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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PA 프로개꿀러 Jan 20. 2024

넌 요새 뭐하니? 나는야 세무보부상

국세청에 근무하다가 회계법인에 와서 달라진 나의 일상

국세 현직으로 있는 친구, 동료들이나 원래 알고있던 지인들이 가끔씩 너는 회계법인가서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왕왕있다. 

처음에는 "그냥 고객사들 세무자문하지"라고 말하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상황에 대한 적당한 단어가 떠올랐다. 나의 현 상황은 '세무 보부상'이다. 

물건을 팔 곳을 찾아다니는 떠돌이 상인

보부상은 자기가 팔 물건을 가지고 이곳 저곳에 떠돌아다니면서 파는 상인을 뜻한다고 알고있는데 내 처지가 딱 이런 상황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고객사에 경정청구(납부한 세금을 환급받는 것) 용역을 제공하려고 하면 동일한 업종인 다른 고객사에게도 가보고, 혹시 동일한 업종이 아닌 다른 곳이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경정청구 아이템)이 먹힐만한 곳을 가서 제안서를 내고 직접 세일즈를 한다. 


"저희가 고객사의 상황을 추측해보건데 이런 방법으로 세금환급이 가능할 것 같은데 혹시 세금 환급을 받아보실 생각이 있으실까요?"


물론 나는 개인 회계사 또는 세무사가 아니라 대형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이므로 요즘 개인사무실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한다는 고용증대세액공제같은 이슈는 다루지 않지만, 고객에게 세일즈를 하는 입장에서 아이템만 다를뿐 나의 상품을 제안하고 그들이 산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내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은 똑같다.


이쪽 업계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니네는 세무조정도 하고, 세무조사 대응도 하는 곳 아니냐고 하실 수 있다. 물론 세무조정도 하고, 세무조사 대응도 나가고, 세무자문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은 납부한 세금을 바탕으로 세금이 환급이 나올 곳이 있는지 확인한 후 고객사 동의 하에 세금 환급을 진행 후 성공하면 일정부분 받게되는 보수 용역이 가장 수익성이 좋다. 다른 용역과 달리 제가 직접 고객사에 가서 용역을 수행하는, 소위 몸빵을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맨땅에서 무엇을 개발해서 팔아야할까에 대한 아이디어 고민부터 어떻게 고객사가 사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긴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뭐하나 쉬운게 있으랴.


다행히도 나는 세무공무원일 때 아이템 개발하는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여러분들이 주의하셔야할 점은 세무공무원이 아이템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세금이 탈루되고 있는 현황을 포착하여 세금을 과세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을 말한다. 세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도록 하는 것이 국세청 소속의 세무공무원의 본연의 역할이니까.


참고로 국세청에서는 자체적으로 어느 업종에 세금 탈루혐의가 있어 세금 징수가 필요할 경우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스스로 만든 우수 아이디어를 제출한 적이 몇번 있었고 나의 아이디어가 가끔은 국세청장 표창대상자가 되어 포상금도 받을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이템 개발은 나의 세무공무원 시절의 일종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고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민간에 나와서도 장점을 십분살려 이번에는 고객사들의 세금 환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세금 추징을 당하지 않도록 전략을 짤 수 있게 잘 활용하고 있다.


두서없지만 오늘 글의 마무리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 내가 민간에 나와서도 세무 보부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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