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brosia Sep 07. 2020

나의 아저씨

Hello like before - Bill Withers

 간밤에 창을 열고 잤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꼭 파도소리 같았다. ‘꿈을 꿨나?’ 생각하고 내다보니 시원하게 비가 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이 노래를 틀었다. 무겁고 축축한 대기에 퍼져가는 커피 향처럼 빌 위더스의 낮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린다.
 

 ​올 한 해 접했던 아티스트들의 부고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아팠던 소식은 빌 위더스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죽음이었다.

특별히 가리는 장르 없이 모든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 누군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평생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역시 빌 위더스의 “Lovely day​” 일 것이다.

이 노래는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가슴 벅찬 기쁨에 행복한 날이나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처럼 외로운 날에도,

나에게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속삭여주는 응원가 같은 노래였다.
(게다가 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까지 덤으로!!)


When the day that lies ahead of me seems impossible to face
내 앞에 놓인 하루가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

When someone else instead of me always seems to know the way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척척 길을 아는 것처럼 보일 때

​Then I look at you
그럴 땐 당신을 봐요.

And the world's alright with me
그러면 모든 것이 괜찮아져요.

Just one look at you
그냥 한번 바라본 것만으로

And I know it's gonna be a lovely day.....
좋은 날이 될 거란 걸 알게 되죠


 그렇게 평생 들었더니 나에게 그는 “실제로 미국에 사는 웃음 많고 친절한 털북숭이 빌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소식은 자주 전하지 못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시는 먼 삼촌뻘 아저씨.

안타깝게도 빌 아저씨는 지난 3월 31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빌 아저씨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가 빙긋이 웃으며 “Hello like before!”라고 인사하는 기분이 든다.



아저씨는 비록 떠났지만 난 앞으로도 마음이 무너져 누군가에 기대어 울고 싶을 땐  <Lean on me​>를,

화장대 앞에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싶을 땐 <Just the two of us​>를,

왠지 모르게 멜랑꼴리 한 날엔  <Ain’t no sunshine​>을,

그리고 오늘같이 어두운 아침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Hello like before​>를 변함없이 들을 것이다.


Hello like before
예전처럼 안녕
I guess it's different
이제는 그때와 다를 거라 생각해요

'Cause we know each other now
지금은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I guess I've always known
We'd meet again somehow
어떻게든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
항상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So that it might as well be nowp
그러니 그때가 지금이어도 괜찮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기념일의 기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