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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정 Jun 17. 2020

착한 브랜드가 이긴다

아이돌 팬덤에서 브랜드 팬덤을 배우다

“환불 받은 티켓값을 코비드19 예방을 위해 기부했어요.” 


BTS의 콘서트가 코비드19의 여파로 취소된 후, 한 아미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은 들불처럼 퍼졌다. 수많은 아미들이 환불 받은 티켓값 기부에 동참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아미들이 힘을 합하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변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의견을 시작으로 아미(Army)안에 기부 단체 OIAA(One In An Army)가 만들어졌다. 슬로건은 ‘큰 팬덤이 커다른 변화를 만든다’이다. 단순히 BTS의 대외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BTS의 음악으로 얻은 긍정 에너지를 진짜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에너지로 쓰는 것이 목표다. 


아미뿐이 아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해피브리지는 “예전 모금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후원이 들어오고 있다. 아이돌 팬들의 기부가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팬덤들은 숲을 만들고, 도서관을 세우고, 교육을 지원하고, 반려동물을 후원한다. 세계 곳곳에는 우리 스타들의 이름을 딴 숲과 도서관과 학교가 있다. 


우리는 모두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착한 사람이 승리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 스타가 착한 존재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착한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선한 영향력’이다. 지금 이 시대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은 일정 부분, 팬덤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윤을 기업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과연 누가 다른 사람의 이윤을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겠는가?
더 큰 목표를 찾지 못하거나 목표의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이윤이 아닌 선한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테오도르 레빗(Teodore Levitt)의 말이다. 이 말은 직원들의 동기 유발을 염두에 두고 쓰였지만, 소비자들의 소비와도 연결이 된다. 


이윤만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는 아무리 품질이 좋고 예뻐도 결코 팬덤을 구축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기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기적인 브랜드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적인 브랜드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이 브랜드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지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선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 선한 브랜드가 일으키는 선한 영향력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선한 영향력은 CSR과 다르다. CSR은 말 그대로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평판을 지키고자 하는 방어적 경영 행동이다. 기업의 선한 영향력은 기업의 선한 신념을 더 넓고 깊게 확산시키고자 하는 활동이다. CSR의 궁극적 목적이 기업의 평판이라면, 선한 영향력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의 변화다. 


포춘지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쿨한 기업,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Provisions)’라는 이름으로 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연어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야생연어로 만들어진 연어어포, 야생 버팔로 육포, 그리고 컨자(Kernza)로 만들어진 맥주 롱루트(Long Root)를 생산한다. 컨자(Kernza)는 미국토지연구소가 토양의 건강회복을 위해 개발한 다년생 밀로 뿌리가 길어 물이 적게 필요하고, 화학 비료가 불필요하다.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왜 파타고니아가 식품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동일합니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불필요한 피해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파타고니아에 의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산업이 패션과 식품이다. 파타고니아가 패션에 이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식품산업을 시작한 이유다.


‘우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든다.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는다.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지구를 살리는 것이 목적인 브랜드다. 설정값 자체가 이윤이 아닌 환경이다. 영감을 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브랜드들이 파타고니아처럼 신념을 위해 비즈니스를 운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이 시대 브랜드란 무엇인가, 이 시대 브랜드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브랜드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일원이다. 나름의 신념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소비자들은 선한 영향력을 향한 기업과 브랜드의 노력을 의구심을 갖고 바라본다. 이 의구심을 해소하는 길은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이 진정성은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첫째, 본업에의 충실함이다. 

이것은 성실하다는 것, 투명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안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에 최선을 다할 때, 그제서야 고객은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파타고니아도 좋은 제품의 생산을 우선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불필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에 앞서서, 선한 영향력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탐스가 지금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도 제품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 기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그 브랜드와의 적절성이다. 

맥도날드(Mac Donald’s)는 지구를 지키는 거인이라는 주제의 ‘스케일 포 굿(Scale for Good)’을 펼쳐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와 환경 보호라는 주제는 그 맥락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스케일포굿’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이러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 중 하나가 스웨덴에 세운 스웨덴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맥도날드’라는 이름의 맥하이브(MacHive)다. 맥하이브는 꿀벌들을 위한 맥도날드로, 꿀벌 개체의 보존을 위한 그들의 신념을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틱톡(TikTok)이 기부플랫폼 틸티파이(Tiltify)와 함께 클릭하는 것만으로 기부가 가능해지는 스티커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자신의 역량을 활용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로 볼 수 있다. 


CVS Health와 UPS의 Flight Forward 드론 서비스가 힘을 합쳐 코로나로 이동이 어려워진 주민들에게 처방약을 전달하는 것도 브랜드의 설정값을 산한 행동으로 치환하 예다. 


세번째, 꾸준함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브랜드를 넘어서 환경 보호의 아이콘이 된 파타고니아는 매출액 1%를 꾸준히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이것을 지구에 내는 세금, 즉 지구세(Earth Tax)라 부른다. 또한 Tin Shed Ventures를 운영하며 자신들과 동일한 신념을 가진 기업들을 후원한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브랜드에게는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믿는다. 좋은 신념이 좋은 생산자를 만들고, 좋은 생산자가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고. 기업이 해야 할 선한 영향력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를 요란하게 알려주는 스피커가 아니라, ‘이 길로 갑시다’를 보여주는 등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브랜드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브랜드다.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브랜드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대 중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는 주제의 서적들이 꽤 인기를 얻었었다. 영악하게 살 자신이 없었던 나는, 직장 선배에게 이 말이 진실인지 물었다. 그 때 그 선배의 말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길게 보았을 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
왜냐면,
사람들은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성공하기를 원하거든.



그 선배의 말을 이렇게 바꿔본다.

길게 보았을 때 결국 성공하는 브랜드는 착한 브랜드야.
왜냐면,
사람들은 나쁜 브랜드보다 착한 브랜드가 성공하기를 원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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