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하맘 Oct 05. 2022

코로나 시대,
LA에서 두 살 아들과 한 달 살기

코로나 안 무서워? 그래도 간다!


내가 기억하는 코로나는... 

2020년 2월 말, 한국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등장했다. 실체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조금 더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미 2월 말 부터는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매 년 두 세 차례는 해외여행을 해야 뭔가 한 해를 보람차게 보낸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이 뼛속부터 방랑자는 1월 말부터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약 열흘 정도 여행하고 정확히 2월 1일 귀국했기 때문이다. 출국 시기에는 별 문제 없던 마스크 착용(코로나가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쓰긴 했지만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었다)은 귀국시점에는 '반드시 착용'으로 바뀌어 있었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를 경계하는 눈치기도 했다. 


그 당시 귀국발 공항에서 유럽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아시안으로서 유럽인들의 격한 '경계'를 받기도 했던 터라, 전세계적으로 어제 코로나에 대해 경계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게다가! 2월 말에는 임신을 확인하고 '코로나로 인한 임산부 재택근무' 제도가 도입된 첫 대상자로 재택근무도 시작했기 때문에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벌써 두 해가 되어가는 시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많은 웃지못할 일들이 있었고 심지어 어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지자 4천명대를 돌파했지만, 이제 갓 돌을 넘긴 아들을 데리고 우리는 올해 말 미국 LA 한 달 살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라며...

사실 우리가 티켓을 발권할 당시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뭔가 연말이 되면 '위드 코로나'로 마스크도 안 써도 될 것만 같은 분위기이긴 했다. 우리 부부는 진즉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9월 티켓 발권 당시에는 남편은 접종 완료, 나는 1차 접종 완료)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데리고 가야 하는 여정이라 고민이 많긴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이제 곧 '위드 코로나', '집단면역' 상황이 올 것만 같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어째 확진자 수는 더 늘고, 그 때 보다 불안감도 더 높아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취소해야겠어'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미 지출한 돈도 돈이지만 어차피 쭉 이럴 거 지금 아니면 언제 가능할까 싶은 마음에 조심조심 가기로 했다. 


하지만 걱정은 참 걱정이다. 일단 우리 둘 다 접종을 했으나 돌파감염의 위험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이제 갓 돌 지난 우리 아들은 미접종자에 마스크도 제대로 씌우기 어렵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의료체계도 못미덥고, 현지에서 아프기라도 했을 때 들어갈 막대한 비용 역시 걱정이다. 플러스 아직 확정적이지 않지만 둘째를 계획중인 입장으로서 혹시라도 임신이 되는 경우 출국은 가능할지...역시 걱정이다.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찬가지로 근 2년만에 처음 하는 해외여행, 그리고 해외 체류에 대한 기대 역시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1개월 이상 거주한 곳?

나는 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 그간 1개월 이상 거주했던 해외 도시는 총 네 곳이다(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 코네티컷, 페루 리마, 볼리비아 라파스). 한 달 살기를 했던 것은 아니고, 싱글일 때 이런 저런 이유로 각 6개월 이상씩 체류했었다. '한 달 살기' 개념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특히 돌 지난 아들과 함께) 거주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그간 여행으로 혹은 업무상 다녀왔던 공간 중 기록한 곳만 해도 34개국 77개 도시가 된다. 물론 요즘은 아주 어려서 부터 여행을 다니는 이들도 많으므로 이런 기록 역시 크게 놀랄만한 것이 아닐터다. 하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도시, 다양한 방식의 여행을 해 봤지만 지금만큼 설렌 적도 드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아마도 지금의 설렘은 '해외여행'을 한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라기 보다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시도하는 해외 한 달 거주를 시도하는 이 상황이 주는 낯설음에 대한 설렘인 것 같다. 12월 29일에 출국하니, 이제 정말 한 달 남짓 남았다. 생각할 수록 설레고, 또 한편으로 두렵다. 







출국 전 준비

여행의 시작은 역시 티켓팅이다. 평소같았으면 대한항공 LA 직항편이 훨씬 비쌌던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인지 꽤 저렴하게 구입했다. 결정한 후에 행동은 매우 빨랐다. 바로 티켓을 구매하고 아들의 여권사진을 찍으러 갔다. 여권을 신청하고 숙소를 알아봤다. LA...그냥 옆동네 LA가 아니었다. 무슨 숙소가 이다지도 비싸단 말인가?! 물가가 이렇게 비싼데...... 과연 우리 LA를 여행할 경비가 있기는 한 건가?! 



