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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Apr 18. 2021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의 생활하기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늘 하던 데로 하면 돼!

중국 남자들의 허세라고 해야 할까? 이곳 후이저우(혜주) 만의 특징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암튼 한국에서와는 달리 여기 후이저우 골프장에서는 아마추어 주말 골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블루 티에서 티샷을 한다. 한국 회사의 주재원인 A도 중국에 와서 골프를 시작했단다. 그도 당연히 블루 티에서 티샷을 한다. 참고적으로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주말 골퍼인 아마추어들은 화이트 티, 프로선수들이나 이에 준하는 실력자들은 블루 티에서 티샷을 한다. 1번 홀에서 우리 팀보다 앞서 게임을 시작하려는 중국분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블루 티로 들어선다. 그러나 곧이어 보인 그들의 실력은 적어도 내가 살아왔던 한국의 아마추어 골프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스윙폼이나 제반 기본기는 한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나아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블루 티에서 티샷을 한다. 의아해하는 나를 보고 있던 지인이 한마디 보탠다. 여기서는 화이트에서 티샷을 하면, 이곳 사람들이 오히려 의아해한단다.


한국 골프장에서의 나의 스코어는 90대 초반 정도이다. 주말골퍼 실력으로서는 내가 함께하는 분들 가운데서는 대략 중위권 정도였다. 너무 못 치지도 너무 잘 치지도 않아서 적당히 주말 시간을 함께 어울려 보내기엔 무리가 없는 실력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하위권으로 밀린다. 나와 함께 동반 라운딩을 하는 분들은 한국 주재원이다. 그들 또한 당연히 블루 티에서 티샷을 시작한다. 이미 익숙해져 있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의 평균 실력이 한국에서의 분들과 대비하여 우수해서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제는 나에게 있는 듯하다.


이곳 후이저우에서 나도 호기롭게 블루 티에서 티샷을 시도한다. 나의 경우, 세컨샷은 대부분 7번 아이언 이상을 잡아야 한다. 거리가 있다 보니 어깨에 힘도 잔뜩 들어간다. 기본 스윙패턴이 의도치 않게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머리로는 70%의 힘만 들여 스윙하려고 하지만, 그리되지 않는 듯하다. 100% 스윙을 하면, 거리는 멀리 보낼 수는 있으나, 정확도는 비례해서 떨어진다. 그래서 프로들도 평상시 70~80%의 힘만으로 스윙을 한다고 한다.


블루 티라는 익숙지 않는 환경 아래서 나는 잔뜩 힘을 들여서 멀리만 보내려고 하고 있는 셈이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이와 같지 않은지 잠시 돌아보게 된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다른 언어와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당연한 프로세스가 여기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에 대한 기대치도 생각 같지 않다. 한국에서 건너온 사람으로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무리하게 하기보다는 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들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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