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과 강재민, 이들을 가른 선발 요소는?
지난 6월 16일 발표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 엔트리는 큰 논란의 중심이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선발은 선발 당시 단 10이닝만을 소화한 차우찬(LG 트윈스)이었다. 한편 엔트리 최종 선발에 있어, 선발 당시 0점대이던 강재민(한화 이글스)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을 갈랐던 대표팀,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부족한 좌완 에이스, 풍부한 국가대표 경험의 차우찬.
그러나 어깨 부상 후 구위는 의문.
차우찬은 현재 야구 대표팀 엔트리 상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함께 대표팀의 유일한 좌완투수이다. 지난 수 년간 국제대회를 지켜주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국가대표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상황.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풍부한 국가대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차우찬이다.
실제로 차우찬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발을 시작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2019 프리미어12 등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가지고 있는 좌완 투수이다. 국제대회 경기의 경우, 경험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우찬은 김경문 감독에게 경험적으로 증명된 카드 였을 수 있다. 때문에 김경문 감독이 경험적 요소를 크게 고려하여, 차우찬을 선발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차우찬의 몸 상태는 다른 국제대회를 치뤄왔던 차우찬과는 사뭇 다르다. 차우찬은 작년 7월 투수로서 치명적인 어깨 힘줄 파열 부상을 당했다. 그 후 차우찬은 지난 1년동안 재활에 매진해왔고, 6월 1군 마운드에 복귀했으나, 구속이 130 km/h 대 중반에서 형성되는 등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차우찬은 6월말부터 7월초까지 2경기에서 6.1이닝 11실점(10자책) 을 하고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이 기간 동안 차우찬은 삼진은 단 2개밖에 잡지 못한 반면, 피 안타는 9개(피 홈런 2개 포함), 사사구는 무려 7개를 내주며 타자와 승부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경문 국가대표 감독은 엔트리 변경은 부상 이외엔 가급적 피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최대한 지금 엔트리 선수들로 올림픽을 치뤄내겠다고 각오를 펼쳤다. 하지만 현재 차우찬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미국, 일본 등 강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구위인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백정현(삼성 라이온즈)와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백정현은 꾸준하게 삼성 마운드를 지켜온 베테랑 좌완투수이다. 2017년부터 선발투수로서 등판해온 백정현은 2021년 84이닝동안 평균자책점 2.68, WAR(스탯티즈 기준) 2.58이라는 준수한 활약을 하며 삼성 라이온즈의 선두권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가대표 경험은 없지만, 현재 가장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왼손투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우찬의 대체 카드가 될 수 있다. 양현종은 지난 6월 18일 MLB 40인 로스터에서 양도 지명(DFA)처리 후, 현재 트리플A에서 뛰고 있다. 최종 엔트리 선발 당시만 해도 양현종은 텍사스 40인 로스터에 있었지만, 현재는 빠져있는 상태이다. 즉, 현재 기준으로 보았을 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상태이다. 만약 국가대표에서 1선발을 해주던 양현종이 올림픽 엔트리에 대체 선발될 수 있다면 대표팀 마운드에는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다.
*KBO리그 대표 불펜 강재민,
그러나 탈락 사유는 너무 많은 사이드암? 팀 별 안배?
차우찬의 선발과 함께 논란이 되었던 선수는 바로 강재민의 탈락이다. 강재민은 7/9 기준 평균자책점 1.09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의 믿을 맨이다. 특히 야구 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된 6/16일 기준으론 0.55라는 어마어마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세부 지표 역시 피안타율 0.165, WHIP 0.88 등 A급 불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강재민의 탈락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대회의 경우, 최장 10경기까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선발투수 위주로 선발하였다고 일축하였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사이드암 투수들을 살펴본다면 고영표(KT 위즈), 한현희(키움 히어로즈), 최원준(두산 베어스) 등 선발 경험이 있는 사이드암 선수들이다. 만약 강재민을 선발한다면 우투수 중 사이드암 선수가 4명이 된다. 이때 상대적으로 좌투수에게 불리한 사이드암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엔트리는 투수진 운영에 있어 고민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 불펜 투수인 강재민을 탈락시키고, 선발 투수가 가능한 사이드암 선수들을 선발하였다는 사실이 여러가지 가능성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팀 별 안배이다. 대표팀 엔트리 선발을 두고 대표팀 내 관계자가 “팀 별 안배”를 고려하였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논란이 되고있다. 실제로 국가대표 엔트리를 보면, 팀 별 1명씩만 뽑힌 팀이 4팀(한화, 롯데, KIA, SSG)이 있다. 즉, 강재민을 선발하면 어떤 팀의 경우 국가대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경우에도 KT 위즈가 최초 엔트리 발표 때 한 명도 선발되지 못했고, 야구팬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모든 팀에서 선수를 1명 이상 선발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강재민을 탈락시키고, 다른 팀 선수를 선발하였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19일(월)부터 소집해 23일(금), 25일(일) 각각 24세 이하 라이징스타팀과 키움 히어로즈와의 평가전을 갖고 26일 출국한다. 매번 국가대표팀 엔트리에는 논란이 존재해왔으나, 국제 대회의 성적으로 증명해왔던 국가대표팀이었다. 이번 도쿄올림픽 역시 논란을 잠재울 성적으로 김경문호가 증명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