숙소를 고려할 때, 치안도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조금 더 비싼 곳에 있는 숙소를 구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짠돌이 내 인생에서 감히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숙소비용이 들었다. 이미 예약한 지 꽤 지나서 이제와서 취소할 수도 없긴 하지만, 돌이켜서 다시 고르라고 하면 이 숙소를 고르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이가 있는 가족인데, 이 숙소는 욕조가 없다. 욕실은 시스루라 샤워할 때 다 보인다. 말인즉슨, 데이트 중인 연인에게 어울릴 법한 집이라는 얘기. 마당은 넓지만 과연 넓은 마당을 얼마나 이용할지는 의문이다. 식탁은 유리재질이고, 부엌은 오픈형이면서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조리대가 있지만 아이는 어디에 앉힌단 말인가? 거실과 방은 같이 알아 봤던 다른 숙소에 비해 좁은 편이고 그 외 부대시설은 딱히 없다. 장식물이 많아서 아이를 데리고 살기에는 오히려 장애물이 많은 느낌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그 때는 왜 고려하지 못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숙소는 거주자 평이 좋았고, 사진 상 가장 깔끔했고, 안전한 지역에 위치했고, 관광지와 매우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며, 마당이 넓고 비치 되어 있는 기본 설비가 다양하고, 안전관련 장비 및 설비가 완비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이 모든 것은 실제 가 봐야 장단을 확인할 수 있겠지...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면서 하루라도 숙박을 하면 아무래도 짐이 많다. 국내 여행을 할 때도 하루 숙박하느냐, 당일치기냐에 따라서 짐의 양이 세 배, 네 배는 많아진다. 챙기려고 하면 모든 것이 챙길 것이고 놓고 가려고 하면 뭐든 놓고 갈 수 있는게 아이 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하는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놓고 갈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준점을 찾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한 번 고생하는 셈 치고, 최대한을 가져가기로 했다. (아이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한 짐 꾸리기는 별도 글로 적기로 한다) 



이제 숙소까지 정했으니 다음은 여행일정! 나는 미리미리 계획을 짜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한 달 살기이니만큼 그냥 계획 없이 가 보기로 했다. 대신, 꼭 가보고 싶은 곳 혹은 가 볼 만한 곳은 따로 구글 지도에 저장해 뒀다. 라스배가스 등을 포함하여 스물 다섯 곳이나 된다. 아마 한 달 살면서 여기에 저장했던 곳을 전부 가지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비자 발급 시 주의사항

발급한 후 유효기간이 2년인 ESTA 비자는 출발 72시간 이전에 신청하면 되므로 천천히 신청하려고 했다. 그런데 조사 차 들어간 사이트에서 시험삼아 정보를 기재하다가 내 비자는 그냥 신청해 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그 사이트가 공식 사이트가 아니었다는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정말이지 수수료 사기를 당했다. 공식 사이트에서 비자를 발급하면 14불이면 되는 ESTA 비자를 나는 약 14만원을 주고 발급받게 생긴 것. 


어쩐지 결제화면에서 한 번 오류가 난 게 이상했는데, 하필 해당 창을 띄워 놓은 게 한 시간이 넘었기 때문에 오류가 난 줄 알고 새로고침을 해서 결제를 했더니만 사달이 난 것. 알고보니 신한카드에서 과도한 수수료로 소비자 피해 신고가 많아서 결제 차단해 둔 사이트였던 것. 하지만 새로고침하니 같은 화면이지만 신한카드에서 차단하지 않은 사이트를 통해 결제할 수 있게 연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드사에서는 결제 취소를 할 수 없었고, 나는 포기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지만 억울하니 해당 사이트에 환불을 요청했다. 질문이 많았는데, 최대한 "너희 사이트가 수수료가 너무 높아서 환불요청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냥 여행이 취소되어서 환불을 해야만 해." 정도의 입장을 꾸며서, 마치 추후 다시 여행을 하게 되면 해당 사이트에서 비자 발급을 신청할 것처럼 써서 보냈다. 


다행히도 실제 비자 발급 수수료인 14불을(이건 이미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환불 해 줄 수 없고 본인들 대행 수수료만 환불해 준단다) 제외한 약 100불 정도를 환불 받기로 했다. 그니까 도대체 뭔 놈의 대행 수수료를 100불 넘게 받느냐는 말이지... 사기꾼이 따로 없다. 


실제 미국 ESTA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아래 화면을 참고하여 신청하면 된다. 링크 주소도 덧붙였으니 참고! 

https://www.0404.go.kr/consulate/esta.jsp


이 외에는 시국이 시국이고 갓 돌 된 아기를 데리고 가야 하는 만큼 여행자 보험은 최대한 꼼꼼히 알아보고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코로나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PCR 증명서, 영문 예방접종확인서 / 코로나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서류에 대해서는 별도 글로 정리한다)과 국제운전면혀증 및 기타 준비물품 정도가 되겠다. 준비물 목록은 수시로 업데이트 해 뒀으며, 출국하기 직전 짐 싸면서 여기에 첨부해 두려고 한다. 


그나저나, 2021년 12월 3일 현재 매일같이 국내 코로나 확진자 통계까 5천명을 웃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남아공에서 시작된 신종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또 기승이다. 한 주 정도 더 지켜봐야 그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이런 상황에서 가기로 확정지은 내 맘이 무겁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 아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엄마 아빠랑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냥 좋을텐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