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미 May 22. 2020

지옥 앞에서 절망을 마주하다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과 단테의 <신곡>




두루미, 첫 번째 실타래


오귀스트 로댕의 《 지옥의 문 》



© Rutilo




나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로댕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땐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의미인지 조차 알지 못했지만 그 커다란 문과 수많은 인물들이 뒤엉킨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내게 조각의 매력에 대해 알려주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 지금부터 로댕의 <지옥의 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지옥의 문 》


188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새로 지을 장식미술관의 조각을 주문받은 로댕이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작품 완성 직전, 갑작스레 미술관 건립 계획이 취소되었고 정부와의 계약도 무산되게 된다. 하지만 로댕은 작품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후 4년이 넘도록 수정을 거듭해 나갔다.

시간이 흘러 1900년, 로댕은 <지옥의 문> 석고 버전을 대중에게 공개하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로댕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고, 그는 죽을 때까지 수정을 거듭하였다.

결국 <지옥의 문>은 로댕의 죽음과 동시에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오귀스트 로댕, 《 지옥의 문 》, 1880~1888년




단테의 '신곡'



<지옥의 문>은 왜 지옥의 문일까?

로댕은 정부의 주문을 받았을 때 단테의 '신곡'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단테의 '신곡'은 무엇일까?

어떤 작품이기에 로댕에게 평생의 영감을 제공했던 것일까.


단테의 '신곡'은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신화와 역사 속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짐작이 가겠지만 로댕은 '신곡' 중 지옥편에 나오는 지옥의 문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시는 지옥의 문에 새겨져 있었다는 글귀이다.

마지막 구절의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구가 특히 유명하다.

지옥에 들어서는 순간 절망만이 남는다는 메시지로 죄인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신곡 속 지옥, 어떻게 생겼을까?


'신곡' 속 지옥 묘사도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한번 즘 궁금해 봤을 것이다. 죽어서 천국과 지옥에 간다면 이왕이면 지옥만은 아니고 싶으니까.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살고, 죽어서도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받는다는 그 끔찍한 지옥! 그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 사람들이 겁을 먹어서라도 착하게 살아갈 텐데.


우리는 '신곡'을 통해 지옥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해 볼 수 있다.

단테가 여행하는 지옥은 지구 속에 역피라미드형의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지표와 가까운 쪽부터 핵이 있는 중심까지 총 9단계의 지옥이 존재하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고통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의 중심에는 사탄이 죄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 속 작품


로댕은 이런 지옥의 모습을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옥의 문>은 하나의 작품이면서 그 속에 수많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처음 <지옥의 문>을 보았을 때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로댕 하면 떠오르는 대표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 또한  <지옥의 문> 속 작품으로 상층부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 외에도 정말 유명한 작품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몇 가지 짧게 알아보자.

 


성경 속 <아담>과 <이브>는 로댕이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다음은 <입맞춤>이다. 그들의 입맞춤은 정말 로맨틱해 보이지만 사실 욕망에 굴복해 지옥을 앞두고 있는 연인이 나누는 고통의 입맞춤이다.

<달아나는 사랑> 또한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골리노와 그의 아들> 은 자식을 잡아먹은 우골리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진짜는 어디에?


놀랍게도 내가 오르세 미술관과 로댕 미술관에서 본 <지옥의 문>은 진품이 아니었다.

그럼 진짜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옥의 문은 파리에도 있고, 도쿄에도 있고, 심지어 서울에도 있는데 어떤 것이 진짜일까?

정답은 모두 진짜이면서 가짜이다. 청동 조각은 틀이 있다면 수백 점도 찍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동 버전의 <지옥의 문>은 로댕이 살아있을 때는 존재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로댕이 죽기 직전에 작품의 조각들 중 리부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완의 틀에서 작가가 없는 채로 작품이 완성된 것이다.


.
.
.
지금까지 알아본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
단테의 ‘신곡’ 속 문을 생생하게 재현한 모습이 우리를 다시금 상상 속에 빠져들게 한다.


지금까지 두루미의 '서생원의 고양이'이었습니다.



본 글은 미술을 전공하는 6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미술비평 동아리 '두루미'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취향이 담긴 글로 찾아옵니다.




《 참고 자료 및 출처 》 

배너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
https://m.terms.naver.com/entry.nhn?docId=3569969&cid=58859&categoryId=58859
https://namu.wiki/w/%EC%8B%A0%EA%B3%A1/%EC%A7%80%EC%98%A5%ED%8E%B8#fn-2
https://husbada.tistory.com/m/266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