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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Feb 21. 2021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의 생활하기, 초반부

“저는 한국인이고, 중국어를 못합니다”

중국 후이저우라는 낯선 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두 달가량이 된다. 나는 한걸음 한걸음 새로운 것에 적응 중인 이국인이다. 이 곳 어린아이의 눈에도 내가 그들과는 다른 낯선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엘리베이터 안, 엄마품에 안긴 아이가 빤히 나를 쳐다본다. 엄마가 “헬로, 안녕하세요”라고 아이를 보며, 따라 해 보라는 듯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나도 아이에게 눈 맞춤과 함께 눈인사를 보내본다. 아이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엄마 품 안에 얼굴을 묻는다.


휴일 오전, 한차례 지인과 함께 가본 적이 있는 딤섬 식당을 찾아 홀로서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낯선 나에게도 딤섬은 나름 낯익은 음식이고, 또 몇 가지 요리는 그림이 있어서 주문하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주문과 함께 대금 지불 프로세스도 한차례 지켜보았기에 비록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듯하였다.  식당에 들어서며, 나 혼자 왔음을 손가락 사인과 함께 외워둔 간단한 중국어로 상대가 뭐라 하던 나의 존재를 일러 주었다. 안내하는 종업원을 따라서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이들에게는 뻔한 식사 주문 절차에 따른 중국어도 나는 알아듣지 못한다. YouTube를 통해서 몇 마디 익혀둔 중국어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비장의 무기를 끄집어내어야 할 타이밍인 셈이다. “미안합니다만, 저는 한국인이고, 중국어는 아직 못합니다.”라는 중국어를 구사한 이후에서야 종업원이 알겠다는 듯이 행동한다. 딤섬 식당에 왔으니, 식사와 함께 마실 차를 주문할 ‘차’ 메뉴판을 보여주며, 몇 마디 덪붙이기는 하였으나, 나는 눈에 익은 한자인 ‘국화차’를 주문했다. 종업원은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를 몇 마디 하고선 떠나갔다. 홀로 테이블에 남겨진 채, 메뉴판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본 후에 한국에서 먹어본 것과 유사한 듯한 것들을 주문하려고 종업원을 다시 찾았다. 다른 이가 다가온다. 그나마 알고 있는 ‘이것, 이것, 이것’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중국어로 주문을 했다. 그러나 주문을 접수한 종업원이 던진 중국어가 또다시 나를 잠시 당황하게 한다. 당연히 ‘주문하실 다른 것은 더 없나요?’라는 정도의 물음일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무엇을 이야기하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되었어요’라는 의미로 중국어 한 글자 “bu”만으로 답했다. 미처 중국어를 배우지 못한 상태로 중국 땅을 밟은 탓에 지난 두 달가량 생존을 위한 중국어를 짬짬이 공부하고는 있지만, 정작 식당에서 나는 종업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이랑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고선, 계산대에서 마주한 계산원과의 간단한 대화에서도 처음엔 당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입한 물건을 담을 봉투가 필요하냐는 정도의 질문이었다. 그때의 계산원에게도 ‘저는 한국인이고, 중국어를 아직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현재까지는 이 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나쁘진 않은 듯하다.

어떤 이는 내가 중국말을 못 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안녕하세요’라는 서툰 한국말로 음식을 가져다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스와 같은 국가 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나, 지난해 코로나가 이 땅에서 초기 확산되어 두려움이 넘쳤을 시기에는 낯선 이방인에게 지금과 같은 호의는 어려웠을 것 같다.  


이 곳 사람들이 휴일이면 가족, 지인들과 운동삼아 많이 찾는다는 인공호수, “홍화호”라는 곳을 걸어 보았다. 이 곳,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서도 중국어,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낯선 이국에서 한국어로 병기된 안내판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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