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제주도 두려움으로 다가오다
제주도에 내려온지 벌써 8년째다.
원래는 1년만 살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제주에 살고 있다.
처음엔 막연하게 제주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았다. 지친 도시의 삶을 살짝 접고 쉬고 싶었다.
그리고 점점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둘째의 장애 가능성, 살얼음판을 걷던 하루 하루.
제주에 가서 1년 정도 쉬면 이런저런 어지럽게 엉킨 실타래가 쉽게 풀릴것만 같았다.
2015년 제주에 내려오면서부터 일기처럼 쓰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고개를 45도 치켜들고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지구의 3/4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 아이들과 유채꽃이 만발한 길을 뛰어다니는 모습, 숲에서 하는 숨바꼭질, 차 없는 들판에서 소리 지르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아이들 케어가 가능한 곳....
그러나 눈을 뜨면! 띵~ 그것은 꿈이었음을 깨닫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세 아이들은 시시 때때로 사고를 치고 있다. 그 목록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 물고기 어항에 물고기 밥 한통 통 채로 줘서 물고기 사망시키기
- 소파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기
- 부스터에 묶인 채로 걸어 다니기
- 화분 속에 장난감 자동차 숨겨 놓고 찾는다고 흙 파내기
그렇게 하고도 답답해서 신발을 들고 현관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이다. 마당이라도 있는 집이라면 덜 답답했겠지만, 현실은 아파트를 나가면 바로 차가 다니는 길이 있어 놀이터라도 가려고 하면 불안이 많은 나는 매번 해야 하는 엄청난 준비물에 부담이 컸다.
남편 :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고 싶다
나 : 나도 그래~
그럴 수 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냥 바램이겠지. 나도 살고는 싶지만....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남편: 나 회사 관두고 싶은데 관둬도 돼?
나 : ....왜?
남편 : 힘들어서....
남편은 지쳐보였다. 그 얼굴을 보면서 ‘왜 그러는데? 좀 만 참아보면 안될까?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냥 멍하니 남편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피했다.
제주도 생활을 막연히 생각해 보았다. 그곳에서 사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더욱이 7세, 4세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을 환경. 나는 늘,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하는 삶을 상상하곤 했다. 그리고 인생에 한번,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특히 어릴 때여야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면, 제주도로 이사 가면 내가 꿈꾸었던 일이 한 번에 해결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나는 선뜻 ‘좋아’ 라고 대답을 못하는 것일까?
나 : 제주도에 가면 뭐해 먹고 살아?
남편 : 가서 찾아봐야지.
나 : 휴우~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무조건 남편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다 책임지라는 것은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 직장을 관두고 제주도에 가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도저히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의 말이 진짜로 제주도에 가서 살자고 하는 건지, 그냥 홧김에 혹은 답답해서 해 보는 말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