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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l 09. 2024

정원 산책 2024-17

비올라 Violas


노란 비옷을 입은 유치원 아이들의 외출 같은

노란 비올라 옆에는

노란 중앙에서 짙은 보라색의

줄무늬가 퍼져 나오는 세 장의 흰색 꽃잎과

그 뒤를 받쳐주는 짙은 보라색 꽃잎 2 장이 어우러진

또 다른 비올라도 가득 피었습니다.


팬지꽃이라고도 부르는 이 아이들의 이름은

프랑스어인 Pensée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 뜻은 의외로 '사색'입니다.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이 꽃을 보면서 사색에 빠진 얼굴로 느껴졌나 봅니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루소는

사랑했던 여인에게

팬지꽃 그림과 함께

'당신에게 나의 모든 팬지를 바칩니다'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루소가 그렸다는 팬지꽃 그림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누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피터가 어느 날 마음속으로 사랑하던

한 여인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화살은 빗나가

길가에 피어있던 제비꽃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로 세 가지 색의 제비꽃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신도 사랑을 하면 마음이 두근거려 실수를 하나 봅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제비꽃을 보고 사랑스러워

세 번의 키스를 했는데,

그 후로 그 제비꽃이 세 가지 색을 가진

삼색제비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귀여운 비올라를 그 천사가 보았다면

어쩌면 세 번이 아니라

설흔 번은 키스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지꽃처럼/홍수희


길을 가다 문득

화단 가득히

올망졸망 피어있는

팬지꽃을 들여다본다


작디작은 꽃잎마다

손톱 만한 그늘을

하나 씩 드리우고 있는

저들의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 볼 때에


그 아래 오순도순

길을 나서는 하찮은

개미들의 행진조차

오늘은 도무지

예사롭지가 않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보다

높고 보다 큰 것에

이왕이면 더욱

찬란한 것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는 것일까


세상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인지

낮아지면 낮아지는

그만큼 또렷해지는

진실로 아름다운

얼굴과 얼굴


사랑하는 이여,

우리도 키 작은

팬지꽃처럼 조금만

키를 낮춰준다면

태산같던 괴롬도

생의 무게도 반반

나눌 수 있지 않겠나




#정원_산책 #비올라 #삼색제비꽃 #흰꽃 #천사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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