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경 Apr 27. 2023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뭐가 달라?(2)

플라이 휠을 강화시키는 콘텐츠 제작 UX

앞선 글에서는, 서비스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슬로건에서 출발하여, 이에 따라 형성되는 유저 간의 관계가 각 서비스들의 어떤 차이를 야기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콘텐츠 생산 관점에서 어떤 사이클과 생태계 형성을 해내는지 살펴보겠다.


이전 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뭐가 달라?(1) - 서비스의 핵침가치에서 알 수 있는 유저 간의 관계



아마존의 플라이 휠

먼저 '플라이 휠'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아마존 플라이 휠, 두 개의 선순환 바퀴

플라이 휠이란, 아마존 설립 초기에 베조스 회장이 고안한 뒤 매주 모든 사원에게 상기되는 아마존의 사업 성장 모델이다. 초창기 베조스 회장이 간부들과 식사하다가 냅킨에 간단히 스케치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델의 가운데 원형에는 '성장'이 적혀 있고 주위에는 몇몇 항목이 서로 화살표로 사이클을 이루고 있는데, 각 항목의 성장은 다음 항목의 성장을 가져오도록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완전한 원형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항목이라도 더 강해지면 선순환이 반복되어 아마존 회사 전체의 성장을 가져다주는 원리다. 

진한 색의 A 바퀴는 제품 종류Selection →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 방문자 수Traffic → 판매자 수Sellers → 제품 종류Selection 로 이어지는 첫 번째 바퀴이다.

연한 색의 B 바퀴는 성장Growth → 낮은 비용 구조Lower Cost Structure → 낮은 판매 가격Lower Prices →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으로 이루어진, 성장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견인하는 두 번째 바퀴다.
-
출처 : ‘아마존(Amazon)’ 성공 시크릿 비법 ‘플라이휠(Flywheel)’ 전략과 효과


위의 경우 이커머스 플랫폼에 해당하는 내용이지만, 콘텐츠 플랫폼에 대입해도 유사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콘텐츠의 질이나 양 상승이 콘텐츠 소비자의 유입을 불러오고,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이 콘텐츠 제작자 유입을 불러올 테니 말이다. 이러한 순환 구조를 고려할 때, 순환 요소 하나의 개선은 서비스 전체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판매자 수, 즉 콘텐츠 제작자 수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플랫폼 차원에서 제작자를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제작자들의 고민들을 정의하고, 이걸 각 서비스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성장의 차이, 서비스들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

1. 뭘 콘텐츠로 만들지?

여행 브이로그나 일상 브이로그, 하다못해 블로그 글이라도 써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생각보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주제, 아이템 선정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단순히 이동, 식사만으로도 콘텐츠로 포장할 수 있는 '여행'을 할 기회가 있을 때, '브이로그 한 번 찍어볼까?' 생각이 든다.


2. 이걸 사람들이 봐줄까?

어쩌면 위 고민에 종속적일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관점은 본인의 기록용보다는 다른 사람의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제작 관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걸 봐줄지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걸 고려해서 아이템을 선정하기도 하고 편집 스타일을 결정하기도 하며, 해시태그나 라이브 등 여러 가지 전략이 사용된다.


3. 빨리 쉽게 만들 수 없을까?

찍은 후에 편집하려고 영상을 보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못 쓸 것 같고, 내가 어디선가 본 것보다 모양새가 예쁘지 않은 것 같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기 십상이다. 제작자가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본인의 편집 능숙도에 따라 편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휴먼다큐멘터리 조연출로 근무할 당시 편집을 위해 매주 40시간 이상의 촬영 분량을 살펴보며 컷을 라이브러리화해 보고, 프롤로그, 에필로그, 예고를 편집한 경험이 있다. 찍은 촬영분이 많으면 내가 쓰려는 컷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조차 큰 일이다. 컷을 어떤 길이와 호흡으로 붙여야 할지도, 이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설득력도 고민하면서 컷을 찾아 빨리 만들기란 절대 쉽지 않다.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틱톡을 중심으로 먼저 살펴보고, 다른 앱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특이점을 찾아본다.


틱톡

챌린지, 즐겨찾기

지금이야 쇼츠에서도 챌린지를 많이 올리고 있지만, 챌린지의 원조는 숏폼의 시작이었던 틱톡이다.

