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버지 나 어떻게 해요.
7살짜리의 말이 아니다.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손주까지 있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내뱉는 대사다.
환갑이 넘어도 팔순이 되어도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엄마 아빠를 찾는다. 모든 인생은 사실 매 순간이 처음이다. 100살을 살아도 그에게 있어 100살은 첫 순간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은 모든 인생의 필수 옵션인 것이다.
나빌레라의 할아버지의 절절한 눈물과 대사에 나는 적잖이 놀라며 아려 오는 마음을 쓸어내렸다. 법적으로는 20년 전 어른이 되어 오랫동안 어른 대접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매순간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선택을 하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할아버지보다 몇 년 젊을 뿐일 내 어머니, 그리고 드라마 속의 할아버지만큼 어른이라고 여겼던 돌아가신 내 할머니가 떠오른다.
인생은 아름답지만 두려운 것이구나.
어른이 되어도, 할아버지가 되어도, 할머니가 되어도.
엄마 아빠를 절로 찾을만큼.
두렵지만 애써 담담하게,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의 순간이기에, 소중한 만큼 어렵고 두렵다.
어린 내 딸을 보며, 나는 어떤 어른인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엄마와 내 할머니의 고통과 두려움을 느껴본다. 나는 얼마나 그들을 이해했는지, 그들은 내게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곱씹어 본다. 그리고 그들이 이미 걸었을 길,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힘들 때 이름 부를 수 있는 부모가 있다. 부모답지 않든 아니든 생명을 준 부모는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에 나와 두려움과 싸우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부모를 원망할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결국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다. 잘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늙어서 건강과 기억을 잃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테다.
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늙어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어른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다. 세상의 평가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우면서도 꼭 지켜야 할 일일 것이다.
드라마는 점점 갈등이 더해지고 있다. 주인공 할아버지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심해질 테지만 꿈을 향한 열정이 꺾이진 않을 것이다. 결말을 알 수 없지만 현실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