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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코김 Aug 01. 2021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불면증, 무기력증 을

겪어봐야 하는 이유

어느샌가부터 부쩍 자연스레  매스컴이나 우리 주변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불면증, 무기력증 이란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분명  과거엔 낯설었던 단어들이었다.








난 내 인생 기준으로 꽤 늦게 찾아왔었다.





시작은 돈이었고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건강, 그리고 대망의 지독스럽고 끔찍했던 불면증이 찾아오고서부터 인생의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인간이 원초적으로 숨만 쉬며 삶을 이어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은 무수히도 많지만



그중 단연 중요한 건 이완의 영역에 있는 "숙면"이다.





수면엔 사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젤 중요한 건 숙면의 유무 이다. 난 태생부터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 숙면이란 내 인생에 있어 한번 만나면 헤어지기 싫고 곁에 두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은 어떤 것들과 같았다.





우리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이 세계를 모르면 잠 잘 자는 건 그저 당연한 거라 여겼기 때문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건 진짜 리얼 "복"이다.





그런데 자주 있지도 않은 그 숙면과 아예 이별했을 때의 세계는 그야말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 저절로 열려버린 느낌이었다.










첨엔 생각들에 사로잡혀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형태였고 다음엔



밤을 새는 날이 생기고 그리고 그게 지속이 되자 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돈 문제도 같이 겹쳤기 때문에 먹는 문제도 가중되다 보니 이상 증세가 더욱더 빠르게 진행되었던 거 같다.




첫 증상은,


어느날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과 열감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게 목까지 올라와 식도까지 아팠다.


그게 역류성 식도염의 시작이었다.


변비라는 것도 태어나 처음 경험해봤다. 먹은 것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보통 일주일을 넘어갔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심각한 단계였다.



생각이 컨트롤이 되지 않아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다 보니 과부하가 왔는지



온 말초신경 (손끝 발끝 정수리 끝)에 열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열감이었다.


여름에 에어컨은 기본이고 얼려놓은 2리터 생수병을 발끝 머리 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자야 잠깐이나마 잠들 수 있었다.



아침이 돼서 열감이 좀 내려갔다 싶어도 컨트롤이 되지 않아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 싶으면 곧바로 열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 열감들을 다시 내리는게 꽤나 어려웠다. 어느 정도였냐면 일반 마룻바닥에 5초만 서있다가 자리를 이동해서 내가 서 있었던 바닥에 손바닥을 대보면 보일러를 엄청 빵빵하게 틀어놓은 온돌 마룻바닥처럼 뜨뜻했는데 더 신기했던 건 그 바닥의 열감이 5분-10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적고 있으면서도 그때를 떠올려서 그런지 양손이 따뜻해진다 하하하 (역시 생각의 파워란)




무튼




이런 증상들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빈뇨 증상이 왔다. 정말 물을 한모금만 마셔도 곧바로 화장실을 가야할 정도였고 자연스레 그 좋아했던 물과도 이별했다. 그냥 너무 자고 싶었다.



열감이 온몸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번도 걱정해보지 않고 살았던 탈모가 찾아왔다. 첨엔 뭔가 그냥 그냥이었다가 몸이 진짜 고장 나가고 있다는 걸 이때부터 느끼기 시작했던 거 같다.



아니나 다를까 두피 열감이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이런 모든 증상들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는 병원들과 화학 알약따위들은  당연히 해결책이 아닐거라 생각했다.



우울감은 이때부터 서서히 찾아 오기 시작했는데 우울감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에 뭐라도 뿌려놓은 듯 하얗고 뿌연 안개 막 같은데 생겼었는데  그때부터 우울감은 두려움으로 바꼈고 생각은 더 과중됐는데 그때부턴 그야말로 모든 게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었다.


​​​



건강 염려증의 수준을 넘어


나의 증상들은 정말 다양한 중병들의 증상들과 교집합을 이루었고 두려움은 어느새 공포심으로 둔갑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안 좋은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들은 또 다른 생각을 불러와 결국 악몽으로 커졌다. 그때부턴 잠깐의 수면이 있을 때마다 악몽을 꿨는데  그러다 보니 잠을 자기가 두려워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태어나 처음으로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졸피뎀의 첫 느낌은 아마 여섯시간 정도 잤던거 같은데 필름이 끊겼다는 표현과도 비슷할 정도로 잠든 순간부터 일어나기 까지 기억이 삭제되어 있었다. 첨엔 그 느낌이 왠지모르게 좀 무서웠지만 정말 자고싶었기에 반씩 쪼개어 진짜 필요할때만 먹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끊겨 있던 필름속으로 엄청 긴 악몽이 스며들었는데 한참을 두려워하다 정신을 차리고 깨서 시계를 보니 잠든지 고작 15분밖에 지나지 않았던걸 보고 너무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나의 무의식 속 두려움 에너지가 컸기에 약의 효과를 뚫고 나왔던거 같다.






