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패를 당했는데 사람들이 웃는다. 이게 밉보인, 조롱받는 야구의 현실.
참사, 참패. 단순한 감정으론 표현이 안되는 일본-미국-도미니카전 3연패.
근데 사람들이 웃는다. 너희는 욕먹어야한다고한다. 8회에 5점이나 주고 진 대참사에 사람들은 잘 졌다고 더 망하라고 웃는다. 목메달이라는 교수형을 합성해놓은 사진도 sns 이곳저곳에 돌아다닌다. 워낙에 야구로 군면제 된 경우가 많다보니 군면제 대상이 몇 없음에도 군대나 가라고 온갖 조롱이 댓글로 쏟아진다.
아마 이제 시작일 것이다. 한국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조롱거리가 되었다. 축구가 멕시코에게 단순히 패한 것과는 달리 스포츠 이미지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타격을 입었다. 국제대회에서 앞선 조롱들을 만회할 기회는 2023 WBC가 사실상 유일하다. 아시안게임은 양학한다고, 군면제수단이라고 또다시 비난을 들을것이고 다음 올림픽 야구는 아무리 빨라야 2028년이다.
2007년부터 야구를 봐왔으니까 14년. 사실 축구는 초등학교때 대회내내 실수를 하고, 중학교때 수비하다가 "돼지새끼가 아무것도 못하네 꺼져 병신아ㅋㅋ" 같은 발언을 듣고 꽤 오랫동안 손을 놨었다. 그 시간을 매꿔주고, 가장 친한 친구같은 존재가 야구였다.
야구를 너무 좋아했던 나는 스포츠 기자를 꿈꿔왔다. 현실의 벽이 좀 그래서 그렇지 아직까지도 0순위는 스포츠 기자가 맞다. 야구 기자가 되고 싶어서 다른 스포츠를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야구만 취재할 순 없을꺼니까. 앞서 들었던 모욕을 견디고 축구를 다시 시작하고 공부한 것도, 배구, f1 등 다른 스포츠를 공부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렇게 사랑한 야구가 모두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답답하고 무기력하다. 감독이란 사람은 금메달따려고 여기 온거 아니다같은 망언을 던진다. 사실 엔트리부터 많이 삐그덕 댔지만, 동메달이라도 건지길 바랐다. 사실 머리속으론 동메달을 말하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은 너무나 철저한 데이터로 무장했고, 경기내내 시프트를 이용하는 등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왔다. 미국이 몇년 전과 다르게 마이너리거 중 선발할 수 있는 최상의 엔트리를 꾸려왔다는 것 역시 마음의 걸림돌이었다. 일본이야 이번 올림픽 야구 금따려고 사활을 걸었고.
사실 올림픽 전부터 야구는 코로나 술판이라는 다시없을 헛발질을 하였다. 경기 전날에 술먹고 뛴다는 암암리의 소문은 이젠 씻을 수 없는 "이미지"가 되었다. 배나온 주제에 저게 스포츠냐는, 배나오고 경기전에 술쳐먹고 국제대회에서 성적도 망신인 주제에 니네가 스포츠냐로 멘트가 추가되었다. 아 거기에 국제대회에선 속을 뒤집어놓은 선수들이 국내에선 80억 100억을 받는다. 꽤 많은 사람들은 야구 시장은 이제 좀 죽어야된다고, 니네 너무 거품이라고 그런다. 몸값이 과한건 어느정도 맞다. 2012년부터 시작된 FA 러시는 점점 가격이 커지더니 80억, 96억, 100억, 120억, 150억의 규모로 커졌다. 남들은 평생 못만질 돈을 공던지고 공치는거로 벌고 + 한국 스포츠에서 제일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는 야구 시장이니 이 돈에 비해 이 실력이 맞냐라는 비판은 어느정도는 맞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앞서도 말했듯 야구는 이제 조롱받는 스포츠이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조차 조롱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더더욱 조롱 받을 것이다. 이제 야구를 시작하려는 어린 선수들은, 더 나아가서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엄마 나 야구할래라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전국민의 조롱이 된 와중에 나서서 욕을 먹겠다고 야구를 보러가고,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야구를 보러가는 사람이 줄어드니 야구 시장은 더욱 위축 될 것이다. 이미 술판 사태부터 이럴 사태를 예견 했다면 올림픽 노메달은 정말 쐐기를 박았다. 베이징 세대가 10년뒤에 다시한번 잠재력 있는 고등학교 선수들을 만든 것처럼, 도쿄 세대가 10년뒤에 (미안한 이야기지만) 드래프트 팜 멸망이라는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다. 미국 일본은 더더욱 데이터로 변수를 줄이려하고 야구를 더욱 성장시키는데, 우리나라 야구는 앞으로 몇 안남은 기회조차 살리지 못하면 끝없이 퇴보할 것이라고 안타깝지만 추측한다. 이렇게 야구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망해갈지도, 모두의 무관심으로 방치될지도 모른다. 80-90년도에 엄청나게 뜨거웠던 국내농구가 지금은 되살리기엔 어디서부터 손대야될지 막막한것처럼.
어떤 기사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차라리 잘됐다고 한다. 근데 잘 모르겠다. 차라리 여론이 화낼지 언정 메달을 땄으면 했다. 과정을 기억해주지 못할 언정 그래도 동메달이라는 결과는 남으니까. 그래도 우리 아직 괜찮다고, 정말 수많은 논란과 오명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야구 아직 나쁘지 않다라고 선수들이 증명해주길 바랐다. 그게 도쿄 키즈를 낳을 수 없을 지 언정, 원래 있던 키즈들조차 떠나가지 않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졌다. 이겨도 욕을 듣고 져도 욕을 들을꺼면 이겨야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공항에 온갖 야유와 계란이 날라왔을지도 모른다. 야구는 밉보였고, 국내에서만 날뛰는 실력이라고 색안경을 씌워줬으며, 앞으로의 시장도 불투명하다. 코로나가 끝나도 야구장에 과연 5천명은 올 수 있을까. 유튜브, 넷플릭스처럼 세상에 재밌는게 너무 많은데 굳이 밉보인 야구를 보려고 오려할까. 먼 미래에 내가 아들딸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려고 할때 "아빠는 왜 야구처럼 망한 스포츠 봐? 나 가기 싫어 재미없어" 라고 되묻지 않을까. 그나마 동메달이라도 바랐던 진심은 오늘 물거품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조롱들에 반박할 수도, 해명할 수도 없는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