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확진자가 17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상황, 결국 나도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판정으로 속이 많이 상했던 게 사실. 특히 아쉬웠던 건 오래전부터 아버지, 형아와 함께 소백산에 가기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는 탓에 회사에서도 눈치를 봐야 했고,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것들이 많았지만, 장고 끝에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이렇게 일주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집에서 온전히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있을까. ’
그래서 이번 7일 격리 기간을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평소처럼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조금 더 진중한 마음으로, 벌써 우리 나이로 서른세 살이 된 내 일상을, 조금 더 나아가 내 인생을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차치해 두었던 크고 작은 문제들에도 정면으로 부딪치기도 하고.
이번 격리 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자면,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지나치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내가 삼시 세끼 식단을 짜서 밥을 차려주고, 약을 챙겨주고, 체온을 확인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또 안부를 묻는 가족들의 전화에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 아프고 보니 옆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둘째, FOMO는 없다.
FOMO(Fear Of Missing Out), 공급되는 정보량이 과도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트렌드와 중요한 뉴스들을 놓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많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물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의 흐름이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변화의 물결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가 진실되게 여기는 가치와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7일간의 격리 기간 동안 현업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았을 때, 시간에 쫓겨 아등바등 사는 스스로의 모습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 밸런스를 찾기 위해 더 현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정보들에 빼앗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살면서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평소 옷을 좋아하는 편인데, 패션계에서도 몇 년 전부터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화려한 디자인과 로고플레이, 믹스매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본질로 돌아가 심플 & 베이식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미니멀리즘이 주류 자리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법. 얼마 전 읽은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을까’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하루 수만 가지의 광고에 노출되고 이는 과소비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소비 후에도 SNS 등으로 남들과 비교하며, 만족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에 대한 더 큰 갈증을 얻을 뿐이라고.
오픈런을 뚫어 어렵게 샤넬가방을 득템한 지인들과 외제 차를 타면서도 벌써 다음 차를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며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큐 3일 고물상 편’을 보며 사는 게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넷째, 스마트폰은 가능한 한 멀리하자.
서두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번 자가격리 7일 동안 스스로와 미뤄왔던 문제들에 집중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서 자정 한 게 7일 동안 스마트폰 사용 금지였다. 코로나와 관련해서 전화가 종종 오기 때문에 이를 수신하는 것과 가족, 지인들의 통화는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 외에 카톡이나 어플사용 같은 스마트폰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였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야외에서 볕을 쬐거나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우울감도 낮아졌고. 스마트폰 사용 대신 남는 시간에 책을 틈틈이 읽으려 노력했는데, 일주일 동안 다섯 권 정도를 읽었고 이로 인해 작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수동적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일이 훨씬 더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격리 기간이 끝나더라도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 활동은 시간을 정해서 제한된 시간 동안만 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
그동안 스스로 삶을 돌아보면, 맺고 끊음도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살았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옆에는 누가 있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성찰해 볼 수 있어 스스로에게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코로나 조심하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커피 한잔하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