그 시기의 삶은 정말 내가 생각한 대로 내 머릿속에 맴돌던 모든 망상, 생각들이 현실에 실제로 나타났었던걸 아주 진하게 경험했던 시기였는데






건강염려증이 심해지다보니 그 생각들의 파장 에너지가 가만있을리 없었다.


TV를 돌리면 암보험에 관련된 광고들만 보이기 시작했고 서프라이즈 TV같은 악령 귀신 관련 채널이 나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그때부터 우울증, 대인기피, 공황장애, 무기력등 이 모든 게 왔었고 심지어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 꿈까지 꿨었는데 그때부턴 정말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었다. 그땐 마트를 가거나 잠깐 외출을 할 때면 정말  신기하게도 도를 아십니까 족들이 귀신같이 흐리한 내 눈빛을 알아보고 따라 붙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증상은 꽤나 오래갔었다 그런 상태로의 하루는 몇십일처럼 길게 느껴졌고 불면의 수준이 심각에 이르고부턴 항상 땡기던 뒷골이 땡기는 힘을 넘어 뭔가 터져버린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정말 그때의 느낌은 말로 설명할수 없는 끔찍한 불편함 이었고 그때부턴 마치 내 몸은 안전핀 잃은 폭탄이 된 느낌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거 같다. 어떤 사람 (나 포함) 이


"원인이나 이유를 알수 없는"  내적 두려움의 파동과 실제로 마주하게 된 경험


(트라우마) 을 했는데


그걸 이해해줄 사람이 세상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면


자기만의 세상에 갇힐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죽을 용기도 없다면 그 사람에겐 그냥 이 세상이 감옥이고 지옥인듯 느껴질테고


그게 정신병이란 형태로 올수도 있겠구나.





 결국 난 16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그저 썰물에 휩쓸려내려가듯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고향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이미 내 마음이 지옥이었기 때문에 내가 가는 모든 곳이 그냥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난 입을 닫았다.






나의 이런 모든 과정과 상황, 내 몸 상태를 이해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율신경 실조라는 말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알아보니 양방에선 취급하지 않는 병이었다. 그도 그럴게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나도 그걸 극복하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인간의 모든 기능이 고장 나버리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모든 장기의 혈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심장에 이상이 생겼거나 정신에 이상이 생겼거나






후자에 속하면 자율신경 실조를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거라 예상해본다.






그 당시엔 정말 아무하고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오직 나만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 치료, 한의원, 대학병원,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 피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는 다 해봤지만 한결같이 증상들은 있지만 병은 없다고 했다. 어떤 데는 별거 아니라고도 했고 기 치료하시던 분은 괜히 이상한데 가면 굿해야 한다고 말할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도 했다. 이런 모든 대화들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란 동물이 그렇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너무 간단하지만 재밌는 사실이다.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모르는 것 투성인데 모르면 상상조차 할수 없다니




경험은 또 다른 경험을 낳는다.


경험해보지 않고 생각만으로 상상해서는 또 다른 망상을 낳을 뿐이다.




한땐 모든 생각 망상들이 나를 옭아매고 있어 모든 만병과 모든 암들에 걸려 죽겠구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이 말을 인용하고 싶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니체




맞다. 고통은 내가 겪어보고 지나보니 별거 아니었다.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면 출구도 없고 암흑 같고 죽을 것만 같다. 하지만 만약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애석하게도 혹은 축복처럼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잠시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구름처럼



모든 경험은 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


과거를 청사진처럼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후회하고 좌절할 때 쓰라고 준


그저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언제든 꺼내어 돌아보고 배우고 성장하는데 사용하라고 주신


신의 선물이라는 걸 배웠다.


매 순간이 시작점이다.  





난 이번 경험 말고도 죽을뻔 했던 경험이 꽤 있다. 어렸을때 옥상 물탱크에서 뒤로 떨어졌었고 바이크 타면서도 두세번 있었고 그 이외에도 가슴 철렁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죽지않고 살아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한 당신도 최소한 살아 있기때문에, 아직 한 번도 죽어본 적 없기 때문에 이 모든걸 느낄수 있듯이




그렇다면 확률적으로만 봐도


다가오지 아니 있지도 않을 미래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만 한다.





난 미래는 시간 날 때마다 그려나가는 편이고


매 순간을 몰입하며 지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매 순간을 몰입하며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주파수대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 자주 쓰이는 말 있지 않나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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