좌측 세 개는 2020년, 국내 첫 챌린지라고 할 수 있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다. 지코 본인 계정에는 물론 공중파 계정, 많은 비 연예인들의 계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챌린지는 먼저 1) 뭘 콘텐츠로 만들지를 해결해 준다. 최초 창작자가 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또한 지금 모두가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말하자면 실시간 급상승이자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볼 확률이 높다. 자연스레 2) 이걸 사람들이 봐줄지에 대한 고민도 해결해 준다. UX를 통해 3) 빨리 쉽게 제작하는 것도 어느 정도 서포트가 가능하다.


마지막 이미지의 좌측 상단에 자세히 보면 장소가 표시되어 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콘텐츠들을 모아보거나, 즐겨찾기 할 수도 있다. 즐겨찾기를 하고 모아보는 기능은 장소뿐만 아니라 효과, 사용한 음악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필터

같은 필터를 사용해 콘텐츠를 업로드한 다른 유저들

단순히 필터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유저는 1) 뭘 콘텐츠로 만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For You(추천페이지)에서 스와이프를 계속하다 보니 같은 필터를 사용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자주 볼 수 있었다. 2) 사람들이 자주 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용한 필터를 클릭하면 위에서 보았듯 즐겨찾기를 쉽게 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기 편리한 UX로, 3) 빨리 쉽게 만들 수 있게 환경을 갖췄다.


+ 2023. 07. 28. 추가

" 필터의 사용량 증가도 트렌드 파악의 주요 지표 "
" Face age라는 필터로 만든 영상 조회 수가 22억뷰예요 "
 -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

출처 : '1건당 50만원 벌어요' 40대 아저씨들도 뛰어든 용돈벌이 뭐길래
- 헤럴드 경제, 이영기 기자, 2023. 07. 27.


쉬운 편집 기능, 효과

원하는 효과를 편리하게 넣을 수 있는 편집 툴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10월경을 기준으로, 해당 기능을 통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었다. 'How to Make This Effect?'. 내가 지금 보는 영상처럼 만들고 싶지만 이걸 3) 빨리 쉽게 만들고 싶은 유저들의 질문을 역으로 던지며,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음악

챌린지 외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는 음악을 따로 모아놓은 Commercial sounds를 제공하고 있다. 틱톡커의 수입 중 큰 비중이 광고 수익이다. 제작에 있어 그들이 고민할 여러 가지 중 하나를 3) 쉽고 깔끔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컨텐츠를 만들도록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을 진행한다. 틱톡이 2022년 9월에 진행한, 인디 뮤직 활용 컨텐츠 제작을 독려하는 프로젝트이다.


리워드

위에 제시한 세 가지 고민은 이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의 고민이다. 올릴까 말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제작과 업로드 자체를 망설이는 샤이 제작자들에게 리워드로서 동기를 부여하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놀이 공간으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플라이 휠에서 보자면 판매자 수를 늘려 콘텐츠 수를 늘리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10월경 당시 조그마한 아이콘으로 구석구석 뜨며 리워드 관련 안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정리해 보겠다. 틱톡은 챌린지, 즐겨찾기, 필터, 쉬운 편집 기능, 효과, 음악, 리워드 등의 기획과 기능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가 제작 과정에서 가질 법한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거나 선택이 쉽도록 선택지를 추려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서 틱톡은 '제작에 있어 망설임 없이, 쉽게 할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 자체를 망설인다면, 리워드를 줄게!, 뭘 만들지 고민이라면 챌린지를 따라 하거나 필터를 써봐!, 방금 본 것처럼 만들어보고 싶으면 이 기능이나 효과를 써봐!,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이 음악들은 사용해도 괜찮아! 등등. 고민할 필요 없이 시키는 대로 하면 영상이 만들어진다. 틱톡이 이미 고민을 다 해놓았다. (유저가 아니라 서비스가 먼저 고민했다는 사실은 아주 강력한 강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챌린지는 틱톡이 만들었다기보다는 틱톡커가 만들어낸 일종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데, 유저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나다운 즐거움을 강조하고 유도하는 맥락이 만들어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의 필터처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템플릿이라는 표현으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인스타그램은 재미 위주보다는 일상이 주제이다 보니 여행이나 음식, 동물 등의 컨텐츠가 많다. 위 이미지 좌측 두 개는 음악의 박자에 맞춰 화면이 전환될 수 있도록 영상 길이를 미리 분할해 놓은 템플릿에 맞추어 제작할 수 있는 예시이다. 가운데 두 개는 기존의 영상과 내 영상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템플릿이다. 마지막 이미지는, 릴스를 보던 중 스토리로 릴스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순간을 올린 스토리일 테니, 앞서봤던 음악의 박자에 맞춰 화면이 전환될 수 있는 템플릿을 쉽게 선택하게 될 것이다.


