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나는 유럽의 리투아니아라는 작은 국가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다름아닌 여행이었다. 리투아니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도 작고, 다소 외곽에 있어 교통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다른 곳을 다녀오는 덴 큰 어려움이 없었다. 거의 열한 달을 머물며 참 많은 곳을 여행했다. 그중 스위스는 매우 만족했던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 풍경이 멋진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꿨고 스위스에서 그걸 120% 충족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 다녀오고 몇달 후, 그 풍경을 잊지 못한 나는 스위스처럼 멋진 대자연이 가득한 곳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그리고 여행지를 물색한 끝에 떠나기로 결정한 곳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노르웨이의 로포텐 제도이다. 이 지역을 고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자연, 노르웨이의 이미지
먼저 가 봤던 스위스를 제외하고, '대자연'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랐던 나라가 노르웨이이다. 피오르(Fjord)는 노르웨이 자연 여행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송네 피오르(Sogne Fjord)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이가 긴 만큼 자태가 웅장하며, 무수히 많은 여행자가 찾는 인기 명소이다. 비단 이곳 뿐이랴. 국가 전체에 멋진 자연이 널렸으니, 노르웨이를 후보에 넣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 넓은 노르웨이를 크게 훑는 것은 불가능했다. 범위를 좁혀 핵심으로 여행할 지역을 찾아 나갔다.
미지의 땅에 대한 로망
송네 피오르는 그 명성이 자자한 만큼, 여기저기서 이름을 몇 번 보고 들어 어느 정도 내 머리에 익은 상태였다. 처음엔 이런 잘 알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조금은 덜 알려졌고,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멋진 곳이 있다면 그곳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할 때 때때로 사람들이 많고 유명한 곳보다 이름이 덜 나고 한적한 곳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크게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곳을 찾아가는 것에 로망이 생겼고, 노르웨이에서 그 로망을 제대로 실현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구글 지도로 노르웨이를 답사하다 처음 꽂힌 곳은 스발바르 제도(Svalbard)였다. 곧장 정보와 사진을 찾아봤다. 노르웨이 본토에서도 한참 위쪽에 떨어진 극지방에 있는 이 섬은 황량하고 적적해 보였다. 풍경이 멋지고 아름답기보단 마치 지구의 마지막 풍경처럼 쓸쓸해 보였다. 나는 이곳에 큰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자유 여행이 불가능하고(북극곰이 출몰해 단독 행동이 불가능하며, 가이드가 총을 소지한다고 한다.)과 비싼 비용 때문에 눈길을 떼야 했다. 이후 지도를 옮겨가며 두 번째로 꽂힌 곳이 바로 로포텐 제도(Lofoten)이다. 스발바르만큼 고위도는 아니지만, 북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북위 68도에 위치한 곳. 섬이 본토에서 툭 튀어나와 동서로 길게 흩어지듯 뻗은 곳.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곳. 사람들이 발길이 많이 닿진 않는 곳. 내겐 충분히 미지의 땅이다.
바다의 알프스
로포텐은 '대자연'이라는 여행 주제에도 딱 맞았다. 로포텐에 대한 자료와 여행 후기를 찾아보다가, 레이네브링겐이라는 산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보고 그만 단숨에 반해 버렸다. 바다는 한없이 푸르고, 산들은 우락부락하고 거칠다. 조그만 마을이 그 사이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로포텐 행을 결심한 데는 이 풍경 사진이 정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레이네브링겐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로포텐은 험난한 산세가 중부 유럽의 알프스와 닮아서 '바다의 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독특하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다양했다.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나를 반하게 만든 레이네브링겐 풍경(사진 출처 : CODY DUNCAN, http://www.68nor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