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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Jul 27. 2024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면

<죽음카페 2화> 신념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7월 죽음카페가 열리던 날


이른 아침 친구 두 명을 픽업해서 삼나무가 늘어선 남조로를  달리다가, 문득 런 생각이 들었다. 는 왜? 밤잠을 설쳐 비몽사몽 엉망인 컨디션으로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그들은 왜? 주말의 여유와 늦잠까지 반납한 채 굳이 죽음을 얘기하 렇게 모여드는 것일까.




죽음카페 오픈 시간 10시였다. 1시간 앞당겨진 까닭 다들 바빴나 보다. 조금 늦는 참석자들이 생겼다. 각자 들고 온 컵에 차를 받아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시작 10여 분 지연되었다. 우리 조는 우연히 40대의 젊은 여성들로 꾸려졌다. 대화의 규칙을 정하기 전에 먼저 조 이름을 정자고 하였다. 오늘의 드레스코드인 빨간색을 상징하는 단어로 체리 사과, 태양 붉은노을이 나왔다. 그중에 가장 시적인 단어 <붉은노을>이 우리의  이름으로 뽑혔다. 이것은 죽카페가 끝난 후에도 이어진 우리의 멋진 단톡방 이름이 되기도 하였다.


나는 이번에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대화의 물꼬 터 나갔. 고인 소개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죽음과 관련하여 우리가 나누어야 할 대화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허당 님이 소개한 고인은 18년의 인연을 이어나간 반려견이었다. 죽음이 두려워서 반려견과의 만남을 회피했는데, 것이 내내 후회가 남았다고 한다.  우리의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앞 만나게 되는 아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미소가 아름다운  님은 아직도 삐그덕거리는 신랑과의 관계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샨티 님은 타인을 배려하느라 감정 표현과 하고 싶은 말을 잘하지 한 것을, 아직 미혼인 허당  자신을 몰아가느라 정작 놓쳐버린 행복을 꼽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삶의 방식을 차근차근 터득해 나가며 행복고 있고, 유까지 적어놓을 정도로 야무졌다.   


그렇다면 나는 죽 앞에서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나이 50 즈음에 불현듯 삶의 화두가 된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답을 찾기 위해 인생 선배들이 을 때 하는 후회를 공부하며 교훈 삼로 하였다.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서 ~걸~걸~걸 하면서 후회를 하고 있었다. 후회는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인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삶의 정답이 보이는 것이다. 안타까웠다. 평소에 죽음을 기억했다면 그런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죽음을 앞두고 하는 후회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 그중  마음에 새겨진 3대 후가 있다. 첫 번째 후회 죽으면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데 평소에 베풀고 나누었더라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받았, 두 번째 후회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화 냈는데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고 용서할 걸, 세 번째 후회 평생 죽도록 일만 하지 말고 인생을 맘껏 기다 갈 걸 다. 이후 나의 삶베풀고, 용서하고, 즐기는 것이 기본 방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숙제로 남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용서이다.


죽음카페의 시간 살같흐르는 동안 우리  이야기 끝없이 이어졌다. 이제 다음 주제로 나아갈 차례였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아직도 용서하지 못할 일은 무엇일까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 별  친정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평생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며 폭력적이던 아버지로  상처와 증오가 뿌리 깊었다. 아버지를 대신할 사람으로 남편에게 의지했으나 그런 기대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는 자녀와의 관계마저 어렵게 만들어서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간의 고통 중에는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원 가족과의 관계는 나약하고 미숙한 어린 시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자로 남기 쉽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내면 아이의 고통이 현재 삶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것은 다시 한번 찬히 살펴봐야 . 지금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뒤돌아보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가족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꼬여서 분노로 뭉친 불쌍한 사람일 뿐이다. 


신념이라는 필터


우리 방금 전 샨티 님이 이야기한 신념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로 했다.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마음 고통은 집착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며 신봉하고 있는 신념이 함정이 될 수도 있것이다. 부모라면 마땅히 경제적 능력이 있어 자식 고생시키지  않아야 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하며, 매사에 모범을 보여 자식이 믿고 따르도록 해야 한다, 등등 타인에게 적용하고 있는 행동의 기준에는 실과 동떨어진 우리이상적인 신념이 깔려 있기도 하다. 


우리는 신념이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다. 그러나  신념 나의 삶을 꼼짝 못 하게 옭아매밧줄라면 어쩔 것인가.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옳고 그름 없다고 가르다. 나는 항상 옳기만 하고 항상 그르기만 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닥친 사건과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낸 세상 속으로 끌려 들어가 서사를 만들어내는 건 바로 자신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통 속에서 배움이 일어날 때 우리는 성장한다. 그래야 전한 현재를 살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삶에서 각자 자신의 신념을 점검해 보기로 약속하였다. 




이어 전체 대화가 시작되었다. 조별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 한 가지씩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더 알차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사별 후 차츰 적응해 가는 이야기,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함께 글과 그림으로 죽음을 준비해 가는 이야기, 죽음까지 생각했던 우울증을 글을 쓰며 회복해 나간 이야기 등이 소개되었다. 삶은 늘 아름답, 죽음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은 감동을 준다.


지막으로 이번 모임의 드레스코드 베스트 시상식이 있었다. 는 삶의 열정을 의미하는 빨간색이었다. 죽음카페 1차 평가회에서 드레스코드 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나는 뚝심으로 밀고 나갔다. 과하지 않은 드레스코드는 모임에서 재미를 더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기분을 흥겹게 만들고, 모임의 의미를 되짚어 하며, 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서로 동질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날은 우연히 모델 경력이 있는 분이 참석하셨다. 나는 그분께 워킹 지도를 부탁드렸다.  런웨이에서 워킹 시범을 보이자 환호성이 터지며 분위기가 한층 업되었다. 각 조에서 뽑힌 베스트 다섯 명이 분의 뒤를 이어 다소 미숙 워킹을 완수하다. 박수가 이어졌고,  박수 소리의 크기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았다. 도서상품권이 모바일로 수여되 시상식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죽음카페의 분위기를 깃털처럼 가볍멋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뒤늦은 점심을 꿀맛처럼 먹고 서귀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침에 불현듯 피어올랐던 의문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죽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주말의 시간을 쪼개가면서 멀리까지 모여드는 것은, 아마도 죽음을 당당히 직면하고 준비하는 것만이 삶이라는 보석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7월 <누운산책방 죽음카페> 모임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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