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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Dec 24. 2022

민주주의적인 교육이란?

존 듀이, Democratic Conception in Education

사회과교육의 고전 읽기, 김영석, 이광성 역, 강현출판사. 


1. 교육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의미(Democratic Conception in Education), 존 듀이, 1916.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회에서 교육이 행해지는 한 영원할 것 같다. 우리네 사회에는 다양한 집단이 존재한다. 작은 규모부터 큰 규모의 집단, 이것에 관심을 두는 집단부터 저것에 관심을 주는 집단까지. 그런데 대부분의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집단의 특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맞추어 우리는 교육한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우리는 교육하고, 교육을 받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이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늑대소년처럼 자라난다면 이 사회를 절대 유지시킬 수 없을 것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를 만들고 나쁜 교육은 나쁜 사회를 만든다. 역도 성립한다. 좋은 사회는 좋은 교육을 한다. 그런데 ‘좋은’, ‘나쁜’이라는 단어는 그 무엇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계속되어왔고,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적인 교육’이라는 단어는 애매하게 들린다. 이유는 민주주의 개념 자체가 가진 모호함 때문일 것이다. 그럴듯한 말을 붙여도 괜찮을 것만 같다. 가령 ‘국가주의적 교육’을 떠올려보자. 아주 명확해진다.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가 그려진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듀이는 이 논문을 썼을 것이다. 

  먼저 듀이는 집단의 다양함을 말한다. 여러 사회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질과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1) 의식적으로 공유되는 관심사의 수가 얼마나 많으며,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가? 2) 다른 집단과의 교섭이 얼마나 충만하고 자유로운가? 이다. 범죄집단의 경우 관심사가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거에 한정되며 다른 집단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낮게 평가된다. 

  위의 두 가지 기준은 민주주의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만약 민주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사회라면, 두 가지 기준은 그 사회의 특징이 될 것이다. 한편, 듀이는 민주주의가 교육에 있어 헌신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이유로 먼저 국민이 제대로 교육받지 않고 대표를 뽑는다면 대의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더 본질적인 이유로 민주주의 자체가 “단순히 정부의 형태라는 점을 넘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함께 소통하고 경험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을 말한다. 즉, 그러한 삶과 소통의 방식이 본질인 민주주의 사회를 위하여 몇몇의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한 의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 이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명제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당연하게도 위의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듀이는 이의 구체적 모습을 위해 교육철학의 역사적 전개를 검토한다. 

  플라톤은 개인이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 혹은 전체를 위해 봉사한다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이때 교육은 개개인의 능력을 찾고 사회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길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즉, 교육을 통해 본성과 능력을 발견하고 개개인의 사회적 위치(통치자, 방위자, 생산자 계급)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듀이에 따르면 이는 교육의 기능을 어떤 계급에 속하게 될지 알려주는 것으로 한정시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교육이 계급 내에 갇히게 되어 다양성을 꽃피우고 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변화되지 않는 체제를 만들어 유지하는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18세기 개인주의적 사상가들은 개인의 재능이 다양하고 다양한 개인의 특성을 자유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또한 해방된 개인이 핵심이 되는 폭이 넓고 자유로운 사회라는 ‘세계주의(cosmopolitanism)’를 추구하였다. 그러며 기존 지배계층의 이익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연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이며 모든 것을 자연의 법칙에 따를 것을 주문하였다. 하지면 듀이는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결국 교육이 가진 본질적 특성을 부인하는 것이라 비판한다. 교육에는 방법이, 기관이, 행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19세기 독일은 나폴레옹의 침략 등 대내외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교육의 기능을 ‘민족국가의 이상 실현’으로 설정하였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이 아닌 국민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개인의 복종을 의미하는 ‘사회적 효율성’을 강조했고, 교육의 과정은 개인의 발달이 아닌 규율이나 훈육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경우 사회적 이상의 범위가 그 국가에 속하는 사람들만의 것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플라톤의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인 존재를 제도에 종속시켜 인성 발달 등을 실패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이와 같은 검토를 통해 듀이는 교육의 방향을 설정한다. 국가에 의하여 운영되면서도 교육이 추구하는 개인적, 사회적 이상을 제약이나 왜곡 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한 계급이 다른 계층의 ‘고급문화’를 위한 도구이면 안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적 목적보다 보다 넓은 사회적 목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소극적인 수단, 즉 생각만으론 불가능하다. 듀이는 적극적으로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행정적 지원, 학교 문화, 교과, 교수법 등이 해당된다. 듀이는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추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개인이 자유롭게 잠재력을 실현해 가는 가운데 사회적 목적을 향하여 점진적으로 성장해 가도록 하는 것”. 이와 같이 교육의 의미를 파악할 때의 교육이 바로 민주주의적 교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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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을 마무리하며: 


  정말 힘들었다. 이 한 페이지 남짓의 글을 쓰는데 2주일 넘게 고민했다. 책은 훨씬 전에 읽었다.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 건 둘째치고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가 일단 와닿지 않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20페이지 정도의 글 때문에 끙끙 앓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고 그냥 그만두고 다른 책이나 읽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의 언어능력에 의심을 품고 다음 논문을 요약해 보았는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기에 애꿎은 대학자 듀이의 언어능력을 탓한 적도 있다.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글을 떠올리면 생각이 꽉 막혀 답답함을 자아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나의 능력 부족은 확실하다. 듀이의 발끝에 미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자들의 글을 읽노라면, 항상 드는 생각이 이 사람들의 그릇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초고를 다 쓴 다음에 생각 든 건데, 너무 ‘당연’해서인 것 같다. 거의 모든 교대 교육학, 교과교육학 수업에서 듀이가 등장한다. 그것도 절대적인 것으로. 4학년쯤 되면 대강 나도 듀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 후 임용시험(특히 논술과 면접)에서 듀이는 일단 언급하면 점수를 사실상 얻는 ‘절대신’으로 자리한다. 그때가 극치다.

 그러나 절대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정답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한 줄짜리 지식으로 배우는, 마지막 단락의 ‘교육의 본질적 의미’는 듀이가 치열하게 사유하여 얻어낸 ‘idea’에 가깝다. 이는 언제나 수정될 수 있다. 비판의 대상이자 발전의 대상이다. 추측컨대 듀이도 그걸 바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이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는 사유할 수 없다. 당연한 것이라는 시각은 사유의 지점을 놓치게 만든다. 많이 반성한다. 어렵다 참.

존 듀이,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e/ef/John_Dewey_cph.3a5156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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