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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랑 Jun 05. 2020

"영어교육미신격파!3"정말 그럴까? 수능 대 일반 영어

여러분은 영어를 좋아했었나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상관 없이 공부를 했었나요?

혹시 영어와 나의 관계는 배우자와 나의 관계보다 더 깊고 복잡한가요?

친구를 생각해봅니다.

상대의 목소리, 키, 몸무게, 혈액형, 미량원소함량 등을 세세히 분석하여 외우면 친구를 잘 아는 걸까요?

퀴즈 문제를 잘 풀어 100점을 맞으면 친구를 잘 아는 걸 까요?

아니면 딱히 뭐가 뭔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의 존재 전체를 서서히 익히다 보니 잘 알게 되는 걸까요?

문법, 단어, 독해... 시험 영어로 대표되는 것들을 따복따복 떠먹으면 영어가 만들어지나요?

시험 영어 공부를 많이 하면 진짜 시험을 잘 보고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영어를 잘하다 보면 시험은 저절로 잘 보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를 잘하다 보면 시험 점수는 저절로 나오는 것이에요.

(학습 장애와 같은 특수한 경우는 예외로 둡니다.)

시험 공부만 하다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경우는 없고요. 그렇게 해서 고득점 받기도 매우 어려워요.

영어를 잘하는 것은 언어를 유창하게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인데 문제 풀이는 이걸 해줄 수 없지요.

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이해하고 구사하면 시험 답 맞추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친구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글에서 말했 듯 수능 영어는 독해, 그걸 받쳐 줄 어휘력이 관건이에요.

(듣기 문제도  읽기에 필요한 능력을 다 사용하는 것이에요.

읽기를 하기 위해 뇌 속에 소리 정보를 먼저 저장해야 하거든요.

그 정보를 메시지를 얻기까지 잘 기억해야 하고요.)

이걸 다 합친 것을 유창한 실력이라고 부르지요. 

우리 민하 얘기로 돌아옵니다.

꽤 일찍부터 열심히 공부했는데 안타까운 결과에 억울한 민하.

1. 어휘력 부족- 어휘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2. 독해력 부족- 어휘가 안 되니 당연히 읽을 수 없다.

3, 문법 지식은 있으나 문제에서 적용이 안 됨- 독립되고 지엽적인 퀴즈 지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4.무엇보다 영어를 싫어함- 영어는 더 시간과 공을 들일 문제이지만 손을 떼고 싶다.

원어민과 놀이로 배우는 학원에서 파닉스까지 끝내고 민하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프랜차이즈 어학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아직 저학년이라 학원의 레벨테스트에서 기초반이 나온 것이 어색하거나 갈 곳이 없거나 한 사정은 아니었어요.

(많은 경우 기초반은 저학년들이 다니기 때문에 중학년이나 고학년이 영어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갈 반이 없어요.)

또래 친구들과 학원에서 내준 교재로 공부했어요.

단어 시험은 매번 봤었는데 낯선 개념을 낯선 소리로 외운다는 것이 민하에게는 고역이었어요.

시험에 통과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잊혀진 단어들인지라 새로운 텍스트에 전에 외운 단어가 나와도 매번 헤맸지요.

그럴수록 민하 부모는 단어를 더 열심히 외울것을 주문했어요. 학원에서도 그렇고요.

민하네 학원은 단어 시험에 통과를 못하면 끝까지 남겨 통과할 때까지 붙잡는 것으로 신뢰를 얻고 있었어요.

빠지는 아이 없이 다 책임을 지겠구나, 부모들은 안심을 했어요.

-->단어만 줄창 따로 외우는 것은 단어 실력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맥락 없이 외운 것은 어차피 다 잊어버려요.

단어 공부가 효과가 있으려면 의미에 집중한 인풋, 의미에 집중한 아웃풋, 언어에 초점을 둔 학습, 유창성 계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어휘 연구의 대가 네이션 Nation (2001)은 말해요.

수십개의 단어를 한꺼번에 외우려면 이런  방법은  쓸 수 없죠.

2-3개월에 한번씩 레벨테스트를 했어요. 

꾸준히 레벨이 올라갔어요.

민하가 배우는 책도 더 어려워졌지요.

외울 단어도 더 많아지고요.

