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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랑 Jun 15. 2020

"영어교육미신격파!6"일찍, 많이, 그럼에도

지난 번 민하의 사례로 수능 영어는 일반 영어 안에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민하보다 더 일찍 영어 지원을 많이 받으면 고민이 없을까요?

이번에는 민하와 다른 코스로 영어를 하고 있는 여름이네 이야기를 할게요.


여름이는 중3, 영어가 싫은 아이에요.

영어가 중요하다고 하니 그런 거는 같지만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저항감은 이겨낼 수가 없어요.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 특출하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도 더 잘하게 될 것 같지 않아요.

시험 때가 되면 문제를 100개씩 풀게 하는데 실력이 느는 것도 같지 않고, 재미도 너무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림이 여름이에게 없어요.


*


여름이 부모님은 여름이 아기때부터 아낌 없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갓난아이 시력 발달에 좋다고 하는 교구, 촉감 놀이에 좋다는 장난감, 여름이 책으로 가득한 책장...

특히 교육과 관련된 것은 누구보다 먼저 알아내어 여름이에게 제공을 했죠.


부모의 지원과 기대 속에 여름이는 아장아장 걸음마 시기를 지나 기관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어요.

어느 곳에 보낼까 고민을 하다 영어 습득까지 한 큐에 끝낼 수 있는 영어유치원을 택했어요.

부모가 엄선한 기관에 입학하게 된 영어유치원에 여름이는 5세부터 다니게 되었어요. 


어느 기관이나 다 그렇듯 처음 적응 기간 동안 아이들은 울어요.

여름이도 그랬지요.

이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 속에 혼자 남겨진 것이 너무나 공포스러웠어요.

한가지 더 큰 도전은 언어조차 낯설었다는 것이었어요.


적응 기간 지나고 다행히 원에 무사히 다니게 되었어요.

여름이 부모는 아이가 버터 바른 발음으로 영어 중얼대는 것이 너무나 신통했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염려어린 전화를 받게 되었어요.

여름이가 너무 부산하다는 거에요.

다들 앉아 있어야 되는데 돌아다니고, 그림 그리는 시간에 일어나고...

원어민 선생님이랑 세 번 약속 어기면 옆 방에 가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 갖기로 했었다는데

벌써 몇 번이나 혼자 있게 되었다는 거에요.


여느 유아들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노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거 말고 특별히 부산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죠.

여름이 부모는 걱정이 되었었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2학기가 되면서 유치원에서 오는 염려어린 전화는 줄어들었어요.

여름이 부모는 아주 안심이 되었죠.


그렇게 7세까지 마치고 학교에 들어가게 된 여름이,

사립학교 추첨에 떨어져서 할 수 없이 근처 공립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사립학교는 영어 커리큘럼이 좋아서 꼭 거기로 보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그렇다고 기껏 공부한 영어를 사라지게 할 수 없어 여름이 부모는 영어유치원 출신들에게 어울리는 학원을 찾았어요.


여름이가 간 곳은 커리큘럼 빡빡하기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그냥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고 원어민 아이들이 배우는 교재 그대로 교과목을 배우는 곳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영어를 못할 수가 없겠구나 싶을 만큼 영어 학습량이 엄청난 곳이기도 했어요.


여름이가 외우게 된 단어를 보며 부모는 "역시 일찍 가르치니 이 수준까지 하는구나"라며 감탄을 했어요.

각종 도형의 이름, 수학 용어, 과학 용어.....

우와, 내 새끼 대단하다,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여름이는 학원 수업이 너무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숙제까지 다 해냈어요.

몇 시에 자든 상관 없이 일단 과제를 끝내는 게 중요했어요.

숙제도 힘들었고, 영어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점점 학업 부담이 더 커져갔고 여름이는 이상을 호소하게 되었어요.

우선 키가 안 컸고요.

학교에서 집중을 못한다고 계속 연락이 왔어요.

학교에서 한 심리검사에서 우울감이 많이 높아 위험군이라는 소견도 들었었구요.


학교 상담 선생님의 지원을 받은 여름이는 학원 그만 다니고 싶다고 호소를 하게 되었어요.

여름이 부모는 지금 다니는 학원 대신 조금 느슨한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조건으로 허락했어요.


옮기게 된 학원에서 레벨테스트가 있었죠.

원어민이 여름이와 대화를 하고 텍스트를 읽혀 판단한 수준은 고급.

일단 발음이 좋고, 대화 수준에서 주저함 없이 영어로 답을 하니 원어민은 그렇게 판단을 할 수 밖에요. 원어민은 "유창성이 뛰어남" 이라고 평가를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여름이의 읽기 실력.

생각보다 수준이 높지 않은 거였어요.

수업 시간에 쓰는 책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 기회가 있어 다른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은 여름이의 읽기 실력이 렉사일 300.

그것도 쉽게 혼자 읽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해할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원어민 초1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일찍 영어를 배우고 열심히 해왔는데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어요.


같은 반을 두어 번 반복하며 여름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실력을 기르려면 참고 견뎌야 한단 말에 그냥 다니기로 했어요.


영어 읽기 실력이 안 되는 것은 한국어 읽기 때문일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논술 학원에도 등록을 했어요.


시간이 흐르며 자꾸 단계는 높아졌어요.

책 읽기를 병행하는 학원이라 영어 원서 여러 권을 읽었는데 6학년에 그만두기 전, 여름이가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Holes, 렉사일 660이었어요. 

(렉사일 수준으로만은 초3 단계에요.)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한 권 읽는 데는 물론 한 챕터 끝내는 데도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고요.


솔직히 말하면 여름이는 읽은 모든 책이 편했던 적이 없었어요.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답을 맞추면 통과가 되니까 소화하지 못한 레벨이어도 계속 반은 올라갔었어요.

하지만 여름이 읽기는 책을 따라가지 못했어요.


중학교 가기 전에 옮긴 곳은 내신학원.

여름이네 동네 학교 영어 시험은 100점 맞기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었어요.

여태 한 영어가 얼마인데 영어 시험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학원을 옮겼죠.


꾸준히 다니는 학원, 학원과 학원 사이

여름이는 중학교를 마칠 나이가 되었어요, 어느새.


그리고 손에 남겨진 것은 영어를 중오하는 마음과 불완전하다는 불안감.

어떻게 해도 영어는 어렵다는 두려운 마음이었어요.


현재 여름이의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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