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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랑 Jun 04. 2020

"영어교육미신격파!2"정말 그럴까? 수능 대 일반 영어

수능 영어가 있어요.

여러 개의 지문들이 빼곡히 차 있어요.

빈칸을 추론하는 문제, 지시어가 가리키는 것을 찾는 문제, 제목을 찾는 문제, 요지를 찾는 문제,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문제...

주어진 시간 안에 지문을 효율적으로 읽고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잘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지요.


빠르면서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독해력과 그것을 위한 어휘력이 점수를 좌우해요.


참고로 이병민 (2014) 선생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영어 교과서  렉사일 지수는 다음과 같아요.

렉사일 지수는 어휘와 통사구조 등을 기반으로 메타매트릭스사가 계발한 읽기 난이도 지수이고요.

한국의 7학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는 미국 유치원생 수준입니다.

거기서 시작해 지수가 급등하죠. 그래서 수능은 무려 미국 고등학생들 수준의 지문을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해요.


어휘가 기본입니다.


                    

미국




한국





1: 300


4-5: 645-845


6-8: 860-1010


9-10: 960-1110


11-12: 1070-1220


대학생: 1300-1400




7: 295-381 (미국 유치원)


8: 501-628


9: 718-858 (미국 4-5)


10: 737-1002


12: 946-1026 (미국 9-10)


수능: 1200 (미국 11-12)






고2 민하, 수능을 앞두고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있죠.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데

1. 어휘력 부족- 어휘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2. 독해력 부족- 어휘가 안 되니 당연히 읽을 수 없다

3, 문법 지식은 있으나 문제에서 적용이 안 됨- 독립되고 지엽적인 퀴즈 지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4.무엇보다 영어를 싫어함- 영어는 더 시간과 공을 들일 문제이지만 손을 떼고 싶다


이것들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에요.


민하의 시작, 원어민과 놀이로 배우는 영어 학원이었어요.


민하는 주3회 한 시간씩 원어민과 만났어요.

원어민과 한 일은 간단한 인사와 게임, 놀이.

인사를 제외하고 언어가 크게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다시 말해 원어민과 만났다는 사실이 있을 뿐 의미 있는 영어 인풋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거기서 습득한 단어들은 집에 돌아와 반복해 접하지 않았던 관계로 이내 잊혀졌고요.


곧 읽기와 쓰기 수업을 하게 되었던 민하는 알고 있는 단어가 30개 남짓이었어요.

알파벳을 익히느라 학습지에 꼬박 연필로 글씨를 쓰는 동안 알고 있는 단어와 알파벳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깨닫지 못했어요.

(소리와 글자 관계를 먼저 이야기하고 가르치지 않았거든요.

지금 말하는 이 단어는 글자로 이렇게 써진다는 관계. 그 글자는 알파벳으로 만들어진다는 관계.

글자 따로, 의미 따로... 앞으로 많이 접할 오류의 시작이었어요.)

비록 b나 d, m이나 n을 계속 헷갈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알파벳 대소문자를 다 쓸 수 있게는 되었어요.


바로 들어간 파닉스 수업,

사실 민하는 아직  음소 인지 (Phonemic Awareness)가  안 되는 단계였었어요.

(음소 구별이라고 하면 한 단어 속 음소들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는 걸 말해요.

CAT이라면 [k][a]lt])

음소 구별에는 단계가 있는데 끝소리 같은 걸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소리를 섞는 것까지 차차 계발이 되지요.

아직 민하는 cat이  [kat] 처럼 통째로 들리고 있었거든요.

파닉스가 어려웠지만 교재에 나온 단어들은 외우기도 하며 학원에서 내준 시리즈를 뗐어요.


사실 파닉스를 뗐다고 하지만 음소 계발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이 밀었던 공부인지라 새로운 지문이 나오면 민하는 다시 헤매는 일이 잦았어요.

파닉스를 뗐다고 글자를 자꾸 읽으라고 하는데 힘겹게 읽어내고 나서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니 읽고도 재미가 없었어요.

글자를 아니까 이제 단어를 주고 스펠링을 외우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재미가 없었어요.

알고 있는 단어 30개 남짓에서 단어 개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민하가 외워야 할 다른 것들만 늘었어요. 


민하의 첫단추는 안타깝게 잘못 끼워지고 있었어요.


1. 원어민과 놀기만 해서는 배울 수 없어요.

2. 귀로 듣고 아는 단어가 많아야 읽기도 시작할 수 있어요. (민하는 30개 남짓을 알고 있었어요.)

3. 파닉스 시작 전에 음소 인지가 되어야 해요. (민하는 그게 안 되었어요.)

4. 2와 3이 되어 있어야 선순환이 이루어져요. 

5. 2와 3을 위해서 사전에 영어 소리에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해요. (노출은 학원에서만 이뤄졌어요.)


민하가 영어를 접한 시간은 (원어민이 한 시간 내내 영어로 말을 했다는 가정하에) 3 (시간)*4 (주) *12 (월)=144 시간= 만 6일치입니다.

(참고로 원어민 아이들이 파닉스를 배우기 전 구어로 영어를 접하는 시간은 대략 24 (시간) * 7 (일) *52 (주)*5 (년)=43680 시간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어떤 언어를 만 6일 듣고는 단어를 익히고, 읽기를 익힐 수 있을까요?

읽기 규칙을 익힌다고 한들 읽은 책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까요?

뜻도 모르는 책을 읽고 싶을까요?

음소가 들리지 않는데 낯선 단어를 익힐 수 있을까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를 안고 다음 단계 학원으로 민하는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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