 뒷다리, 뒷발, 꼬리까지 쭈욱 늘려주며 스트레칭을 한다. 몸을 부들거리며 온몸을 길게 늘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괜히 한번 따라 하게 될 정도이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세가 구부정하게 변해있고, 얼굴은 모니터를 향해 쭉 뻗어있는 경우가 있다. 바쁘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2~3일 내로 온몸이 아파온다. 일자목인 데다 수면장애까지 달고 사는 나에게는 몸에 힘 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신경을 많이 쓴 날에는 자려고 누웠을 때조차 경직상태인 것을 내가 느낄 정도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봉콩이들을 떠올린다. 어떻게 힘을 빼고 있었더라, 어떻게 몸을 늘리더라, 이런 생각을 하며 곧장 행동으로 따라 해보기도 한다.
내 몸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일이 많아질수록 봉콩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지. 어떻게 하면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까 조금 더 배우려고 관찰하겠지. 그러다 보면 나도 봉콩이들처럼 편하게 모든 힘을 다 빼고 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