템플릿은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 영상을 만들었어도 통일감 있으면서 재밌는 느낌이 나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일상이라는 큰 맥락 아래 카테고리가 대강 결정되지만 틱톡에서는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더욱이, 틱톡에서 이런 템플릿을 활용하기엔 음악의 박자에 맞춰 장면이 전환되는 것만으로는 다른 필터나 챌린지 대비 단순하고 재미없는 콘텐츠가 되기 쉽다. 분명 릴스도 틱톡의 필터처럼 얼굴에 무언가를 씌우거나 보정해 주는 것도 있다. 인스타그램의 일상을 올린다는 그 맥락을 고려해 본다면, 음악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는 단순한 템플릿은 인스타그램이라서 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저의 속성을 고려한 좋은 기획이다. 어쩌면 '템플릿'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 쇼츠

유튜브 쇼츠 역시 다양한 편집 기능과 음악들을 제공하고 있다. 음악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해당 음악을 이용한 쇼츠가 몇 개인지 보여주는 점이다. 최초에 쇼츠를 제작하는 화면에서 음악이나 기타 다른 필터나 효과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위 이미지의 세 번째에서 볼 수 있듯 최종 촬영 후 다시 음악이나 텍스트 등의 편집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나는 휴먼다큐멘터리 조연출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2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롱폼 편집 경험이 있다는 말인데, 그래서인지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와는 다른 쇼츠의 UX를 발견할 수 있었다. 편집의 흐름이 마치 롱폼 편집의 흐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앞선 틱톡과 릴스는 편집 방식이나 음악을 미리 결정하고 그에 맞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선택하는 순으로 제작된다. 기존 롱폼의 경우 일단 촬영을 마친 후 컷을 잘라 붙여 영상 최종본을 만들고, 이후에 자막이나 음악을 입힌다. 유튜브 쇼츠는 위의 첫 번째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최초 영상 촬영 순간에 모든 기능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뒷부분에서 롱폼 제작처럼 촬영된 영상에 다시 효과를 선택하여 최종 편집할 수 있도록 UX를 제공하고 있다. 롱폼 제작에 익숙한 유저들을 고려한 UX가 아닐까 싶다. 쇼츠는 틱톡이나 릴스처럼 음악이 영상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틱톡과 릴스가 챌린지나 영상 테마에 따라 음악을 추천하는 것과 달리, 쇼츠는 배경음악 그 자체로서 장르별로 먼저 제공하고 있다.



결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모두 제작자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이 편리한 UX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서비스 내의 유저나 콘텐츠적 속성에 따라 각자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 똑같은 숏폼 콘텐츠가 아닌가 싶었지만, 이리보고 저리볼 수록 결이 다른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최초에 이 시리즈를 생각했던 2022년 9월에서, 지금은 2023년 4월이다. (알고리즘의 영향도 있고, 개인의 판단이라 글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유튜브 쇼츠가 릴스보다는 더 폭넓고 유용한 콘텐츠를 가진 곳이고, 릴스가 가장 도전해 보기 좋은 숏폼이고, 틱톡은 뭐가 많은데 보면 남는 게 없는 곳이다. 다만 제작자에게 있어 새로운 수익 창출 채널이 될 거라는 생각과, 그만큼 플랫폼 차원에서도 체류시간 증대, 광고 비즈니스 적용 등 수익 구조 개선과 강화에 아주 중요한 프로덕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명확하다. UX 차이 위주로 다뤄봤는데, 각자가 방향에 맞게 잘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디지털 시대의 시선]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왜 성공했을까? 

작가의 이전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뭐가 달라?(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