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핵심가치에서 알 수 있는 유저 간의 관계
사람들이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행동하는지 생각하면 '숏폼 콘텐츠'를 제외할 수 없다. 관련 플랫폼으로는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세 가지가 떠오른다.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먼저 이 글에서는, 서비스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슬로건에서 출발하여, 이에 따라 형성되는 유저 간의 관계가 각 서비스들의 어떤 차이를 야기하는지 살펴본다. 다음 편에서는 콘텐츠 생산 관점에서 어떤 사이클과 생태계 형성을 해내는지 살펴보겠다.
어떤 서비스인가? 유저는 어떤 관계인가?
- 서비스가 제안하는 기본 가치는 무엇인가. 서비스 내 유저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기본 가치와 유저들의 관계. 유저가 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 이것이 각 서비스들이 제안하는 숏폼 콘텐츠 기능을 활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가
각 서비스의 시작점을 살펴보자. 지금은 이런저런 기능이 많아도, 유저들은 최초에 서비스가 제안하던 가치를 기억하고 있다. 유저가 꼭 서비스 기획의 의도대로 사용하란 법은 없지만, 핵심 기능과 이 서비스가 본인들에게 뭘 주고자 하는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각 서비스의 슬로건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것이 서비스 내 유저 간의 관계 자체, 혹은 관계 형성 과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해당 서비스 내에서 숏폼 컨텐츠(릴스던, 틱톡이던, 쇼츠던)의 기능 또는 특징을 살펴보자.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 촬영과 동시에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적용하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위키백과
Share Everyday Moments.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기본 속성은 Moments, '일상'이다. '내가 하는 생각, 한 것, 본 것' 중 하나에 속한다. 물론 연출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유저가 말하고 싶은 바는 '나 오늘/요즘/항상 이런 일상을 살아요'일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유저 간의 관계는 '일상을 공유해도 괜찮은 사이'가 디폴트이다.
서비스 내에서 접촉한 관계를 제외하고,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인스타그램을 주고받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친구의 친구,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등 다양한 사람과 인스타그램을 주고받더라도, 업무상 알게 된 관계와는 보통 교환하지 않는다. 주변 친구, 태국/중국/일본인에게 물었을 때도 같은 답변을 받았다. 일상 공유용으로 스토리를 자주 올리고, 학회나 비즈니스상 알게 된 사람에게는 인스타그램보다는 전화번호나 이메일주소 등 보편적인 연락 수단을 주고받는다고(산업에 따라 다를 수 있긴 하다).
3초에서 10분까지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짧은 음악, 립싱크, 댄스, 코미디, 탤런트, 챌린지와 같은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공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위키백과
Make Your Day. 나다운 즐거움!
틱톡은 숏폼 비디오의 시발점이다. 숏폼 비디오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며 유저 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2014년, 짧은 시간에 빨리 무언가를 소비하는 문화를 일컬어 '스낵 컬처'라 했었고, 이는 콘텐츠 형식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볼지 너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상, 빠른 소비. '숏폼' 비디오는 그 니즈를 영상의 길이로서 해결해 준다.
미래 고객, 미래 먹거리를 말하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단어 MZ세대. MZ세대는 나를 알고 표현하는 것,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춤이던 뭐던 내 모습을 찍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면? 내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놀이가 생긴 셈이다. 나다운 즐거움을 찾아주고, 크리에이티비티를 발휘하도록 영감을 주는 플랫폼이라니, MZ세대가 흥미를 가질 법하다.
틱톡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소비 관점, 제작 관점에서 니즈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반에 있어 '내 취향'을 고려하기 때문에 틱톡에서는 콘텐츠를 보는 것도, 만드는 것도, 공유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할 수 있다.
틱톡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며 강조하고 있듯 '나를 드러내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인스타그램처럼 '일상'이라는 콘텐츠의 콘셉트를 제안하지 않고, 유저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유저는 내 취향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틱톡은 이를 고려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유저는 댓글과 좋아요 등으로 소통하며 틱톡 내에서의 관계를 확장한다. 여기에서 틱톡 유저 간의 관계는 나의 취향이든 일상이든 무엇이든 '나와 교집합이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틱톡에서 내가 자주 소비하는 콘텐츠와 어떤 유저가 주로 만드는 콘텐츠가 유사하다면 추천될 수 있다. (이 경우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더라도 A 팔로워인 경우 B 팔로워인 확률이 높다는 등의 특징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 있을 것이다.) 꼭 아는 사이일 필요도 없다. 유저 자의에 의해, 혹은 틱톡의 추천에 의해 나와 어딘가 맞는 구석이 있는 사람과 이어진다.
틱톡 유저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게시물이 공개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픈 마음에 #fyp (#foryourpage)라는 해시태그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팔로워 천 명대이고, 단일 영상 최고 조회수가 3만 뷰 이상인 태국 틱톡커와 인터뷰를 했다. 언제 인스타그램을 쓰고 언제 틱톡을 쓰는지 물었다. 일상, 즉 사생활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건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하고, 어떤 정보를 공유하거나 챌린지를 할 때 틱톡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의 틱톡에는 명동에서 라네즈 제품을 체험하는 영상과 한국어 연습, 인스타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챌린지들이 있었다.
