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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호 Jun 10. 2020

로포텐에 가기로 한 몇 가지 이유

대자연 여행의 시작

때는 2018년, 나는 유럽의 리투아니아라는 작은 국가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다름아닌 여행이었다. 리투아니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도 작고, 다소 외곽에 있어 교통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다른 곳을 다녀오는 덴 큰 어려움이 없었다. 거의 열한 달을 머물며 참 많은 곳을 여행했다. 그중 스위스는 매우 만족했던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 풍경이 멋진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꿨고 스위스에서 그걸 120% 충족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 다녀오고 몇달 후, 그 풍경을 잊지 못한 나는 스위스처럼 멋진 대자연이 가득한 곳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그리고 여행지를 물색한 끝에 떠나기로 결정한 곳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노르웨이의 로포텐 제도이다. 이 지역을 고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자연, 노르웨이의 이미지

먼저 가 봤던 스위스를 제외하고, '대자연'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랐던 나라가 노르웨이이다. 피오르(Fjord)는 노르웨이 자연 여행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송네 피오르(Sogne Fjord)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이가 긴 만큼 자태가 웅장하며, 무수히 많은 여행자가 찾는 인기 명소이다. 비단 이곳 뿐이랴. 국가 전체에 멋진 자연이 널렸으니, 노르웨이를 후보에 넣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 넓은 노르웨이를 크게 훑는 것은 불가능했다. 범위를 좁혀 핵심으로 여행할 지역을 찾아 나갔다.


미지의 땅에 대한 로망

송네 피오르는 그 명성이 자자한 만큼, 여기저기서 이름을 몇 번 보고 들어 어느 정도 내 머리에 익은 상태였다. 처음엔 이런 잘 알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조금은 덜 알려졌고,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멋진 곳이 있다면 그곳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할 때 때때로 사람들이 많고 유명한 곳보다 이름이 덜 나고 한적한 곳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크게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곳을 찾아가는 것에 로망이 생겼고, 노르웨이에서 그 로망을 제대로 실현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구글 지도로 노르웨이를 답사하다 처음 꽂힌 곳은 스발바르 제도(Svalbard)였다. 곧장 정보와 사진을 찾아봤다. 노르웨이 본토에서도 한참 위쪽에 떨어진 극지방에 있는 이 섬은 황량하고 적적해 보였다. 풍경이 멋지고 아름답기보단 마치 지구의 마지막 풍경처럼 쓸쓸해 보였다. 나는 이곳에 큰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자유 여행이 불가능하고(북극곰이 출몰해 단독 행동이 불가능하며, 가이드가 총을 소지한다고 한다.)과 비싼 비용 때문에 눈길을 떼야 했다. 이후 지도를 옮겨가며 두 번째로 꽂힌 곳이 바로 로포텐 제도(Lofoten)이다. 스발바르만큼 고위도는 아니지만, 북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북위 68도에 위치한 곳. 섬이 본토에서 툭 튀어나와 동서로 길게 흩어지듯 뻗은 곳.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곳. 사람들이 발길이 많이 닿진 않는 곳. 내겐 충분히 미지의 땅이다.


바다의 알프스

로포텐은 '대자연'이라는 여행 주제에도 딱 맞았다. 로포텐에 대한 자료와 여행 후기를 찾아보다가, 레이네브링겐이라는 산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보고 그만 단숨에 반해 버렸다. 바다는 한없이 푸르고, 산들은 우락부락하고 거칠다. 조그만 마을이 그 사이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로포텐 행을 결심한 데는 이 풍경 사진이 정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레이네브링겐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로포텐은 험난한 산세가 중부 유럽의 알프스와 닮아서 '바다의 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독특하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다양했다.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나를 반하게 만든 레이네브링겐 풍경(사진 출처 : CODY DUNCAN, http://www.68nor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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