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이였다
그리고 누구나 자식을 낳고 기를 수 있다.
인간만의 특권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이고, 우주의 운용 방식이다.
탄생과 성장, 그리고 번식과 노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생명체라면 겪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나 불의의 사고나 질병이 아닌 이유로 아이들이 스러져간다.
잘못된 신념과 광기, 그리고 정신병은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아이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얼마나 수많은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사라져 갔을까.
자유를 얻고,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생명을 앗는 것, 모든 가능성을 순식간에 끊는 것.
인간은 잔인하다.
그리고 인간은 무지하다.
환하던 빛을 일순간에 암흑으로 만들어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는 감히 인간에게 허락된 적 없는 영역이다.
나는 아이들이 천재지변이나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이유로 죽는 것이 아니라면 단호히 분개하여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중대하고 당위적인 운동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변호하거나 이익을 챙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의식과 이성이 있다.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 단순히 시간의 싸움을 지나지 못한, 자기 결정권이 없는 존재가 싸워볼 시간도 없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은 내 자식이든 아니든 누구나 어린아이였던 시절을 지나왔다는 부채감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당연한 행위다. 누구나 아이들이 무대에 제대로 서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지 않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아이들만의 세상을 본 적이 있는가.
어른들만의 세상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삶이고 진리이며,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