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단잠에 빠져있는데 귀 옆에서 들리는 악마의 울음소리. 언젠가부터 잠투정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먹는 것까지 까다로워진 콩이의 목소리다.
어제 사료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분명히 밥이 있었는데 뭐가 문제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이번엔 물리적 공격이 이어진다. 울면서 내 몸을 자근자근 밟고 지나가기, 내 몸 밑으로 파고들기, 손에 박치기하기 등등.
꿋꿋이 자려는 자와 기어이 깨우겠다는 묘의 한바탕 기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지는 건 나다. 일어날 때까지 집요하게 깨우는 통에 얼른 문제를 해결하고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이불밖으로 빠져나온다. 사료그릇을 보니 아직 꽤 남아있다.(우리 집은 자율배식이라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채운다) 화장실도 문제가 없다. 물도 자기 전에 교체해 놔서 아직 괜찮다. 챙겨야 할 것은 다 챙겨져 있다. 하지만 내 잠을 위해선 여기서 무언가 더 챙겨놓도 자야 한다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 중이다. 결국 꼼수를 부려 밥그릇에 새 사료를 조금 더 넣어준다.
이 정도면 되겠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해 보지만 한번 깬 잠은 쉬이 들지 않는다. 그때 '오독오독오독' 사료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새 밥이 먹고 싶었던 걸까.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밤잠을 방해하는 모습이 밉다가도 밥 먹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집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