친구들도 틱톡에 영상을 올리냐는 질문에는 본인 뿐이라고 답했고, 같이 공유할만한 사진이나 영상이 있을 때엔 인스타그램에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과 다른 틱톡만의 재미가 있냐, 왜 하냐는 질문에는 향후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인스타그램은 친구와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고, 틱톡은 한국/화장품 등에 대한 내 관심사 관련 영상을 올리고 소통하며 나를 드러내고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크게 봐서는 나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뜯어보면 이렇게 다르다.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가, 그 안에서 연결된 사람들과 어떤 관계인가에 따라 서비스의 용도가 결정된다. 인스타그램/틱톡 중 택 1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저가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한다.
유튜브 또한 틱톡처럼 비디오 플랫폼이고, 추천 기반 알고리즘이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에서 유저 간의 관계도 틱톡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틱톡과 유튜브는 뭐가 다를까?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공유 및 호스팅 사이트로서, 이용자가 영상을 시청 · 업로드 · 공유할 수 있다. -위키백과
유튜브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의 시초다. 숏폼과 비교하자면, 유튜브는 기존에 '롱폼 비디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서비스이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올리던 기존 유저들, 제작자들은 롱폼의 방식에 익숙한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유튜브는 '1억 달러(한화 1,389억 원 상당)을 쇼츠 펀드로 조성했지만 성장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고, 내년부터 동영상 조회수를 바탕으로 쇼츠 수익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드 온 유튜브(Made on YouTube), 2022.09.20) 유튜브 쇼츠(2021. 08)가 틱톡(2016)과 인스타그램 릴스(2021. 02)에 비해 늦게 출범한 만큼 적극적인 콘텐츠 업로드를 유도하긴 했으나 그 보상체계가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말이다.
쇼츠 런칭 초기 당시 유튜브에서는 숏폼 비디오의 개수 자체가 적었고, 짧은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고로움과 시간에 비해 잦은 노출과 높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른 '쇼츠의 재미'를 본 제작자들은 쇼츠만을 중점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위 계정의 경우 롱폼 영상의 최근 업로드는 3개월 전이고, 그 마저도 업로드 간격이 2개월, 6개월임을 볼 수 있다. 쇼츠는 하루에도 몇 개씩 업로드하고 있다. 위 계정의 경우 짧은 마술, 트릭을 숏폼 비디오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쇼츠에서도 수익 창출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하니, 마술처럼 짧은 시간에 흥미와 집중을 끌어낼 수 있는 숏폼 최적화 콘텐츠가 있다면 계속해서 숏폼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자주보는 채널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관련 인터뷰와 함께 노래를 하나씩 추천받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쇼츠를 통해 본편(롱폼 비디오)이나 채널로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일종의 예고로 사용하는 셈이다.
꼭 이 채널이 아니더라도, 롱폼 영상을 보다 보면 출연자가 '쇼츠각이 나왔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흔히 TV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지금 이 장면/멘트/표정을 예고로 쓰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출연자도, 제작자도 유튜브의 숏폼을 예고나 티저, 채널 유입의 용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언급한 내용들 중 플랫폼별로 특징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위주로 정리해 봤다.
인스타그램은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유저의 성향/함께한 사람/상황에 따라 어떤 것은 릴스에, 어떤 것은 틱톡에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반영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여행지들, 음악 박자에 맞춰 컷들이 바뀌는 여행 혹은 음식 영상, 강아지 위주의 영상이 대부분이다. 재미있게 연출된 영상보다는 일상 영상들이다. 생각해 보면 온전한 재미 목적의 영상, 엽기적이거나 연출된 영상들은 틱톡 아니면 유튜브 쇼츠에 있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보기 힘들다.
서비스의 주요 키워드가 서비스 내 유저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똑같은 숏폼 비디오 기능도 다른 결을 가지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결정된 서비스의 결이 주요 이용자층과 행동패턴을 특정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이런 차이가 있구나, 로 끝날 내용이 아니다.
서비스 기획, PO, 비즈니스 전략 관점에서 우리 서비스가 어떤 유저를 타겟할 것인지, 그들이 원하는 경험은 무엇인지, 그를 위해서는 우리의 콘셉트를 무엇으로 가져가야할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오늘 살펴본 이 세 가지 서비스들은 큰 맥락에서는 같은 기능, 같은 서비스이지만 주요 방향성에 따라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 플랫폼에서 숏폼 콘텐츠 촬영, 편집 과정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봤는데 유튜브 쇼츠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숏폼 콘텐츠 제작자 관점에서 플랫폼별 특징과 차별점을 살펴보고, 플랫폼들이 그렇게 서비스하는 이유와 타겟층을 유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