영어 학원에 가고 싶지 않아지는 날이 더 잦아졌지만 성실한 민하는 그런 소리를 입밖에 내지 않았어요.

묵묵히 시간이 되면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성실히 학원에 다닌 민하는 고학년이 되자 최고 레벨이 되었어요.

교재 내용은 토플 지문과 비슷했고 민하는 대부분 내용을 어렴풋하게만 이해한 채로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성실한 재학생에게 레벨 상승 댓가를 주지 않으면 선생님도, 원장님도, 부모님도 곤란해요.

정직하게 학생을 같은 레벨에 붙들어 두면 감당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가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되어요.)

하지만 영어 공부는 내내 어려웠어요.

민하에게 영어는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교재 속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를 찾고, 단어 뜻을 끼워 맞추고, 컴프리헨션 문제를 푸는 것.

민하가 답을 틀리면 좀 더 꼼꼼하게 읽고 분석을 하라고 지도를 했어요.

단계가 올라갈 수록 안개 속에서 허겁지겁 퍼즐을 맞추느라 민하는 지쳐갔어요.

-->어휘가 뒷받침 되지 않고, 지문의 내용이 민하의 일상과 전혀 관계가 없으니 당연한 얘기입니다.

고학년에게 주로 요구되는 넌픽션 읽기는 더욱 큰 도전이었어요. 넌픽션은 나레이션 읽기 (이야기 읽기)로 먼저 문어에 익숙하게 한 다음 읽는 장르거든요. 

참고로 일반적인 글을 유창하게 읽기 위해 영단어 8000-9000개 워드패밀리, 말하기 위해 5000-7000 개가 필요해요 (Schmitt, 2008). 물론 성인의 경우지만 민하가 읽는 아카데믹 텍스트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어휘를 갖고 있어야 소화가 가능해요. 

5학년이 되자 민하는 문법 수업을 듣게 되어요.

중학교에 가면 어려운 문법을 배워야 하니 지금 미리 공부해 문법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컸어요. 

또 민하가 어려워하는 이유를 문법 지식이 없어서라고 판단한 민하의 부모와 학원 선생님은 문법 수업을 통해 민하가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기대했어요.

민하의 머릿속은

문장 속 주어ㅡ동사-목적어... 따로,

문법 시간에 배운 관사, 시제, 조동사... 따로,

단어 시험으로 외운 영어단어 따로....

이렇게 조각조각 난 지식들로 복잡해졌어요.

이 모든 지식을 통합해 진짜 소통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본인의 의사를 문장으로 만들라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어느새 머리가 하얘졌었죠.

조금만 긴 텍스트가 나와도 긴장해 도망가고 싶고요.

-->언어는 조각조각의 총합이 아니지요.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 통사 (문법 구조)가 완성된다는 만 6세까지 이들에게 약 14500 시간의 인풋이 주어져요. 즉 어른들로부터 끊임 없이 얘기를 듣는단 뜻이죠. 이때 어른들이 "자 , 오늘은 명사를 들려줬으니 내일은 동사를 들려주자," 이렇게 안 해요. 계속 얘기를 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어린이들은 스스로 시스템을 깨우치죠 (VanPatten,2017).

그런데 문법책은 매 장 다른 문법 요소를 놓고 하나하나 뜯어 가르쳐요. 그걸 다 합치면 마치 통사 구조가 완성이 된다는 듯.

학습자 언어 (Slinkier) 발달 단계를 보면 문법책에 나온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문법 아무리 가르쳐도 발달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없고요. 즉 3인칭 단수 현재 s를 배웠다고 해서 내가 그걸 당장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발달 단계에 맞는 오류를 실컷 범하고서 단계를 넘게 되죠.

민하가 혹시 학습 장애가 있다거나 지능이 평균보다 낮은 건 아닐까요?

아니요.

다른 과목 성적이 나오는 걸 보면 그런 문제와 무관한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영어를 그렇게 어려워 하는 건 열심히 애를 쓰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Nation, I.S.P. (2001). Learning vocabulary in another language. CambridgeCambridge University Press

Schmittt, N. (2008). Instructed second langpage vocabulary learning. Language Teaching Research, 12 (3), 329-363

Selinker, L. (1972), Interlanguage. International Review of Applied Linguistics, 10, 209-241.

VanPatten, B. (2017). Whiile we're on the topic. VA: ACT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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