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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민혜 Jul 06. 2021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엄마들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내 딸들은 또래에 비해 체구도 많이 작고, 워낙 먹는 것에 관심도 없고, 달 수를 다 못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다 보니 내 기준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다.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국공립이라서 3세부터 7세까지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 까지 보육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특히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나는 전업맘이기에 아이들이 5세가 될 무렵 계속 어린이집에 보낼 것인지, 유치원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 유치원을 보낸다면 어떤 유치원을 보내느냐도 오래 고민해 볼 문제다. 


결국 5세가 될 무렵 아이들 거취에 관한 선택지는 어린이집, 일반 유치원, 영어 유치원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지고, 유치원에 간다면 그 중에서 또 어떤 곳에 보낼지도 일일이 알아보고 비교, 분석해야 한다. 


보통의 유치원들은 10월~11월 사이에 입학 설명회가 있기 때문에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라면 그 전에 입학설명회 정보들을 알아보고 미리 신청해 두어야 한다. 인기 있는 유치원들의 경우 입학설명회조차 선착순으로 받고 어물쩡거리다가는 이 또한 자리가 없어 설명회에도 못 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과 올 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대부분의 유치원 등원이 제한되었고, 줌 수업으로 대체되는 등 아이들 교육에도 여러가지로 예기치 못 한 문제들이 많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작은 아이들인데 코로나 상황 까지 발생했으니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1년 더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정확히 1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유치원을 보낸다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기로 이미 남편과 합의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느 영어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학습식이다, 놀이식이다, 영어유치원도 종류가 다양하고, 엄마들의 호불호가 다양하게 나뉜다. 수 많은 정보들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최종 선택은 오롯이 내가 해야 했다. 그렇게 매일을 고민과 갈등 속에 보내다가 레벨 테스트를 보고 합격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곳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고, 레벨테스트 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남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 유치원의 레베테스를 위해 별도의 과외를 하는 아이들도 많은 편이다. 


막상 아이들에게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키려고 하니 마음이 썩 편치가 않았다. 아직 5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와 줄지도 알 수 없고, 이게 과연 아이들을 위한 일일까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았다. 남편과 의논 끝에 일단 시작은 해 보되 절대 강압적이거나, 억지로는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고 시험 준비를 위한 교재를 주문했다.


자, 이제 애들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나. 그렇게 며칠을 혼자 고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들과 함께 나도 공부를 해야 겠구나.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모인 지역 맘 카페가 있다. 교육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데 혹시 그 곳에서 뜻을 같이 하는 엄마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글을 올려보았다. 


  

아이들 영어공부시키려고 보니 엄마인 저도 무언가 같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막하고 자신도 없고 해서 혹시 동지가 있으면 같이 으쌰으쌰 해서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그냥 그런 생각이 있는 분들이 계신지 여쭤보는 글입니다.

 공부라고 해서 특별한게 있는건 아니구요. 오프라인 모임도 없습니다. 서로 의논해서 적당한 원서 한 권을 골라 한달에 한권 정도 매일 일정량을 읽고 서로 체크해주는 거예요. 일종의 서로가 서로에게 숙제검사를 해 주는 셈인거죠. 그리고 혹시 어려운 구문이나 해석이 쉽지 않은 부분 있다면 질문하고 의논하고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구요. 이런 부분은 단톡방을 만들어 나눌까 합니다. 아직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고 저 혼자만의 생각이구요. 생각과 의지가 있으신 분 5분만 계시면 서로 의논해서 모든 룰과 세부 방식을 함께 정해 가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해서...혹시 생각있으신 분들이 계신지를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자격조건은 다른거 없구요. 그냥 아이들 영어공부에 관심있으신 평범한 학부모시면 됩니다. 애들만 시키지 말고 같이 공부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제가 영어를 그리 잘 하는 것이 아니기에 너~무 영어 잘 하시는 분은 조큼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쿨럭.

댓글 달아주세요. 지원자가 아무도 없으시면 글은 조용히 펑 하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고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수 십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이렇게나 공부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자극도 되었다.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마감되었다'라는 수정 글을 다시 올려야 했다. 마감 공지를 올린 후에도 꼭 연락달라는 몇 개의 글이 더 달릴 정도였다. 다섯 명 정도만 모이면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다음과 같은 쪽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 카페 영어공부 게시글 글쓴이입니다. 먼저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우선 5-6분 정도 희망자가 계시면 시작해볼까하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하면서도 몇 가지 확인을 하는 단계가 필요할거 같아 쪽지드립니다. 향후 공부 일정은 룰과 진행방식 모두 구성된 멤버들이 전부 함께 의논해서 정할 것입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한번 해볼까? , 관심은 있는데 일단 한 번 시작해보고 결정할까? 식의 찔러보기 마음이신 분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저 마음만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결연한 의지가 있고, 마음과 뜻을 모아 진짜 열심히 하고자 하시는 분들만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일단 시작했다가 못하겠다고 한 두분 씩 그만 두시기 시작하면 남아 있는 멤버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고, 전체 분위기도 흐지부지 될 수 있어서 그 부분이 가장 염려가 됩니다. 

영어 실력은 크게 상관 없을것 같습니다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이라면 좀 여유롭게 즐기면서 하실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좀 더 시간을 내어 빡세게 하셔야 할 수도 있을테지만 어느 쪽이든 '함께' 하는 공부인 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서로에게 시너지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또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더욱 상대방에 대한 매너와 예의가 중요한 부분이 될 거 같습니다.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볼 것도 아니고, 열심히 안 했다고 해서 패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때 엄마로서 적어도 떳떳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공부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임을 알려드립니다. 따라서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되 다른 목적이나 생각이 있으신 분도 사양합니다. 이러한 마음에 동의하시고 정말 열심히 함께 하실 각오가 되어 있는 분들만 답장 주세요. 답장 확인 후 뜻이 모아지면 다시 쪽지 드리겠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답장으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내왔다. 모두 정중하고, 진지하고, 자기 자신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분들임이 짧은 글에서도 느껴졌다. 5~6명으로 시작할까 했는데 의도치 않게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함께 공부를 좀 해 볼 생각이다. 동지들이 생겨서 든든하다. 모임의 주최자로서 유익한 모임으로 잘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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